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
[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 ]
“엄마! 이 소,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키우시던 소를 보며 필자가 실제로 했던 말이다. 시골의 농장이나 축사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이와 비슷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동물들을 바라보며, 혹은 동물들을 직접 먹이고 만지며 신기하고 행복해했던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자연과 시골의 한적한 분위기가 주는 치유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농가의 동물들을 통한 심리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강아지나 새 등의 반려동물을 통한 심리치료는 현대에 들어서 각광받고 있지만, 같은 동물이라도 농장 동물들의 경우 반려동물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농장 동물 매개 심리치료(AAT-FA)란?
농장 동물 매개 심리치료(animal-assisted therapy with farm animal)는 농장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수행하면서 긍정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치료 방식이다. 인간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함께했던 동물이 ‘가축’인 만큼, 사실상 현재 떠오르고 있는 동물 매개 심리치료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9세기 벨기에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재활 훈련 중 농장 동물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환자들에게 성취감을 주면서 높은 재활 효과를 보이도록 도왔다는 기록이 쓰여있다. 이 외에도 역사를 거치면서 신체적, 정신적 장애, 범죄자 교화, 부상 치료 등 다양한 장면에서 농장 동물들은 정서적 안정을 도왔다는 수많은 기록이 나와 있다.
그렇다면 어떤 활동들을 통해 치료가 진행될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주로 농장 일을 체험하거나 동물들과 신체적 접촉을 하면서 교감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1차 생산품(유제품 등) 생산, 동물 돌보기, 동물을 위한 환경 조성, 뛰놀기 등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되는데, 이런 활동들은 상호작용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므로 사회성과 주의력에 큰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아동의 경우는 책에서만 보던 친근한 동물들과 접촉하게 되면서 생명 존중을 배울 수 있고, 비교적 자연치유 효과를 크게 보인다. 동물을 ‘친구’로서 여기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동물들을 돌보면서 대화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 활동하며 심리적 안정감은 물론 신체기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반려동물 매개 치료와는 무엇이 다를까?
반려동물 매개 치료와 농장 동물 매개 치료는 둘 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긍정적 정서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농장’이라는 환경이 주는 자연과의 교감이 차이점으로 작용한다. 농장 동물 매개 심리치료는 자연치유의 영역에도 걸쳐있는데, 자연치유란 자연 속에서 활동하며 사람이 갖게 되는 치유 효과를 의미한다. 반려동물을 마주하는 환경은 주로 집이나 실내 등의 공간이 많은데, 농장 동물의 경우 주로 농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자연치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반려동물과는 실내에서 하는 돌봄과 교감 중심의 활동이 많지만 농장 동물과는 외부, 즉 자연환경과 연결된 능동적인 활동이 많다.
한국의 힐링 농장 속 승마치료 기법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농장 동물매개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 주로 힐링 농원의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특히 ‘승마치료’ 기법을 활용하는 곳이 많은데, 그 예시로 ‘경북 포니 힐링 농원’을 들 수 있다. 경산시에 위치한 이 농원에서는 승마 체험을 제공하는데, 승마는 말에 올라탄 순간부터 말과 체험자가 함께 교감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지시를 내려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자신감과 신체 능력을 함께 높여주게 된다.
한국마사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과 함께하는 승마 체험은 스트레스 고위험군 직무 종사자들의 우울 수준 개선에 큰 영향을 가진다고 한다. 또한 문제 대처 전략도 회피형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탐색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농장 동물들은 옛날부터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을 만큼 상당히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이다.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며 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들이 되었지만, 우리에게 물질적인 도움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도움까지 줄 수 있는 고맙고 유익한 존재들이다. 다음 휴가 때는 근처의 치유 농장을 찾아가는 것도 기분을 전환하는 특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김옥진, ‘[김옥진의 동물매개치료⑩] 농장동물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 데일리벳, 발행일:2015.07.23., https://www.dailyvet.co.kr/news/etc/46610
김옥진. (2013). 학술 2 - 농장동물을 이용한 동물매개치료의 효과. 대한수의사회지 , 49(3), 164-166.
김주희, ‘내 안의 치유력을 활성화시키는 곳, 치유농장을 찾다’, 농촌진흥청 그린매거진, 발행일: 2020.07., https://www.rda.go.kr/webzine/2020/07/sub1-5.html
송형근, ‘승마체험,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효과’, 농수축산신문, 발행일:2019.08.13., https://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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