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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서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제 소확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단어가 되었다. 필자는 소확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세잎클로버가 떠오른다. 네잎클로버처럼 우연한 때에 찾아오는 행운도 좋지만, 우리 주변에서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잎클로버처럼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소확행이다.


그런데 최승원 심리학 교수님의 저서 <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에 따르면, 오늘날 소확행은 ‘소비를 통한 확실한 행복’으로 변질되고 있다. 실제로 20대를 대상으로 소확행에 대한 의식 조사를 시행한 결과, 스스로를 위한 물건을 사는데 돈을 쓰는 ‘금융치료’ 등이 가장 빈번한 응답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행복도를 묻는 질문에 같은 조사 대상자들의 82%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소확행에 공감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않을까? 금융치료와 같은 소확행이 우리를 정말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물질 소비 vs 경험 소비


소비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심리학자들은 소비를 목적에 따라 '물질 소비''경험 소비'로 구분한다.


물질 소비는 소유를 목적으로 한다. 새 옷을 사는 것,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 등은 모두 대표적인 물질 소비이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소비는 풍요로운 산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유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전의 소비가 곧 만족감을 상실하기 때문에 소비는 사람들을 더 많은 소비로 이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산 옷, 화장품 중에서 나에게 두고두고 만족감을 주는 물건은 거의 없다. 항상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그것이 더 좋아 보이고 새로운 소비를 하고 싶어진다. 이런 이유로 항상 나의 장바구니 목록은 그때그때 유행하는 제품 혹은 주변에서 추천하는 제품들로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경험 소비는 나에게 남을 경험을 위해 돈을 소비하는 것이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것, 주말에 시간을 내서 연인과 맛있는 저녁을 함께하는 것 등이 경험 소비이다. 구매 후 만족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물질 소비와 달리, 경험 소비는 해당 경험이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아 행복의 크기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인간은 찰나의 행복한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경험 소비가 얼마나 지속되는 만족감을 주는지 잘 보여주는 말인 것 같다.


나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 소비는 친구와 일본 디즈니랜드에 간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디즈니랜드 입장권을 구매하며 ‘과연 이 정도의 돈을 쓸 가치가 있을까? 가서 별로 즐기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좋은 추억이 되었고 입장권의 가격을 상쇄하고도 남을 행복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디즈니랜드에서 특별한 기념품을 사오지도 않았고 줄이 너무 길어 놀이기구도 많이 타지 못했지만, 친구와 츄러스를 하나씩 사 들고 벤치에 앉아 화창한 날씨, 흘러나오는 노래들, 예쁜 경치를 즐긴 것이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친구와 첫 해외여행이라는 설렘을 나눌 수 있었고, 지금도 친구와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며 함께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시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물질 소비가 순간적으로 더 강렬한 행복을 줄지 모르지만, 경험 소비가 주는 행복은 은은하게 지속되며 힘든 시기에 내가 꺼내볼 수 있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다.



소유는 유한하고 추억은 영원하다


결국 소확행에 지출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금융치료가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같은 금액을 소비하더라도 그 목적에 따라 행복의 유효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상품을 위해 지불하는 행동이 "수고한 날 위해..." 라는 말과 함께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소확행의 본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소확행은 일상 속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며 일상을 더 가치 있게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소확행은 나를 향하는 것이었는데 물질 소비는 그 방향성이 물건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책에 나오는 문구로 기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소유는 유한하고 추억은 영원하다.”




참고문헌:

에리히 프롬. (2020). 소유냐 존재냐. 까치.

최승원. (2024). 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 책사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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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3 1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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