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김다빈 ]


A씨는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고도 한 시간 넘게 집을 떠나지 못한다. “혹시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았으면 어쩌지?” “문이 정말 잠겼을까?” 하는 끝없는 불안이 그를 붙잡기 때문이다. 문고리를 몇 번이나 당겨보고, 가스 밸브를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결국 다시 돌아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이런 행동은 매일 반복되며,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강박증의 전형적인 사례로 나타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강박증


강박증(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은 스스로도 비합리적임을 알면서도 특정한 사고와 행동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실행해야 하는 심리적 장애이다. 이 장애는 단순한 습관이나 기질적인 특징을 넘어, 개인의 삶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신 건강 문제로 분류된다.


강박증은 크게 두 가지 주요 특징으로 나뉜다.

첫째, 강박사고이다. 이는 의도치 않게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불편하고 불안한 생각, 충동, 이미지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나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았을 것 같다”는 불안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고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떠올라 심리적 고통을 유발한다.


둘째, 강박행동이다. 이는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강박행동은 불안감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예컨대, 이미 잠근 문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거나, 손이 더러울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과도하게 손을 씻는 행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강박증은 단순히 ‘깊게 생각하는 성격’이나 ‘완벽주의’와는 다른 문제이다. 이 장애는 강박사고와 행동이 개인의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방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나타날 때 진단된다. 



다양한 이면이 있는 강박증


강박증(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은 그 증상의 형태와 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다양성은 환자의 강박적 사고와 행동이 서로 맞물려 일종의 악순환을 형성하는 데서 기인한다.


강박사고는 환자 스스로도 비합리적임을 인식하지만 멈출 수 없는 불편하고 불안한 생각, 충동, 이미지를 말한다.


오염에 대한 공포에서 오는 강박증은 흔히 ‘더러움’이나 ‘세균’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손잡이를 만지는 일조차 견디기 힘들어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결정이 최선일까?“라는 끊임없는 의심이나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지내는 것도 강박증의 일종이다. 이는 잘못된 선택이나 위험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한다.


또한, 모든 물건이 특정한 방식으로 정렬되어 있어야만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책상 위의 물건을 대칭으로 놓거나, 색깔별로 정렬하지 않으면 심한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강박증 극복, 어떻게 하나요?


강박증은 적절한 치료법과 접근을 통해 완화하거나 극복이 가능하다. 특히, 인지행동치료(CBT)는 강박증 치료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치료법은 환자를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일부러 노출시키고, 강박 행동을 일정 시간 동안 억제하는 ‘노출 및 반응 방지 기법(ERP)’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강박 행동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 아님을 학습하며, 점차 자신의 불안을 직면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키운다.


약물치료 또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같은 항우울제를 활용하여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정한다. 약물치료는 특히 강박증의 생물학적 원인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가 관리 방법으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강박 사고에 휘둘리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가족 및 친구와의 소통이나 관련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강박증 예방을 위해 스트레스 관리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이나 적절한 운동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신적 회복력을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하다.


또한, 사회적 지지와 인식 개선도 강박증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많은 환자들이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꺼리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그 가족이 정신건강 문제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불안에서 희망으로, 강박증과 함께 살아가는 법


강박증은 종종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에 비유된다. 강박 행동이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지언정, 그 뿌리 깊은 불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반복된 패턴은 결국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며, 심리적, 사회적으로 환자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정신질환, 특히 강박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강박증 환자들은 질환 자체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사회적 낙인이 더해지며 더욱 큰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편견은 단순한 시선의 문제를 넘어 환자의 자아존중감을 저하시키고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심각한 장애물이 된다.


이제 우리는 강박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더 이상 감추거나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 강박증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집착으로 시작되지만, 이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강박증을 부끄러운 약점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도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강박증을  극복한 이들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 참고 문헌

1) 이시은. (2024). 강박증의 특성 및 치료에 대한 정신분석적 고찰 : 프로이트와 라캉 이론을 중심으로. 현대정신분석, 26(1), 185-220. 10.18873/jlcp.2024.02.26.1.185

2) 박종호, 이현심. (2019). 정신질환자에 대한 태도와 인식 개선을 위한 대중매체 활용 방안 연구. 한국산학W기술학회 논문지, 20(4), 250-263.






지난 기사보기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심리가 구독경제에 매료된 이유!

고립 속 나의 마음을 채워줄 AI 감성 친구

노년기 우울증을 치료할 연결고리의 힘!

내 장바구니에 인플루언서가 있다?

토스트를 이븐하게 굽는 법

"내 그럴 줄 알았지" 과신은 금물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위축돼요

요즘 MZ들은 산책 게임으로 힐링한다고?

'메리 크리스마스'인데 왜 나는 우울할까?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9491
  • 기사등록 2025-01-06 09:51:3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