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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심리는 예술을 만들어내는가? 3부 - 고흐의 후기 삶과 작품 색채 심리 세계
  • 기사등록 2024-12-12 22: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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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채현 ]


이전에 고흐의 심리 세계를 알기 위해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정신분석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라는 어릴 적 경험과 성장을 통해 작품과 연결하여 반영된 고흐의 심리 상태를 고찰해보았다.



미술 작품 분석하기 – 전기적 연구 방법론


미술 작품의 분석에서 작가의 삶을 분석하는 것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전기적 연구 방법론이라고 한다. 즉 작품에 정신분석학 연구 방법론을 적용하기 전에 전기적 연구 방법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전기적 연구 방법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저자성이다. 저자성이란 작품의 주제를 설정하는 것과 제작은 전적으로 작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작품 창작에서 작가의 역할과 역량이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가의 삶을 알고, 그가 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드러난 심리를 분석해볼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2-1890),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 103×50cm, 캔버스에 유화


작가의 삶과 연결되는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


이 고흐의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그 저자성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알기 위해서는 작가의 생애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 그림은 1890년에 그려진 그림으로, 반 고흐가 자살하던 해에 그려졌다. 거기다 이 밀밭은 고흐가 자살할 장소이기도 했다. 이렇듯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삶을 반드시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작품에서는 색채가 눈에 띈다. 고흐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색채이다. 고흐는 과거 벨기에 플랑드르 엔트워프 라는 색채 미학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도시에서 색에 대한 감각을 배웠고, 일본의 채색 판화 우키요에를 접하면서 우키요에의 강렬한 색채대비에 강한 영감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로 자리잡게 된다.



노란색과 검정색의 색채심리


작품의 색채 구성 방식은 노란색과 검정색의 대비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색채 표현을 통해 고흐의 당시 내면세계를 파악해볼 수 있다. 노란색의 밀밭 위로 검은색 까마귀가 하늘을 덮고 있는 모습이다. 반 고흐의 노란색은 햇빛과 동일시되듯이 희망을 상징하며, 검은색은 어두운 현실의 상징으로 두 가지 색채를 함께 사용함으로서 그의 심리를 대변하는 색채로 사용하였다. 


다만 단순히 어두운 색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밝은 색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항상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란색은 활발함, 즐거움, 생동, 희망, 명랑, 쾌활함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동시에 경솔, 경박함, 짜증, 불안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검은색은 절망, 어두움, 불길함, 공포, 죽음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동시에 세련됨, 도시적, 격의, 신비함, 현대적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즉, 어느 쪽이든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 분석을 통해 당시 고흐가 처해진 상황과 색채 표현을 보면, 그의 노란색이 희망을 상징하고 검은색은 그의 절망과 죽음을 상징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림이 그려진 당시 1890년은 고흐가 결국 자살을 선택한 해였으니 검은색 까마귀의 표현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 그의 노란색이 펼쳐진 밀밭은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은 반 고흐의 내면세계가 색채를 통해 드러난다. 


어쩌면 노란색이 불안을 상징하기도 한다 했으니 그의 불안한 심리를 더욱 극대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아주 명확한 검은색과 노란색의 보색 대비를 통해, 그가 가졌던 반대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절망 속에서도 찾고자 했던 희망


또한 그가 자살한 생애 후기 시기에 고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의사를 찾아갔던 만큼 자신을 평생토록 괴롭혔던 정신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절망에 빠진 채 불행한 삶을 살아갔을 것 같은 그도, 자신의 정신병을 고치고 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불행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불행에 안주하면서 절망에 빠진 채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행복을 바라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불행과 비운의 화가라고 통칭되던 고흐조차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품고 삶에 대한 가치관과 의지를 보였다. 그런 그의 마음의 세계는 그의 그림 속 나타난 아름다운 색채와 표현을 통해 고흐라는 한 인간을 다시 바라보고 그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작가의 생애를 분석하고 그의 마음과 연결되고자 할 때, 그림 속에 드러나는 색은 한 눈에 우리 눈에 들어오는 동시에, 그의 마음 한 조각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화유산융합학부 신상철 교수. 미술사란 무엇인가 강의. 

2) 임누리, 오인영. (2010). 회화에 나타난 색채상징성 및 색채심리. 服飾(복식), 제 60집 5호,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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