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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허정윤 ]


살면서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화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을 한 번씩은 느껴봤을 것이다.

예전에 입시 공부를 할 때 어떤 수학 문제를 두 시간 동안 고민했는데 답이 나오지 않아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나는 화가 별로 없는 편인데, 이때는 인생에서 가장 화가 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분노에 치를 떨었다.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는데,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주먹으로 무언가를 내려치거나 무언가를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 생각을 잠재우느라 다리를 막 떨었고 책상이 흔들려 옆에서 공부하고 있던 사람이 의아스럽게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화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화가 날 때 우리 몸은 여러 변화를 겪는다. 

먼저 심박수가 올라가며 이로 인해 혈압이 높아진다. 


또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화라는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들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한데, 보통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콩팥의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며, 외부의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에 맞서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분비되어 포도당 수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노화와 질병을 부르는 호르몬이며, 부정 감정들을 느낄 때 분비되므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하지만 ‘화’라는 감정을 느낄 때는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오히려 줄어들고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몸의 에너지가 올라간다.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느낄 때는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나 힘이 없지만 화가 나면 오히려 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어 짜릿하게 힘이 솟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뇌에서 화를 인식하는 방법


그렇다면 세 번째로, 화가 날 때 뇌에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신경 활동을 왜곡하는 자율 반응의 행동 변화를 통해 인지 처리의 효율성을 낮춘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감정은 뇌의 ‘편도체’라는 부위에서 처리되는데, 화 또한 이 편도체를 활성화한다. 화가 나면 원래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사고 회로가 일시적으로 마비되게 된다. 

이를 ‘편도체 납치’라고 하는데, 편도체 납치 시에 감정 조절을 하는 뇌 활동이 차단되고 편도체가 뇌를 지배한다. 또 이성적인 생각도 잘 들어오지 않게 되고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에 상대방에게 윽박지르거나 주먹을 휘두르게 되기도 한다. 



안와전두피질은 화의 가치를 계산하는 역할을 한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을지 계산해 그 판단에 따라 화를 내거나, 멈추게 된다. 

배외측 전전두엽은 화를 바로 내는 것이 아니라 참고 조절할 수 있게 한다. 

‘당장 너무 화가 나지만, 이를 바로 분출하지 말고 참고 기다려보자.’ 하고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것이 배외측 전전두엽의 역할이다.


화가 났을 때 안와전두피질과 배외측 전전두엽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 화를 주체할 수 없게 되어 편도체 납치의 현상을 겪고 화를 분출하는 것이다.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의 경우, 뇌에서 안와전두피질과 배외측 전전두엽이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기는 하지만, 화는 우리 자신에게도,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화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뇌에서 감정 회로보다는 이성적인 사고 회로가 잘 작동해 화를 적절히 조절해줄 수 있도록 인지 행동 치료 등의 방법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 Berkowitz, L. (1999). Anger. In T. Dalgleish & M. J. Power (Eds.), Handbook of cognition and emotion (pp. 411–428). John Wiley & Sons Ltd.

- Spielberger, C. D., Reheiser, E. C., & Sydeman, S. J. (1995). Measuring the Experience, Expression, and Control of Anger. Issues in Comprehensive Pediatric Nursing, 18(3), 20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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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15 20: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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