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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도윤 ]


 자, 아래 그림 속 중심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래 제시하는 질문에 답을 해 보아라.


 

“위 그림에서 보이는 것을 말해보시오.”

“(당신 앞에 위 그림의 물체를 포함한 여러 물건이 실제로 제공되었다고 가정했을 때)위 그림에서 본 것을 왼손으로 가리키시오.”


이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응당 첫 번째 질문에는 시계와 모자가 보인다고 답했을 것이고, 두 번째 질문에는 둘 모두를 왼손으로 가리킬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우리와 완전히 다르게 답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분리뇌(split brain) 환자들이다.

 



뇌량이 절단된 사람들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뉘어져 있다. 뇌는 둘로 나뉘어 있지만 뇌량(corpus callosum)이라 불리는 넓은 축색 다발은 두 반구를 연결하고, 좌우 반구는 뇌량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와 가자니가(Gazzaniga) 등은 고양이와 원숭이의 뇌량을 절단하여 뇌를 분할하여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뇌량을 절단하는 것을 치료로서 행하기도 한다. 예컨대 신경외과 의사는 심한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량을 절단하는 수술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환자들의 발작 증상은 거의 사라졌으며 놀랍게도 그들의 지능과 성격 등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실험을 통해 뇌량이 절개된 환자들, 그러니까 분리뇌 환자들에게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가자니가(1967)는 연구 초기에 분리뇌 환자를 대상으로 아래 그림과 같은 절차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분리뇌 환자들에게 중앙의 점을 응시하도록 한다. 그다음, 점을 기준으로 두 단어(HE와 ART)가 분할된 화면을 제시한다. 이후 분리뇌 환자들에게 질문한다. “무슨 단어를 보았습니까?” 질문에 분리뇌 환자는 ART라는 답을 하고, “본 단어를 왼손으로 가리켜보세요.”라는 질문에 HE를 가리킨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우리의 몸은 대체로 우반구는 왼쪽 몸과, 좌반구는 오른쪽 몸과 연결되어 있다. 시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왼쪽 시야는 우반구로 전달되며 오른쪽 시야는 좌반구로 전달된다. 위 실험과 같이 자극이 응시 점의 왼쪽이나 오른쪽에 순간적으로 제시될 때, 온전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인 반구가 뇌량을 통해 즉각적으로 반대쪽 뇌로 그 정보를 보낸다. 하지만 분리뇌를 가진 사람들은 뇌량이 분리되어 있기에 각각의 자극을 한쪽에만 간직하는 것이다. 방금 제시한 실험에서도 그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실험에서 분리뇌 환자들은 왼쪽 시야에 들어온 HE는 우반구에만, 오른쪽 시야에 들어온 ART는 좌반구에만 전달되어 간직한다.


각 반구가 받아들인 데이터는 이후의 질문에 각각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좌반구가 제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리뇌 환자들은 “무슨 단어를 보았습니까?”라는 질문에 좌반구가 갖고 있는 데이터인 “ART”라고 답변하는 것이다. 반면에 단어를 왼손으로 짚어보라고 요구했을 때는 우반구가 왼손을 제어하기 때문에 우반구에 저장된 ‘HE’를 가리키는 것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림을 보고 분리뇌 환자들은 아래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까?



“위 그림에서 보이는 것을 말해보시오.”

“위 그림에서 본 것을 왼손으로 가리키시오.”


좌측 시야(우반구)에 들어온 것은 시계, 우측 시야(좌반구)에 들어온 것은 모자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분리뇌 환자는 모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분리뇌 환자는 시계를 가리킬 것이다. 오른손으로 가리키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맞다. 아마도 분리뇌 환자는 모자를 가리킬 것이다.

 


좌반구와 우반구가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기능을 한 대도 그 둘은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뇌량이 연결되어 있어 각 반구가 받아들인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다른 쪽 반구로 전달할 수 있는 우리와 달리, 뇌량이 절단된 사람들은 이러한 정보의 공유가 일어나지 않는다. 두 반구는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고, 두 반구의 연결은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참고문헌

데이비드 G. 마이어스, C. Nathan DeWall. (2016). 마이어스의 심리학개론서울시그마프레스.

de Haan, E. H., Corballis, P. M., Hillyard, S. A., Marzi, C. A., Seth, A., Lamme, V. A., ... & Pinto, Y. (2020). Split-brain: what we know now and why this is important for understanding consciousness. Neuropsychology review, 30, 224-233.

Wolman, D. (2012). A tale of two halves. Nature, 483(7389), 26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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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10 01: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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