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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수빈A]


사진 출처: Pixabay

최근에 정신 질환자의 강력 범죄 보도가 증가하면서 그들을 향한 시선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정신 질환을 이유로 감형된 판례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분노하기도 하고, 정신 질환과 범죄의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병력을 원인으로 취급해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기도 한다. 실제로 정신 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편, 정신 질환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제작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극 중 재미를 위해 과장된 부분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과연 정신 질환의 대중 매체의 노출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부디 전자이길 바라면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다.



언론 보도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대중 매체의 범죄 보도에 정신질환이 함께 언급되면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이 2022년에 발표되었는데, 가이드라인에 소개된 다섯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용어 사용 유의 2. 정신질환 관련 언급 최소화 3. 정신질환과 범죄의 인과관계 확정 금지 4. 정신질환 관련자 등의 의견 포함 5. 예방 및 회복 가능함과 도움 요청 정보 언급 

 

이후 가이드라인 도입 전·후 1년의 기사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정신 질환 보도 가이드라인의 도입이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박소혜, 김선자, 서미경, 2024). 특히 원칙 5의 준수율이 0%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연구진은 이를 의무 사항으로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언론 보도에서 정신질환의 예방과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꾸준히 언급한다면, 사회적 낙인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요즘 사이코패스, 강박 장애 등 심리학 소재의 창작물이 아주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다룬 작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채아(2023)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증인’과 드라마 ‘굿 닥터’,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표현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분석했다. 영상 미디어 속 그들은 천재적인 이미지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거나 비장애인과 연애하는 등 다소 미화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처한 어려움을 보여주기도 했고, 사람들에게 존중과 인정을 받으며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정신 질환 소재의 창작물은 약간의 과장이 들어갈 부분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들어갈 부분을 균형 있게 녹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나 드라마는 대중이 자주 접하는 미디어인 만큼 사회적인 여론이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대중 매체 활용, 어떻게?


사진 출처: Pixabay

미디어가 활성화된 시대에 정신 질환의 대중 매체 노출을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더더욱 바람직하게 대중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 생산자든 소비자든, 대중 매체에서 접하는 정신 질환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이전에 긍정적인 영향도 있음을 확인했으니, 그것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박종호, 이현심(2019)은 대중 매체의 역할 강화와 보완할 내용을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제안했다. 첫째, 사회적 차원에서 대중 매체는 정신 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숨겨야 할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 구체적인 조직 상황(기업, 학교, 가정)에서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셋째, 개인적 차원에서 대중 매체는 정신 질환자가 불치병이 아니라 충분히 완화되거나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잦은 노출, 올바른 교육과 함께


자주 노출된 자극이나 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현상인 단순노출효과는 처음부터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으면, 호감은커녕 그 대상이 더욱 싫어진다는 부작용이 있다. 필자는 이번 기사의 주제인 정신 질환의 대중 매체 노출이 이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맥락과 내용으로 정신 질환을 언급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또한 대중 매체의 활용과 더불어 정신 질환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신 질환자의 범죄 보도 등을 먼저 접하게 되면, 당연히 부정적으로 편향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그렇게 굳어진 인식을 바꾸기도 어렵다. 따라서 사람들이 정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김나희, 2021). 필자는 이러한 노력들이 편견을 존중으로 바꾸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출처

박소혜, 김선자, 서미경. (2024).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도입 전·후 정신질환에 대한 언론 보도 양상. 사회과학연구, 35(2), 283-302, 10.16881/jss.2024.04.35.2.283

이채아. (2023). 영화와 드라마 속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인식: 장애이론모델을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 학위논문 저장소.

박종호, 이현심. (2019). 정신질환자에 대한 태도와 인식 개선을 위한 대중매체 활용 방안 연구.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 20(4), 250-263.

네이버 지식백과. (연도미상). "단순노출효과"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0942&docId=3440271&categoryId=31531

김나희. (2022). 유튜브 콘텐츠를 활용한 대학생의 정신장애 인식개선 효과성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숭실대학교]. 숭실대학교 학위논문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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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29 20: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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