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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입니까? 방관자입니까? [2] - 방관자 효과: ‘나 말고 누군가가 대신하겠지’
  • 기사등록 2024-05-17 18:38:48
  • 기사수정 2024-05-17 20: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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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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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비아 대학의 비브 라텐, 그리고 미국 뉴욕 대학의 존 달리 교수는 ‘방관자 효과’가 실재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토론실에서 한 학생이 갑작스럽게 간질 발작을 일으켰을 때, 실험 참가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토론실에 한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사람이 타인을 도울 확률은 85%였다. 그러나 5명으로 그 수가 늘게 되자, 해당 확률은 31%로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즘 누가 남의 일에 끼어들어요?”

 

 

해당 실험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사람들은 집단으로서 존재할 때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주겠지.”라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줄어드는 ‘방관자 효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실험의 결과는 이러한 두 가지의, 어쩌면 씁쓸한 사실들을 실험으로 입증해 보인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방관자 효과’는 실제로 존재한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많을수록,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범행을 신고할 확률은 떨어진다. 서로서로가 도움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고만 하기에 동등한 협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공익’이 가진 딜레마인 것이다. 

 

미국 사회에 대단히 큰 충격을 안겨준 키티 제노비스 사건 발생 이후, ‘제노비스 신드롬’과 ‘방관자 효과’등의 심리학 용어가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 여러 범죄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옆에서 누군가 죽어가도 방관하는 차가운 사회(the cold society)’를 상징하는 이 용어들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고는 한다. 





“나는 살인을 봤고, 살인자는 나를 봤다”

 

 

정의가 사라진, 메마르고 각박한 현대 사회.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만약 당신이 살인 현장을 목격한다면 신고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목격자가 많을수록 ‘방관자 효과’,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제보율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사회의 현실적인 무관심과 공포를, 우리는 애써 모른 척 외면해 왔던 것이 아닌가.

 

흔한 범죄 영화 속에서 한 명쯤, 항상 등장하곤 하는 끔찍하도록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있다. 살인 사건과 그 해결보다, 그 사건이 외부로 알려져 근처 건물과 땅의 시세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런 캐릭터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은 우리 사회 속의 집단 이기주의의 양상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며,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당신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로 볼 때는 이기적이라고 얼굴을 찌푸렸던 그들의 행동과 모습이, 현실 속 우리의 모습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있는가? 사회 속의 지독한 이기주의에 익숙해진 우리는, 스스로를 둘러싼 ‘현실적 문제’에 대해 다시금 직면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최근 우리네들이 타인의 위험을 외면하는 현상은 주변의 목격자와 상관없이 ‘내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면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제노비스 신드롬(방관자 효과)’과는 다르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사람들이 남의 일에 나섰다가 피의자로 몰리는 등 본전도 못 찾는다는 걸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충분히 학습한 상태”이고, “과거 제노비스 신드롬처럼 ‘나 말고 누군가 도와줄 거야’라는 수세적인 방관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학습된 외면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 대한민국 국민의 약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금 이 순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나의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정말 사건이 일어나서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저 장난이라 치부하고 넘기거나 무시해 버릴 수도 있으며, 다른 누군가는 걱정은 하거나 내다 보기는 하더라도 범인의 보복이 두려워서, 혹은 뒷일이 귀찮아서 등등의 이유로 신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두려운 것은, 대부분은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는, 씁쓸하고 뼈아픈 우리 사회의 현실이자 민낯이 바로 이런 모습인 것이다. 

 

물론 안전망이 없는 현실에서, 타인의 일에 개입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 부담이 큰일이다. 나와 내 가족들만 챙기기에도 급급한 현실에, 나의 이웃까지 챙기기란 너무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신고하지 않는다면, 범죄자는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추가 범행의 피해자가 내 사랑하는 가족이 될 수도, 당사자인 내가 될 수도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이 부조리하다고 해서 팔짱을 끼고 서 있을 수는 없다.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_까뮈

 




참고문헌

송재빈. (2019). 그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휴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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