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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가 심리학을 이용하는 방법 (2) 사이비과학, 그리고 심리테스트와 음모론
  • 기사등록 2024-07-22 09: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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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수민 ]




저번 기사에서는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이비는 겉으로 보기에는 진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진실을 왜곡하고 그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는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해서 심리학이라는 무기를 사용한다. 사람의 내면을 파악하고 약점을 잡아서 그들을 교주에게 종속시키기 위해서는 심리학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유사과학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비 과학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도록 조성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사이비과학이란?



7월은 정말 무더운 계절이다. 선풍기를 틀지 않고는 잠들 수 없을 만큼 덥다. 이때 생각나는 말이 있다. 한동안 문을 닫은 채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는 말이 떠돌아다녔다. 선풍기는 단순히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일 뿐, 산소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질식할 이유가 없음에도 몇몇 사람들은 이 말을 믿었다. 이외에도 건강에 좋은 음이온, 전자파 차단 스티커, 게르마늄 팔찌 등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거짓말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믿는다. 사이비 과학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가짜 지식을 알리고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만든다.


사이비 과학 혹은 유사과학은 영어로 Pseudoscience라고 하며 Pseudo는 ‘거짓말’, Science는 ‘과학’이라는 뜻이다. 즉, 거짓된 과학을 나타낸다. 사이비 과학은 과학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과학적인 것으로 포장되어 있다. ‘과학’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실험이나 관찰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반증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사이비 과학은 반증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반증된다고 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이비과학과 심리테스트



인터넷에는 수많은 심리 테스트들이 떠돌아다닌다.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테스트부터,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인지로 나누어 창의력을 검증하기도 한다. 이런 인터넷 심리 테스트들도 대표적인 사이비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은 사고와 주관에 따라 정의하는 학문이 아니다. 심리학은 언제나 과학적인 측정과 연구를 통해 가설을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뢰도와 타당도의 개념을 활용한다. 신뢰도는 그 심리검사가 일관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인지 본다. 타당도는 그 심리검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적절하게 얻을 수 있는지 보는 것이다. 심리학자가 주관하는 심리검사들은 이 신뢰도와 타당도를 만족하지만 인터넷 심리 테스트들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심리테스트 중 어떤 것은 신뢰도를 만족할 수도 있다. A 항목을 고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답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당도는 만족하지 못한다. 무더운 여름에 어떤 음료를 마실지 고르는 인터넷 심리테스트가 있다고 하자. 그 심리 테스트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른 사람은 평범한 사람,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고른 사람은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그 이유는, 사이코패스인 사람은 평범한 사람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음료를 고른 것은 취향의 문제이지, 사이코패스를 판별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인터넷 심리 테스트들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을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공포를 이용하는 사이비과학



이전 기사에서 우리는 사이비 종교가 사람의 ‘불안’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몇몇 사이비 과학의 경우에는 ‘공포’, ‘두려움’을 이용한다. 과학이 모든 것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것들에 대해 공포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은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사이비 과학을 믿는다. 사이비 과학은 표면적으로나마 그 의문들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후 위기 음모론, UFO 괴담이나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 퍼진 많은 음모론들이 있다.


사람들은 사이비 과학을 왜 믿을까? 현대사회는 정보의 홍수라고 할 만큼 온갖 정보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 정보가 믿을만한 것인지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어렵지만 진실한 과학적 정보보다는, 입맛에 맞고 쉽고 간편한 사이비 과학을 믿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모두 팬데믹 때 경험했다시피 공포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사이비 과학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이비 종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의심과 논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과학적 사고방식의 기본이기도 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사이비 과학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이비 과학은 사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가짜 과학이다. 세상에는 진짜 과학과 가짜 과학이 섞여있고, 무수한 정보들 속에서 무엇이 사이비 과학인지 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의심과 반증을 통해 논리적으로 판단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우리에게 거짓된 정보를 전달하여 혼란을 일으키는 사이비 언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안문영, & 이준기. (2023). 예비과학교사들의 유사과학에 대한 인식의 탐색: 개인적 경험 사례와 은유적 표상을 중심으로. 과학과 과학교육 논문지, 48(1), 23-41.

주철현. (2024.02.08). 공포심이 부른 인포데믹…유사과학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겨례.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27774.html?utm_source=copy&utm_medium=copy&utm_campaign=btn_share&utm_content=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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