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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재현 ]


여름 방학 동안 필자는 프랑스 파리를 여행할 기회를 가졌다. 처음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감상할 때는 “감흥도 없고, 사진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았을 때는 앞선 경험과는 달리 흥분과 떨림을 느꼈다. 우리는 가끔 너무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거나 들을 때 “숨 막히게 아름다워”라거나 “저 작품이 내 심금을 울렸어!” 같은 표현을 하곤 한다. 과연 이러한 감정이 실제로 우리의 신체적 반응 변화를 일으키는 것일까?




스탕달 신드롬 (Stendhal Syndrome)


스탕달 신드롬은 19세기 유명 프랑스 작가 마리 앙리 벨 (필명: 스탕달)이 이탈리아 기행 중 경험한 일에서 유래되었다. 스탕달은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의산타 크로체 성당을 방문하여 화가 지오토(Giotto)의 작품을 감상한 후, 일시적으로 호흡곤란, 현기증, 그리고 가슴 떨림과 같은 신체적 이상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저서인 <나폴리와 피렌체-밀라노에서 레조까지의 여행 (Rome, Naples et Florence)>에 이를 기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989년이탈리아 정신과 의사 그라지엘라 마제리니 (Graziella Magherini)는 본격적으로 스탕달과 유사한 경험을 한 106명의 환자들을 연구하면서 스탕달 신드롬을 특정 예술 작품을 감상한 후 육체적 및 심리적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스탕달 신드롬은 플로렌스 신드롬 (Florence Syndrome) 또는 미적 질병 (Aesthetic Sickness)이라고도 불린다.



증상 및 치료법


스탕달 신드름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가슴 통증, 빠른 심박수, 두통, 환각, 불안, 호흡 곤란, 그리고 의식 상실이 있다. 이 증상들은 대부분 일시적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불안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의사 상담하는 것이 추천되며, 치료 방법으로는 인지 행동 치료, 신경안정제 복용 등이 있다.



유병률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없으므로, 흔한 질환이라고 말할 수 없다. 1979년에 피렌체 관광객을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고전 작품을 감상한 관광객에게많이 발병했으며, 20~40대 연령층과 소규모 집단에게서 특히 더 많이 증상이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혼 성인의 유병률이 더 높다는 결과도 도출되었다. 2018년과 2020년의 연구들에 따르면, 시각적 예술과 관련해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도시인 유럽에서 높은 발생률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탕달 신드롬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예민성과 감정


수많은 학자들은 명확한 병인을 설명할 수 없지만, 낯선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시차 적응 장애, 수면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처음 증상을 언급한 스탕달이 문학가라는 사실이다. 흔히 예술가들은 일반인들보다 감수성이 더 예민한 성향을 가진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민감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의 처리 방식이 다르게 나타나며, 이는 뇌 네트워크의 발달로이어져 높은 창의성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추가적으로, 예술 전공 학생들을 연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예술계 학생들은 일반계열 학생들에비해 높은 정서적 민감성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일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 등 여러 심리 질환에 더 취약한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초민감자를 연구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건강과 스트레스, 민감성 간의 깊이 연관성을 확인했다. 따라서 예민성이 높은사람들은 자극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이며, 이러한 반응은 육체적, 정서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현존하는 과학으로는 스탕달 신드롬의 증상을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증명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심리학 증상 지침서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DMS(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에는 스탕달 신드롬을 하나의 질환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신체적 반응을 경험한다. 예를 들면,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을 보거나 예쁜 풍경을 감상할 때, 우리도 모르게 “우와!”라는 감탄사와 함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 이다. 따라서 아름다움이 주는 강렬한 감정적 반응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의 본성과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즉, 인간은 예술과 미적인 것에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아닐 까요?




[참고자료]

1) Bamforth I. (2010). Stendhal's Syndrome. The British Journal of General Practice, 60(581), 945–946. https://doi.org/10.3399/bjgp10X544780

2) Benham, G. (2006). The Highly Sensitive Person: Stress and physical symptom report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0(7), 1433-1440. https://doi.org/10.1016/j.paid.2005.11.021

3) Bridges, D., & Schendan, H. E. (2019). Sensitive individuals are more creative.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42, 186-195. https://doi.org/10.1016/j.paid.2018.09.015

4) Cherney, K. (2022). Stendhal Syndrome: Causes, Symptoms, Treatment, and More. Healthline.https://www.healthline.com/health/stendhal-syndrome#basics 

5) 두산 백과. (n.d.). 스탕달 신드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22345&cid=40942&categoryId=31531

6) 김민주. (2011).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 법칙 101.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847508&cid=56774&categoryId=56774 

7) 안선영, 김희진, 김준홍, 김정희, & 최인호. (2012). 예술영재청소년의 정신건강 연구. https://www.nypi.re.kr/repository/handle/2022.oak/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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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29 14: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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