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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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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좋아 우유 좋아 / 우유 주세요 다 주세요 /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2001년 낙농진흥회에서 우유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노래 ‘우유송’의 일부이다. 오늘날 2030세대 중 우유송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유송은 당시 귀여운 가사와 멜로디로 성장기 어린이들의 우유 소비 및 섭취를 독려하는 효과를 낳았다.

 


우유 ‘많이’ 마시세요


“우유를 많이 마셔야 키가 크지”, “우유를 많이 마셔야 이가 튼튼해져”, “몸에 안 좋은 음료수 말고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해”

 

필자는 유년 시절부터 주변 어른들에게 늘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한다고 배워왔다. 우유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특히 우유에 함유된 콜라겐과 칼슘, 비타민 B2는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만들어 아동의 성장 및 골격 건강을 지켜주는 완전식품으로 익히 알려져 왔다.

 

과거 일부 지역의 학교들은 유·무상 방식으로 우유 급식을 진행했으며 모든 학생은 매일 1인당 1팩의 우유를 마셔야 했다. 만일 우유를 마시지 않고 버릴 경우 선생님께 혼나거나 나머지 청소를 해야 했기에 당시 우유 소비 및 섭취는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 이 외에도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 우유 소비를 권장하는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등 우유는 많이 마실수록 좋은 것을 넘어, ‘많이 마셔야 하는 식품’이 되었다.

 


우유 해악론의 등장


책「우유의 역습」(2009)은 우유에 관한 사회적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프랑스 출신의 과학전문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티에리 수카르는 인간이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과체중, 당뇨병, 알레르기 등 만성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유에 포함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의 여성호르몬이 유방암 발병 요인이자 우유의 성장인자가 전립선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2014년 10월 스웨덴에서 발표된 우유 연구 결과는 또 한 번의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연구 결과 인간이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암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 나아가 사망 위험도가 함께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일각에서 ‘우유 해악론’이 제기된 것이다. 이 밖에도 낙농계 공장형 생산 시스템(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소의 몸체에 성장 호르몬 유도제 투입 및 유전자 조작을 시도하는 행위 등)은 우유가 우리 몸에 가하는 해악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우유를 ‘많이’ 마신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우유를 ‘많이’ 마시고 있다. 지난 1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유 소비량은 430만 8350t에 달했으며 국민 1인당 우유 및 유제품 소비량은 원유 환산 83.9kg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내) 연간 우유 소비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감소한 수치이나 많은 소비자가 우유를 ‘계속해서’, ‘많이’ 섭취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서 여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밝혀진 우유의 해악에도 불구하고 왜 우유를 계속 섭취하고 있을까? 물론, 일부 사람들은 우유가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가능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쉽게 간과할 수 있다. 또한 위와 같은 문제가 우유 자체가 아닌 인간의 지나친 영양 섭취 행위에서 비롯됐다며 논란을 일축하는 견해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군중 심리’와 연관하여 심도 있게 논하고자 한다.

 


우유와 군중심리


군중심리란, 개인이 군집(群集)의 한 일원이 되었을 경우 일어나는 독특한 심리상태로서 이는 개별 주체의 일상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의 범위 밖의 이상 행동으로 발현된다. 예컨대 군중 속에 일체화되어 자기의식을 잃는 행위, 자신의 소속 집단 내 한정된 정보에 기반한 상상과 억측, 감정의 고조와 이성의 약화로 인한 비합리적인 판단 등이 있다. 

 

우유는 앞서 인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이 상세히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국내 우유의 소비 및 섭취량의 유지로 이어지고 있는 궁극적 이유는 군중심리에 기반한다. 이는 우리 사회 내 교육계, 과학계, 의료계 종사자들부터 ‘우유가 (무조건적으로) 건강에 좋은 완전식품’이라는 잘못된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해당 현상이 다수의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고 시민사회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발현되고 있다. 

 

만일 교육 현장에서 우유가 신체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여러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 제대로 짚어주는 선생이 존재한다면, 우유의 본질을 보다 객관적 시선에서 분석하고 탐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가 존재한다면, 우유가 환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여러 영향력에 대해 심도 있는 조언과 견해를 제시하는 의사가 존재한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정말 많은 지점에서 변화와 개혁을 이루고 있지 않을까?

 


맺으며


지금까지 ‘군중 심리’의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우유 해악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서술했다. 필자는 우유를 소재로 잘못된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 집단의 이면’을 지적하고자 했다. 나아가 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지 못한 채 그저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관, 견해, 이념, 인식, 지식, 정체성 등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우매한 군중의 일원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경향신문, [Website], 2009, 우유가 골다공증과 암을 유발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0910231729235

서울경제, [Website], 2009, “완전식품? 우유의 효능 너무 믿지마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2031135?sid=103

국제신문, [Website], 2015, 우유 해악론? 제대로 먹으면 걱정 없어요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800&key=20150206.22019185709

동아일보, [Website], 2024, 값싼 멸균우유 수입, 3년새 3.3배로… 국내 원유 값은 또 오를 듯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611/125381058/2

문화뉴스, [Website], 2024,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가진 국산 우유

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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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03 21: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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