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빈
[한국심리학신문=김다빈 ]
“요즘 걷기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어요!”
단순한 신체 활동으로 여겨졌던 걷기가 이제 MZ세대에게는 힐링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걷기를 놀이로 바꾼 증강현실(AR) 기반 게임 피크민 블룸이 주목받으면서 걷기의 심리적 효과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이 새로운 트렌드는 스트레스로 가득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작은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
왜 걷기가 우리 마음을 치유할까?
걷기가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로도 증명되었다. 걷는 동안 우리 몸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분비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완화하고, 동시에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특히 걷기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은 뇌를 안정시키고, 과도한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도록 돕는다.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을 관찰하거나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게 되는 경험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 효과와도 맞닿아 있다. 걷는 동안 우리는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이 순간에 몰입하게 된다.
걷기를 놀이로 바꾼 심리학적 설계는?
피크민 블룸이 단순한 걷기 게임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이유는 심리학적 설계 덕분이다. 특히,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을 바탕으로 한 게임 메커니즘이 사용자의 동기를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자기 결정성 이론 자율성의 측면에서, 사용자는 자신만의 걷기 경로를 설정하고, 자유롭게 목표를 정할 수 있다. 걸으면서 피크민이라는 작은 생명체를 키우고, 꽃을 심어 지나온 경로를 꾸밀 수 있다. 내가 만든 꽃길이 지도에 표시되는 것을 보면 “내가 이런 길을 걸었구나” 하는 성취감이 생긴다.
유능성의 측면에서, 피크민을 키우고 꽃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며 쌓이는 만족감은 걷기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이에 더해, 피크민 블룸은 매일 밤 9시 하루 동안 걸었던 거리와 경로를 정리해 보여준다. 사용자는 이 시간을 통해 하루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특별한 힐링을 취할 수 있다.
관계성의 측면에서, 피크민 블룸은 나만의 꽃길을 만들면서도 다른 이용자들과 연결될 기회를 제공한다. 지도에 다른 사용자가 심은 꽃길을 볼 수 있고, 커뮤니티 데이 같은 이벤트에서는 함께 게임을 즐기며 사회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걷기를 혼자만의 활동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하는 경험으로 바꿔준다.
또한, 피크민 캐릭터가 가진 ‘무해력(無害力)’도 한몫한다. 현대 사회에서 주목받는 심리적 트렌드인 무해력은 “작고 귀여운 존재가 주는 강력한 심리적 위로”를 뜻한다.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점점 단순한 것, 순수한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무해한 요소들은 불필요한 경쟁을 배제하고, 순수한 즐거움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피크민 블룸은 바로 이 무해력의 본질을 잘 반영한다. 귀엽고 작은 피크민들이 사용자의 산책을 따라 함께 성장하며 꽃을 심는 행위는 사용자의 심리에 안정과 위안을 준다. 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에 소소한 행복을 더하는 데 효과적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걸음마다 피어나는 꽃길처럼
피크민 블룸은 걷기의 심리적 가능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하며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마음의 평화를 선사한다.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걷기를 놀이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걷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힐링과 성취감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게임을 넘어, 걷기가 본래 가진 심리적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세대와 관계없이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진리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과부하와 끊임없는 자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이메일, 소셜 미디어 등, 하루 종일 우리의 주의는 분산되고, 우리는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이런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걷기다. 피크민 블룸처럼 걷기를 놀이로 바꿔 즐기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걷기를 통해 얻는 심리적 효과는 그 이상이다.
걸으면서 피어나는 꽃길처럼, 매일의 일상에서 걷는 걸음걸음마다 작은 행복이 피어난다. 이렇게 일상의 작은 즐거움에 집중한다면,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단순하고 순수한 것들에 집중하며 마음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복잡하다면, 오늘 당신의 하루에 한 걸음의 여유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
*참고 자료
1) 노은희, 김태민. (2021). 보행 만족감이 주관적 건강인식에 미치는 구조적 관계 분석: 긍정적 심리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웰니스학회지, 16(2), 207-217, 10.21097/ksw.2021.05.16.2.207
2) 매일경제, “Z세대, 요즘 뭐 해?”…‘APT.’ 열풍 & 제2의 포켓몬GO ‘피크민 블룸’, 이승연. (2024)
https://www.mk.co.kr/news/culture/11163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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