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한국심리학신문=허정윤 ]
한 해가 시작하고 새로운 해에 대한 이런저런 다짐을 적어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4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한 해를 이제 딱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그리고 뜨거웠던 열기는 언제 더웠냐는 듯 어느새 옷깃을 여미게 되는 쌀쌀한 날씨에서 이번 한 해는 어땠는지,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았던 2024년의 나는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감정들을 느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내 마음은 항상 같을까?
불과 3달 전의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떠올려보면 지금의 마음과는 판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초에 나를 괴롭혔던 문제는 진작에 해결되었고, 올해 초에 했던 소개팅 상대는 더 이상 내 감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4월 달에 내내 좋아했던 같은 동아리 오빠도 당시에는 내 생각과 감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억지로 떠올릴려고 노력해도 얼굴도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고,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이처럼 나를 평생 괴롭힐 것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들 또는 나를 온통 사로잡았던 주제들, 그리고 흠뻑 관심을 쏟았던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코웃음만 나오는 전생과 같이 느껴지는 작은 조각들이 되곤 한다. 아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나 걱정거리들도 내년 이맘때쯤이면 어떤 주제로 고민했는지마저 희미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몸은 항상 같을까?
우리의 몸은 셀 수 없이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몸은 1초에 약 380만 개의 세포를 교체한다고 한다. 그 결과 우리 몸은 하루에 평균 약 3300억 개의 세포를 갈아치우는 엄청난 일을 한다.
세포도 우리처럼 태어나고, 나이를 먹고, 결국 죽는다. 구체적으로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되고 소멸하는지를 알아보자면, 세포는 모세포가 분열하면서 새롭게 태어나고, 이렇게 태어난 세포는 또다시 분열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오래된 세포가 죽으면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예를 들어, 우리 위장의 내벽을 이루는 세포는 약 2시간 반 정도 살다가 죽고, 새 세포로 교체된다. 반면에 적혈구는 약 3개월 동안 살다가 새 적혈구로 바뀐다. 신경 세포는 조금 다르다. 신경 세포는 태어난 이후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평생 유지된다. 하지만 간세포는 특이하게, 성장이 끝난 뒤에는 분열을 멈췄다가 간의 일부가 손상되면 다시 분열을 시작해 손실된 부분을 복구한다.
우리 몸의 대부분의 체세포는 약 25~30일 정도 살아간다. 그리고 1년 정도가 지나면 몸속의 거의 모든 낡은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로 완전히 교체된다. 이렇게 끊임없이 세포가 교체되면서 우리 몸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1년 정도가 지나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성분은 새 것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과연 1년 전의 나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습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세포와 성분을 가진 생명체로 매 순간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생각도 몸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끊임없이 새로 태어난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매번 지루한 루틴이 쳇바퀴를 돌 듯이 반복된다고 불평하지만, 매일매일 태양이 뜰 때, 침대에서 눈을 뜰 때 우리는 이 세상에 새롭게 태어난 존재이다. 그러므로 얼마 남지 않은 올해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아보자.
하루하루 내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집중하고 깨어있어 보자.
참고문헌
1) Starr, M. (2021). Your body makes 3.8 million cells every second. Most of them are blood. ScienceAlert.
2) ScienceDirect. (Bell and Beck, 2010). An epigenome is a dynamic interface between a cell's changing environment and a relatively static genome. Journal of Environmental Radioac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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