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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황세현 ]



편리함이 독이 된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아주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수천, 수만 건의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또 다른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물품을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문헌이나 자료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던 먼 과거는 말 그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말하자면 우리는 편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편리함은 되려 우리를 중독에 취약한 상태로 만듦으로써 삶의 다른 중요 요소들을 점차 갉아먹는다. 모든 것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쉽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에 중독되기가 쉬운 상태가 된다. 게임, 쇼핑, 쇼츠 영상, SNS, 나아가 음식까지도 중독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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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이 왜 중독의 원인이 되는지는 분명하다. 편리하다는 것은 곧 그것을 반복하기가 쉽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는 행위는 너무나도 간편하다. 영상을 보는 것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것에 큰 에너지를 들여 주의를 쏟지 않아도 심리적 충족감이 채워진다. 인간은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적은 힘을 들이고도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행위들을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그보다 더 에너지가 드는 일(이를 테면 독서를 통해 정보를 얻거나 유희하는 것)을  점점 더 하지 않게 된다.


편리한 행위를 할 때에는 뇌를 상대적으로 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은 곧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SNS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해봐도 자기도 모르게 어플에 들어가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쉬운 일은 힘들이지 않고 반복하게 되고, 이러한 반복 작업은 우리가 점점 더 그 일에 중독되게 한다. 책 『음식 중독』의 저자 마이클 모스에 따르면, “어떤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그 영향의 총합을 두 배로 증가시킬 뿐 아니라 그 행위를 다시 할 가능성을 높인다. 습관은 그렇게 형성되며, 그러한 습관이 통제를 벗어날 때 중독이 시작된다.” 중독 행위는 별 생각 없이 행해진다. 이 “별 생각 없음”의 상태가 위험하다.

 


다양성이 중독을 부추긴다


현대인이 중독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다양성’이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 있어 너무나 많은 선택지를 제공받고 있고,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흘러 넘치는 정보와 물질들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햄버거 하나를 사먹을 때에도 얼마나 많은 브랜드와 메뉴들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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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모스는 “싼 제품을 좋아하거나 늘 찾는 브랜드만 구매하는 소비자들보다 다양성을 좇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먹는다”고 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헤비 유저였다”는 사실을 밝힌다. 

다양성은 우리로 하여금 자제력을 잃게 한다. 더 다양한 맛, 더 다양한 스타일의 옷, 새로운 게임, 방대한 장르의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생산되어, 사용자들이 그 안에서 허우적대게 만든다.

 


내가 중독자일까?


어떤 것에 중독되었다고 진단할 수 있으려면 중독된 대상 때문에 “삶에서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지”, “내성이 점점 강해지는지”,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지”를 판단해봐야 한다. 중독이 몰입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것이 초래하는 의존성과 유해성이 과하다면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모순적이게도 중독자는 중독 물질을 점점 덜 좋아하지만 점점 더 욕망한다. 중독 물질을 향유할 때의 효용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케이크 같이 단 것을 먹었을 때는 불과 1초도 되지 않아 도파민이 다량으로 붐비되어 빠르게 기분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빠른 즐거움은 절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첫입을 베어물 때의 느낌이 가장 강렬하고, 그 후부터는 처음만큼의 감동이 없다. 그럼에도 계속 먹는 것을 멈추는 것이 매우 힘들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느린 삶


중독을 예방하려면 중독이 가진 특성을 인지하고 “느린 속도감”의 것들을 추구하는 노력을 해보는 게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적절히 하는 것, 숏츠 영상이 보고 싶을 때 대신 책 한 페이지를 읽거나 기사 한 줄을 읽는 것, 명상하기와 같은 것들 말이다.

지금 당장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장기간으로 자신에게 만족감과 성취감을 가져다주는 것을 찾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마이클 모스. (2023). 음식 중독 (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착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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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16 14: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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