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원
[한국심리학신문=이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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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교에서도 학생마다 내신 성적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운도 실력이지만, 이번 성적 부진은 제 노력 부족이 컸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반면, 다른 학생은 “이번 시험운이 좋지 않았고, 평가도 약간 편파적인 측면이 있어요.”고 말한다. 이번 기사는 같은 환경에서도 전혀 다른 해석을 보이는 현상의 원인을 와이너의 귀인 이론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즉, 사람들은 결과의 원인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삶의 태도와 행동이 달라진다.
귀인은 사건의 원인을 해석하는 과정이다. 크게 내적 및 외적 요인, 안정적 및 불안정적 요인으로 구분되며, 이들의 조합은 개인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내적 귀인은 개인의 노력, 능력, 성격 등 내부 요인에서 실패나 성공의 원인을 찾는다. 시험 성적이 낮다면 “내가 준비를 덜 했어”라고 자책하는 경우다. 반면 외적 귀인은 환경, 운, 타인의 행동 등 외부 요인에 책임을 돌린다. 예를 들어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려웠어”라는 식의 반응이다.
내적 귀인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자기 반성을 통해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과하면 자책과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외적 귀인은 스트레스 완화에 유리하나, 지속되면 책임 회피 성향을 키울 수 있다.
안정적 귀인은 원인을 변하지 않는 요인에 귀속한다. “나는 원래 숫자에 약해”라는 해석이 그렇다. 이런 태도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유용하지만, 변화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불안정적 귀인은 “이번에는 준비가 부족했지만,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처럼 변화 가능성을 강조한다. 이는 도전 의식을 북돋우지만, 지나친 낙관은 반복된 실패에서 좌절감을 키울 수 있다.
귀인 양식은 단순한 사고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행동과 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예컨대, 한 직장에서 팀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내적 귀인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책임을 돌아보며 개선 방법을 모색한다. 외적 귀인을 하는 사람은 상황을 탓하며 변화보다는 불만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귀인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내적이고 불안정적 귀인을 주로 사용하는 학생들이 외적, 안정적 귀인을 사용하는 학생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패를 개선 가능한 요인으로 해석할 때 더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안정적 귀인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학생들은 도전을 회피하고, 노력 자체를 중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업무에서도 귀인은 중요하다. 김정운(2014)에 따르면, 두 명의 신입사원이 같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이후 성과가 달랐다. 한 명은 “내가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원인을 분석하며 추가 학습을 시작했다. 반면 다른 신입은 “회사의 매뉴얼이 부족해서”라며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스스로 개선하려던 신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외적 요인을 탓한 신입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다.
귀인은 우리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귀인 방식을 자각하고 알맞게 활용하면 실패를 기회로 삼고, 성공을 더 풍요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지나친 내적 귀인은 자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나친 외적 귀인은 책임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실패를 맞닥뜨렸을 때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상황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고, 어떤 부분은 외부 요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말이다. 균형 잡힌 귀인은 우리를 더욱 성숙하고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참고문헌
1) 김정운. (2014). 귀인 이론과 인간 행동.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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