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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경민 ]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그 새로운 누군가는 그저 삶의 지나가는 수많은 타인 중 하나로 남을 수도 있지만, 혹은 친구, 연인, 직장 동료 등 나와 깊은 관계를 맺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관계의 시작점인 첫 만남은 늘 어려운 법이다. 

 

훗날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누군가와의 첫 만남을 상상해보자. 상상 속 나는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일까, 아니면 긴장하고 조심하는 모습일까? 대다수는 후자라고 답할 것이다. 

 

새로운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나 자신이 상대방에게 꽤 매력적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관계의 형성에서 첫인상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상대방의 반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그러한 모습이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상황에서 대다수는 일반적으로 ‘나는 역시 너무 말을 잘하는 것 같아.’, ‘틀림없이 나를 좋아할 거야.’ 대신 ‘아 이때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말은 기분이 나빴으려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은 내 예상보다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Liking gap: 타인에게 나는 꽤 호감을 주는 사람이다


 

사회적 상호작용 상황에서 나에 대한 상대방의 호감도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현상 ‘liking gap(호감도 차이)’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연구가 있다. 

 

심리학자 Erica Boothby, Gus Cooney는 사람들이 낯선 누군가와 대화한 후 스스로를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많은 사람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스스로 정의한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실제의 ‘나’를 비교하며 ‘내가 바보라고 생각했겠지?’와 같은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상대방은 나의 실수에 대해 나와 똑같은 관점과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된 신념에 대해 ‘liking gap’이라 이름 붙이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몇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Liking gap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현상일까?



Erica Boothby, Gus Cooney 등 4명의 심리학자가 함께한 첫 번째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처음 만난 상대방과 약 5분간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2명의 참가자로 이루어진 각 팀은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와 같은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 대화를 나누었고, 이후 각자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와 관계 지속에 대한 긍정도’와 ‘나에 대한 상대방의 호감도와 관계 긍정도’에 대해 응답했다. 

 

또한, 타고난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liking gap에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애 성향과 수줍음 정도(shyness), 거절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 자존감에 대해 추가로 설문에 응답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호감도’를 눈에 띄게 과소평가하는 모습, 즉 liking gap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수줍음 정도에 따라 liking gap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인데, 수줍은 정도가 낮은 경우 liking gap을 보고하지 않았으나 수줍은 정도가 평균 혹은 높을수록 liking gap 또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화의 상대방이 상호작용 중 확실한 호감 표현을 나타낸 경우에도 사람들은 그러한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liking gap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러한 현상은 앞서 언급했듯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화 상황을 회상할 때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Liking gap은 긴 대화에서도, 관계가 지속된 후에도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짧은 대화가 아닌 긴 대화에서도 여전히 liking gap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존의 연구를 보완하고 확장하여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자유 주제로 최소 1분에서 최대 45분까지 상대방과 원하는 만큼 대화를 지속했고, 그 결과 대화를 길게 지속한 팀이 서로에 대한 호감도를 더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대화 길이와 관계없이 liking gap은 모든 팀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났다. 호감도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대화를 길게 지속할수록 대화를 더 즐거웠다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상대방이 느꼈을 즐거움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화를 지속한 시간과 관계없이 사람들은 늘 나에 대한 상대방의 호감도와 만족도를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추후 연구에 따르면 그러한 liking gap은 낯선 상대방과의 첫 만남에서뿐만 아니라 관계가 진전된 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 

 

첫 만남 이후 꽤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정도가 작아질 뿐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부정적으로 왜곡된 신념은 계속해서 남아있고, 심지어는 그룹 안에서 다른 팀원들에 대한 상대방의 호감도보다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호감도를 더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Liking gap은 팀워크를 방해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한 그룹의 팀원으로서 함께할 때 동료에게 느끼는 liking gap은 그룹의 팀워크를 방해할 수 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한 생각이 내가 얼마나 편안하게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미래의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을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협력의 효율성과 직업 만족도와도 관련되는데, 만약 다른 팀원들에게 느끼는 liking gap으로 인해 팀원들과의 협력을 주저하게 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쉽게 요청하지 못하게 된다면 팀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룹 팀원으로서의 개인적인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liking gap의 부정적인 영향은 업무 동료와의 협력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떠한 관계에서든 liking gap이 상대방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방해 요소가 된다면 관계에서의 만족도는 떨어질 것이고 관계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내가 상대방에게 그렇듯, 상대방은 내 생각만큼 나의 실수에 민감하지 않고, 내가 대화를 잘 이어나가기 위해 가진 걱정과 긴장은 상대에게 잘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러한 태도가 나를 꽤 ‘호감형’인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참고문헌

1) Boothby, E. J., Cooney, G., Sandstrom, G. M., & Clark, M. S. (2018). The Liking Gap in Conversations: Do People Like Us More Than We Think? Psychological Science, 29(11), 1742-1756. 

2) David Robson. (2021.10.11.). 라이킹 캡: 당신이 생각보다 호감가는 '첫 인상'을 가진 이유. BBC News 코리아. https://www.bbc.com/korean/features-58867124

3) Jamie Ducharme. (2018.9.17.). People Like You More Than You Think, a New Study Suggests. TIME. https://time.com/5396598/good-first-impression/

4) Mastroianni, A. M., Cooney, G., Boothby, E. J., & Reece, A. G. (2021). The liking gap in groups and team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62, 10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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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21 19: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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