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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연 ]

 

여러분이 형사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어린 아이라면, 그 아이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라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믿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어린 아이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불안하고 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기를 바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의 말을 청소년이나 성인의 것처럼 신뢰하지 못하는 데에는 아동의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특징들이 영향을 미친다. 아동은 신체적-정신적-인지적 그리고 사고적으로 발달이 덜 이루진 상태이다. 이러한 발달 단계 특성 상 아동의 증언 능력은 증언의 신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언어 능력, 피암시성, 회상 능력,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 등이 아동의 법정 증언에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특성들이다(김재연, 이재연, 2000; 곽금주, 이승진, 2012; 박종선, 2006, 이승진, 2012).

 

그럼에도 유일한 목격자인 아동의 증언은 사건의 중요한 증거로서 반드시 채택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찰과 부모를 비롯하여 주변에서 어떤 태도와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칼 무기 위협 여자 지하도 범죄와 형사 - 아동 범죄 뉴스 사진 이미지

 

후암동 방화 살인사건


아동의 증언 능력에 대한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증언이 범인 검거 및 사건 해결에 큰 실마리를 제공하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해당 기사에서는 대한민국 사법계 역사상 최초로 아동의 증언을 증거로 채택한 사건인 후암동 방화 살인사건을 다루고자 한다. 

 

사건은 1996년 8월 23일 새벽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의 어느 다세대주택 3층에서 발생했다. 화재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당시 4살이었던 A양을 구출했고, 아이의 엄마를 구출하려 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A양과 엄마의 이마에서 피가 나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살해 후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용의자를 찾기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현장이나 유류품이 아닌 A양으로부터 “애기 아저씨”라는 뜻밖의 단서가 나왔다. 

 

A양의 일관된 진술로 용의자가 특정되었지만 검찰은 4살짜리 아이의 증언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하였다. 하지만 사건 발생 2년 후 6살이 되어 충분히 말을 할 수 있게 된 A양의 증언을 인정하여 법원은 사건의 범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혼 및 양육권 자녀 개념. 책 배경에 망치와 가족 실루엣. - 아동 법정 뉴스 사진 이미지

 

아동의 증언의 신빙성을 높이려면?


아동은 부족한 언어 능력과 기억 용량의 한계 등 발달 상의 특성과 사고 당시의 충격 그리고 높은 피암시성 등으로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받는다. 여기서 피암시성이란 타인의 암시, 또는 사건 이후의 정보를 기억 속에서 재구성하는 정도로, 아동은 개연성이 있는 내용을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암시하면 실제 일어난 것이 아님에도 실제로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다. 

 

아동의 증언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에서도 피암시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면접 횟수를 제한하고 유도질문을 하지 않으며, 회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며 우호적인 태도로 인내심을 가지고 아동을 대해야 한다. 또한 아동이 증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여 정확한 기억을 산출해내고, 조사 과정에서의 2차 가해를 방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면담자의 지지 정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면담자는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지적인 태도로 면담을 진행하며, 개방형 질문을 사용해 아동의 회상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부모의 동석, 어려운 법률 용어의 사용 자제, 편안한 환경 제공 등 아동이 목격했던 사건의 내용을 정확하게 진술하면서도 그 과정에서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강민희 (2001). 허위정보 제시와 피암시성을 통제한 맥락단서 제시가 아동의 회상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1-67

곽금주, Omstein & 이승진 (2019). 면담자의 정서적 태도 및 아동의 개인차 특성이 아동의 자발적 회상과 암시적 정보의 저항 수준에 미치는 영향. 과학수사학회지, 13(1), 33-42.

곽금주, 김연수 & 이승진 (2015). 면담의 환경적 특성 및 아동의 의도적 통제 수준이 아동 기억의 정확성에 미 치는 영향. 인간발달연구, 22(1), 167-193.

맹세호 & 이승진 (2019). 총설: 범인 및 용의자 식별 진술조사 맥락에서 아동 피암시성에 대한 고찰. 한국과학 수사학회, 13(2), 102-116.

이승진 (2021). 아동의 피암시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차 요인에 관한 서술적 고찰 연구. 과학수사학회지, 15(1), 33-53. 

[네이버 지식백과] 아동 증언 [child testimony]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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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8-01 23: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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