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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 ]



수련회, 놀이동산, 캠핑, 때로는 해외까지. 학교에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말로 듣는 수업이 아닌,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현장 체험학습’을 가 보았을 것이다. 체험학습을 통해 교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을 느끼고, 암기와 시험 등으로 정형화된 형태의 학습에 익숙한 아이들의 정서를 환기하고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등 다양한 것들을 얻을 수 있지만 교육과정상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요소는 아니다. 해당하는 과목,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편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체험학습을 통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는 학교생활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학교에서 체험학습 일수를 줄이거나 실시에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1일 경기 양주시의 A 초등학교에서는 현장 체험학습 시행을 두고 교사 노조와 학교운영위원회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교사들이 천막 농성을 진행했다. 인천 교사노조 사무처장은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장 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나면 담임교사가 온전한 책임을 진다. 사명감만으로 학생을 인솔해 체험학습을 가야 하는 것이 현재 교사의 상황”이라고 발언하며 현장 체험학습에 따르는 교사의 과중한 책임과 리스크를 토로했다. 이에 반해 학부모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 측에서는 현장 체험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거부하는 교사들을 직무 유기 및 아동학대로 고소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사건이 터지며 실제로 현장 체험학습 계획을 축소하는 학교의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현장 체험학습은 교육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에 교사와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확립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본문에서는 현장 체험학습이 학생들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서술하고자 한다.



체험학습, 단계가 높아질수록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듀이는 “모든 진정한 교육은 경험을 통해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험이 교육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경험을 말 그대로의 ‘교육’으로 바꿔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체험학습은 장소와 활동 내용 외에도 교육 목적 등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하에 이루어진다. 내용과 활동 수준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누어진다.


1단계는 수동적 단계로,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거나 동물원을 방문하는 등 체험이라기보다는 감상에 가까운 활동이다. 대체로 관람 일지나 감상문을 작성하는 등의 활동이 뒤따르며, 안전사고의 위험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2단계는 분석적 단계이다. 자신이 직접 현상을 탐색하고 조사하는 활동으로, 숲을 체험하며 나무의 모양을 관찰하거나 풍경을 그려보는 등이 있다. 3단계는 생산적 단계로, 스스로 활동을 계획하고 산출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후 4단계는 발전적 단계, 5단계는 개인적 성장 단계로 이어진다. 1단계에서 5단계로 갈수록 학생들의 자아 정체감과 자신감 획득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학생 본인이 지게 되는 책임과 노력의 무게도 더해진다.



현장체험학습으로 얻는 이익은?


한 논문에서는 현장 체험학습으로 인한 이익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교과목에 대한 이익이다. 교실에서 배운 단편적이고 추상적인 지식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더욱 잘 기억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체험의 측면이 많을수록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두 번째는 특정 교과목뿐만이 아닌 학습과 개인이 가져야 하는 전반적인 능력의 향상이다. 이 능력에는 사고, 전략이나 자신감, 협동 능력 등이 포함되는데, 단순한 강의 형식의 수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 해결력을 기르며 내면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잠재적 이익인데, 여기에는 교사와의 관계 향상, 진로나 즐거움 경험에 따른 삶의 질 향상 등이 해당한다.



행복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결국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수록 학습과 개인적 성장에 더욱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장 체험학습이 축소되고, 비교적 안전한 활동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향성이 생겨난 수많은 원인 중 하나는 실제로 교사에게 부여된 과도한 책임일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을 위해 세세하게 절차를 밟으며 활동을 계획해도 사고가 발생하면 인솔 교사에게 질책과 징계가 내려지는 상황 속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책임을 분담하거나 일정 부분 면제하는 등의 법안과 함께 무엇보다도 학생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보다 명확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참고 문헌

김영진. “몸으로 부딪히고 가슴으로 느껴보고 머리로 생각하는 체험학습의 가능성”. 학교도서관저널. 발행일: 2012. 04. 01.. https://www.slj.co.kr/bbs/board.php?bo_table=education&wr_id=96&page=25

김영현. “악성민원 시한폭탄 된 현장체험학습”. 한국교육신문. 발행일: 2023. 10. 10.. https://www.hangyo.com/news/article_print.html?no=100044

김지예. ““소풍 갔다가 법정 설라”…요즘 학교 체험학습 줄이는 이유[에듀톡]”. 서울신문. 발행일: 2024.05.24..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081/0003453118?type=series&cid=2000199

류수연, 이종원. 2017. “초등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하는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지, 25(2), 59~74

윤두현. “안전장치는 뒷전? 현장체험학습에 학교 갈등 폭발”. 교육언론창. 발행일: 2024.05.21..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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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29 09: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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