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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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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열어섯 살에 인생이 결정됐다

 

 그는 열여섯 살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가장 친했던 동생 역시 같은 사건에 휩쓸려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보다 나이가 어렸던 동생은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26년, 그에겐 교도소가 삶의 전부였다

 바깥에서 자유롭게 살았던 시간보다 감옥에서 산 시간이 더 길다.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갖는 그런 평범한 삶은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열여섯에 저지른 범죄가, 한 사람의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것이 과연 정의라고 할 수 있는가? 

정말 그에게 또 다른 기회란, 영영 주어져서는 안 되는 것일까?





소년법이 없는 세상


 

소년범죄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때마다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주장은 항상 제기되어 왔다. 

그렇다면 소년법이 폐지된 세상은 과연 어떨까? 

 

그전에, 우리 모두가 알아 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또한 간과하고 있는,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 조항이 형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이 형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년법만이 폐지된다면, 만 14세 미만 소년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국가에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법의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차라리, 소년법 폐지론자들의 주장대로 해당 법의 폐지와 함께 형법에 규정돼 있는 형사미성년자의 개념 자체를 없애고,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가 동일한 처벌을 받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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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이 없는 세상을 떠올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더 많은 소년이 체포되고, 형사재판에 넘겨지고,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죄에 따른 벌을 받게 되므로, 그것을 정의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한편으로 소년법이 있었다면 보호 처분을 받게 되었을 소년들은 검찰청에서 기소유예로 풀려날 것이고, 소년원에 수용되었을 소년들은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 이에 분노하는 사람들 또한 생겨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더 많은 소년들에게 ‘기회’라는 것이 사라질 것이다. 성인 범죄자들이 득실대는 교도소에서 가장 어린 ‘막내’ 생활을 하며 그들은 더 전문적이고, 고차원적인 범죄를 배울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될 것이다. 또한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에도, ‘소년원’ 딱지보다 배는 무거운 ‘전과자’ 낙인이 찍혀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결국은 아이들의 재비행, 재범이 더 커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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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분노하는 여론과 별개로 현실적으로도 소년법의 폐지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적으로 국제법상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은 1991년 11월 20일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비차별, 아동 최선의 이익, 생존과 발달의 권리, 아동 의견 존중’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비준한 인권 조약이다. 형사특별법인 소년법은 이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수적이므로, 사실상 폐지란 불가능하다.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로서 보호받아야 하고, 만 18세 미만 범죄소년은 협약에 따라 사형을 제외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국회에서 비준된 국제 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따라서 소년범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은 곧,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약속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이근아, 김정화, & 진선민. (2021). 우리가 만난 아이들.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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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23 19: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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