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
[한국심리학신문=신지아]
감정이란 무엇일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셨다면 한 번쯤 상상해 본 것이 있을 겁니다. 바로 "내 안에 감정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입니다. 물론 슬플 때는 슬픈 역할을, 기쁘면 오로지 기쁜 채로 있는 것도 감정의 역할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함께 알아볼까요?
'감정'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사전에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감정 캐릭터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실제 영화의 과학 자문을 맡았던 폴 에크만이 주장한 기본 감정들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제각기 사람의 모습을 한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등이 감정컨트롤본부에서 일하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감정은 경험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식이 감정보다 먼저라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사건이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자신의 생각, 신념 등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또 인식이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감정도 우리의 경험을 구체화 시켜줍니다. 감정을 연구했던 그린버그에 따르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적응적으로 발달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언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후에 인지와 합쳐져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는 것이 모호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정의 역할
흔히 '의사결정'이라고 하면 완벽히 이성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이성과 감정이 분리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실제로 의사결정에 감정의 역할이 아주 큽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감정과 이성을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계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철학자 플라톤에 따르면 이성과 감정은 쌍두마차를 모는 마부(이성)와 두 마리의 말(감정)이라고 합니다. 마부는 균형을 잡으며 말을 몰아야 한다는데요, 이 말은 감정보다 이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감정은 이성적인 행동에 방해되는 요소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은 이성을 흔들 만큼 큰 힘을 가졌고, 마차를 끄는 말의 역할처럼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감정은 마차를 끄는 근본적인 힘, 생각의 원동력입니다.
심사숙고를 통해 내린 결정도 감정이 완전히 동요되지 않는다면 실행력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감정의 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완전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감정은 뇌의 행동 선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식사 메뉴부터 인생의 중대한 결정까지 감정이 빠지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뇌에 감정을 담당하는 종양을 제거한 환자들을 연구한 결과, 합리적인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감정이 없는 채로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의 기능
감정의 기능 또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는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의 기분,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의 감정 등을 파악해 적절한 반응과 행동을 해야 합니다.
감정은 우리에게 위험이나 안전에 대한 신호로 작용하며,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진화론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중요한 기능을 하며, 모든 문화권에 보편적인 감정이 존재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감정은 알게 모르게 많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가졌던 감정들을 무시하지 말고, 애써 숨기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바른 판단과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
1) 한국상담학회, 상담전문가 칼럼, 삼담에서 '"감정"의 중요성, 박희석 초월영성상담학회장, 2016.11.07, https://counselors.or.kr/KOR/user/user_column.php?ptype=view&code=column&idx=77876
2) 조연주 미디어심리학자, [한 길 사람 속은?] 살면서 직면하는 감정과 의사결정, 2022.10.04, YTN 사이언스, https://m.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210041700445694
3) 정정엽 정신의학과 전문의, "뇌와 감정은 어떻게 연결될까? 느끼는 뇌", 2024.01.18, 정신의학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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