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윤서정 ]



오컬트 영화’의 경계적 특징


영화는 근대의 산물처럼 느껴진다. '근대'라는 단어를 단순하게 전근대의 반대 용어로 사용한다면 말이다. 영화의 발명은 기술의 발전을 전제로 한다. 영화가 발명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살펴보자면 첫째, 휘어질 수 있는 감광판(필름)이 발명되어야 하고, 둘째, 감광판 자체가 일정한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카메라가 발명되어야 하고, 셋째, 찍힌 연속사진들을 통해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도록 이 사진들을 카메라 내부에서 이동시키면서 영사할 수 있는 영사기가 발명되어야 한다. 

 

이렇게 영화는 인간 중심의 이성과 논리를 주창하는 시대적 상황과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 탄생했고, '눈에 보이는' 이미지들로 말하는 현대예술이다. 눈에 보이기 위해서는 빛과 인간의 이성, 논리가 함께해야 한다.

 

'오컬트'란 무엇일까? 옥스포드 사전에서 검색해보면 오컬트란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그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쫓으며 인간의 이성과 논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영역을 오컬트라고 칭하는 것이다.

 

<검은 사제들>을 비롯한 오컬트 영화를 다수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자신의 최근작 <파묘>(2024)에서 무당 캐릭터 이화림의 입을 빌려 오컬트의 영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빛에 비쳐 보이는 것만 믿지만 사실 어둠 속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귀신, 악마, 요괴, 도깨비, 여러 가지로 보이는 그것들은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오고 싶어하지만 나올 수 없다. (중략) 그때는 빛과 어둠, 과학과 미신 그 사이에 있는 나를 찾는다." 오컬트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어둠의 영역이자 인간의 이성과 논리와는 반대되기에 전근대적인 학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오컬트 영화'는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영역의 경계에 서 있다. 빛과 어둠 사이 경계에 있는 무당, 구마사제 등의 인물들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는 어둠의 영역인 오컬트를 보이는 빛의 영역인 이미지로 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컬트 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갖는 포지션과 영화 속 주인공들은 영화 자체가 갖는 포지션과 꽤 비슷하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그 경계에 서서 자신들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제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영화는 교단의 눈 밖에 난'김 신부'가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현대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에 시달리는 여고생 '영신'을 구하기 위해 자신만의 계획을 준비하는데, 그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보조 사제가 필요하자 모두가 기피하는 가운데 '최 부제'가 선택되며 '영신'을 구하기 위한 두 사제의 감정과 직업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빛과 어둠의 ‘경계’


영화는 대비감을 주는 연출을 통해 경계에 서 있는 인물들을 직관적인 이미지로 풀어낸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김 신부와의 첫 대면 만남 전, 밤에도 낮처럼 밝은 거리와 건물들 사이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최 부제의 장면이다. 명과 암의 대비를 직관적으로 강조한 장면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 부제에게 김 신부를 처음 실제로 만난다는 건 본격적으로 보조사제로서 어둠의 영역을 살피는 것이기에 그는 밝은 번화가를 뒤로한 채 어두운 그늘에 위치해 있다. 그 장면 이후 최 부제가 김 신부의 전화를 받고 다시 밝은 번화가로 나가 삼겹살 집에서 그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김 신부와 최 부제의 대면이 단순히 구마사와 보조사제로서의 일적인 만남이 아닌 인간의 영역에서의 인간으로의 만남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이 장면 외에도 영화는 곳곳에서 명과 암의 대비를 직관적으로 활용한다. 영신이 있는 곳도 밝은 번화가 사이 골목 안 그늘진 곳이다. 신학대학에서 보조사제로 선택되었다는 말을 듣는 최 부제를 찍은 클로즈업 샷엔 반은 그늘이 드리워져있고, 반은 빛을 받고 있다. 김 신부가 함께 구마의식을 행해오던 정 신부에게 ‘사령’이 깃들었음을 알고 구마의식을 진행하려 하는 장면에서는 그 전까진 환했던 병실이 구마의식을 준비하고 커튼을 치자 금세 노란 빛으로 어두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명암 대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은 <검은 사제들>이 갖는 오컬트 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성과 등장인물들의 특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영화가 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다룸으로서 조성되는 호러와 서스펜스의 분위기에 맞게 긴장감과 반전을 연출할 수 있기도 하다.

 

 

결국 빛과 어둠의 대비를 나타내는 직관적 이미지의 연출을 통해 본 경계성의 부각은 영화의 장르적 포지션에도, 내용적인 부분과도 조응하는 셈이다. 빛을 이용해 어둠을 드러내는 오컬트 영화처럼 명암을 통한 연출은 빛을 등에 업고 활용하며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고 고독한 싸움을 이어 나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걸맞기도 하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고 자신 또한 위기에 처할지라도 어둠을 들여다보길 주저하지 않은 누군가의 싸움은 빛과 어둠, 그 어떤 영역에서 보든 간에 꽤 인상적이었다. 

 



참고문헌

1)박상우. (2013). 사진에서 영화로: 마레가 영화의 발명에 미친 영향. 한국사진학회지 AURA. 30권. 75-91p

2)장재현. (Director). (2024). 파묘[Film]. Showbox.





지난 기사보기

무력감을 이겨내는 연대의 가능성

믿고 싶은 걸 믿는 시대

'세 줄 요약', '스크롤 압박'... 긴 글 읽지 않는 사회의 위험성

우리가 기후 위기를 외면하는 이유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9250
  • 기사등록 2024-10-22 00:15:0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