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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수민 ]





필자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동시에, 소위 말하는 맵찔이이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주제에 매운 음식을 좋아하면, 주변인들에게서 고통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냐는 말을 듣기 마련이다. 특히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맛있지도 않고 혀가 아프기만 한데 굳이 찾아서 먹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매운맛의 세계를 모르는 그들이 답답했다. 필자도 너무 매워서 혀에 구멍이 날 것 같은 음식은 먹지 않는다. 다음날 위와 장이 고생하고 실제로 내장 점막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혀가 아픈 것을 적당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예를 들면 ‘쓰읍’거리면서 먹지만 음료나 다른 음식을 먹으면 금방 진정되는 정도의 매운맛만 즐긴다. 이번 기사에서는 필자를 포함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매운 음식을 찾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매운맛이란?



이제는 인터넷이나 방송에 많이 언급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매운맛은 사실 맛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4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매운 음식을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고추의 캡사이신이 있다. 그리고 마늘이나 양파에 들어가 있어서 혀를 얼얼하게 만드는 알리신과, 칼칼한 매콤함이 느껴지는 후추의 피페린이 있다. 마지막으로 혓바닥을 지나 코끝까지 타고 올라가서 찡한 매운맛을 주는 고추냉이의 시니그린이 있다. 


이 중 고추의 캡사이신과 마늘, 양파의 알리신은 혀의 온도 수용체를 자극한다. 그 온도 수용체는 본래 45℃ 이상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에, 매운 성분에 의해 자극된 온도 수용체는 이 상황이 뜨거운 것을 먹은 것과 유사하다고 인지한다. 이런 이유로 매운 닭발을 먹을 때 얼음이 들어간 차가운 음료수가 아니라 펄펄 끓는 어묵 국물을 마시면, 안 그래도 뜨거운 혓바닥이 불타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얼큰하게 끓인 김치찌개를 먹을 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은 온도 수용체의 활성화로 우리 몸이 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매운 맛을 찾는 이유



매운맛을 이용한 요리들이 세계 곳곳에 있고, 그 요리법이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것을 보면 우리들의 조상은 오래전부터 매운맛을 즐겼을 것이다. 제니퍼 빌링, 폴 셔먼(1998)은 고추를 비롯한 향신료들의 항진균성과 항균성 성질에 집중하였다. 그들은 인류가 매운 음식은 상했을 확률이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때문에 향신료를 넣은 매운 요리들이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음식이 상하기 쉬운 더운 나라에서는 음식 대부분에 향신료가 들어가지만 추운 나라에서는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폴 로진(1980)은 다르게 주장한다. 그는 매운맛을 찾는 것이 공포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신이 안전한 상황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부정적인 상황을 일부러 즐긴다는 것이다. 매운 성분 때문에 온도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그로 인해 우리 몸이 뜨거움을 느끼면 뇌에서는 그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적당한 매운맛의 경우 고통은 금방 날아가지만, 엔도르핀에 의한 쾌감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매운 것을 먹으면 즐겁다고 느끼게 된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매운 음식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독 매운 음식들이 더 생각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장춘차오 외 5인(2022)의 연구에서는 매운 음식 섭취와 정신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들은 중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운 음식 섭취 빈도, 강도, 섭취 기간을 조사하였고 이후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척도를 사용해서 그들의 심리적 건강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 매운 음식 섭취와 우울, 불안 사이에는 서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리적으로 힘들 때 매운 음식이 주는 쾌감을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니다. 매운맛을 계속 먹으면 그 감각이 둔해지고 더 자극적인 매운맛을 찾게 되면서 나중에는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먹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추운 겨울에 매콤한 음식을 먹으면 몸을 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기사를 읽은 여러분들은 이제 매운 음식을 즐길 준비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매콤한 요리를 먹는 것이 어떨까?

 



참고문헌

Rozin, P., Schiller, D. The nature and acquisition of a preference for chili pepper by humans. Motiv Emot 4, 77–101 (1980). https://doi.org/10.1007/BF00995932

Billing, J., & Sherman, P. W. (1998). Antimicrobial functions of spices: why some like it hot. The Quarterly review of biology, 73(1), 3–49. 

Zhang C, Ma W, Chen Z, He C, Zhang Y, Tao Q. The Association between Spicy Food Consumption and Psychological Health in Chinese College Students: A Cross-Sectional Study. Nutrients. 2022; 14(21):4508.

https://m.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008211734375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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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7 19: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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