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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진 좋아했는데, 오늘은 ‘그냥 갑자기’ 네가 싫어졌어 <전편> - ‘인간 혐오 메커니즘’에 대하여 - ‘인간 혐오 메커니즘’과 애착 시스템
  • 기사등록 2025-01-09 14:19:44
  • 기사수정 2025-01-09 14: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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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 몸의 알레르기, 마음의 알레르기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증오와 혐오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복잡함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우리는 이제 ‘인간이 서로를 거부하고 배제하는 현상’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 본질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이를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점을 넘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인간이 서로를 혐오하고 거부하는 마음의 메커니즘’을 정신병리학적인 관점에서 탐구해 보려 한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인간관계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 기존 이론들보다 적합할 것이다.

 

해당 이론의 기저에는 몸의 면역 기능 및 알레르기 시스템이 자리해 있다. ‘마음의 면역 체계’와 ‘몸의 면역 체계’가 가진 수많은 공통점들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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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물질’ 기억 및 제거 시스템

 

 

‘면역 체계’란 신체가 이물질의 침입이나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시스템이다. 이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생체를 방어하고자 하는 반응은 ‘면역 반응’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면역 반응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체계이다. 

 

‘면역’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인 동시에, 일종의 기억 시스템이다. 과거에 침투했던 이물질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후에 동일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그것을 식별한 뒤 파괴 및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알레르기’란 이러한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발생한 상태이다. 소멸시킬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물질로 인식한 뒤에 공격을 퍼붓고 제거해 버리려 드는 것이다. 그 대상이 자신에게 유익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심지어는 본인 신체 일부나 세포까지 그 표적이 될 때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단 ‘이물질로서 인식’이 되어 버릴 경우, 그 이후엔 원상 복귀가 몹시 어렵다는 점이다.





- 마음의 면역 체계

 

 

인간의 마음에도 ‘면역’에 해당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면역 반응에도 ‘이물질’을 공격하고 제거하는 시스템과, 과거에 침입했던 ‘이물질’을 기억하는 시스템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 때문에 공포나 고통을 느낀 경험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 해당 경험을 한 사람은 그 ‘누군가’ 뿐만 아니라, 그 장면과 연관된 ‘사실’까지 기억에 각인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은 그 ‘누군가’와 대면할 때뿐이 아닌, 해당 장면이 연상되는 ‘상황’에 처하기만 해도 회피를 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강력하면서도 철저하기 때문에 이성으로서 제어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인간 혐오 메커니즘’이 발현되면 별로 유해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러한 마음의 면역 체계가 작동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두려워하고 거부할 필요가 없었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회피하거나 공격하고, 제거하려 든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나 동료, 배우자, 가족일지라도 ‘이물질’로서 인식될 수 있으며, 때로는 모든 인간 자체를 그 대상으로 인지하고 믿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거나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관계에 있어 충돌이나 오해가 불가피해진다. 





- 다양한 방어 메커니즘

 

 

마음의 면역 체계는 현재까지 ‘방어 반응’ 또는 ‘방어 메커니즘’이라고 불려 왔으나, 사실 그 구조는 알려진 것보다도 훨씬 더 폭넓고 다양하다. 

 

인간은 스트레스, 고통스러운 사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등에 맞닥뜨리게 되면 다양한 방어 반응을 만들어내곤 한다. 이를테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내면 깊은 곳에 묻고서 잊어버리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이 일으키는 일종의 방어 메커니즘 중 하나로서, ‘억압(抑壓)에 해당한다.

 

수면, 그리고 꿈 역시 마음의 정화 시스템으로서 기능한다. 꿈속에서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은 현실의 상황을 보다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상황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일컬어 ‘치환(置換)이라 한다. 

자신을 공격하는 존재와 스스로를 ‘동일시’하여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학대당한 아이가 주로 보이는 방어 메커니즘으로서, 이들은 이를 통해 부모를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반동형성(反動形成)에 의해 오히려 부모를 이상화하거나 지나친 효도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더욱 높은 차원으로 변화시켜 받아들이거나 극복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승화(昇華)라고 한다. 학대당하며 자란 사람이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돕는 일에 종사하는 것 역시 그러한 마음의 메커니즘이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욕구를 충동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는 ‘행동화’는 마음의 방어 메커니즘이 실패한 결과로 볼 수 있으며, 실제로는 중요한 마음의 면역 반응에 해당한다. 공격을 받으면 반박을 하고 그 상대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기분을 풀려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예시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공격을 가한 주체가 아닌, 의존하는 대상이나 약한 대상을 향해 공격하게 되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된다. 가정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발생하게 되므로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힘겨운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될 경우,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해리(解離)이다. 의식과 기억의 고리를 우선적으로 차단하는 구조로서, ‘격리’ 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건 혹은 감정을 잘라냄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일종의 방어 반응인 것이다. 사건은 기억하지만 감정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잘라낸 감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무 관련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충동적인 살인, 이해하기 힘든 강력 범죄 등을 저지르고도 일말의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이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가, 뜻밖의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인간 혐오 메커니즘’ 상태에서 ‘이물질’로 인식한 존재에게는 훨씬 심하게 공격을 가하고 제거하게 된다. 앞서 설명한 ‘행동화’ 뿐만이 아닌 ‘투영’, ‘조적 방어’, ‘자기애’와 같은 훨씬 자기방어적이고 자기변명적인 방어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동시에, 자폐 성향을 보이며 주변 사람들을 더욱 멀리하고 친밀한 관계를 회피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 자연 면역과 획득 면역

 

 

‘이물질’의 공격으로부터 신체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을 ‘면역 체계’라 부른다. 그리고 이것은 크게 두 가지 시스템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자연 면역 체계’, 두 번째를 ‘획득 면역’이라 한다. 

 

‘자연 면역 체계’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느슨한 방어를 함을 의미한다. 비교적 단순한 생물들은 자연 면역 체계만으로 몸을 보호한다. 이러한 생물들의 경우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모든 개체의 탄생과 죽음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해당 면역 체계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면, 척추동물과 같이 상대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성장에 시간이 소요되는 생물들은 오랫동안 생존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또 하나의 면역 체계인 ‘획득 면역’이 진화한 것이며, 여기서의 ‘획득’은 ‘후천적으로 얻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면역 시스템’에서는 과거에 접했던 모든 병원체 및 이물질들을 기억해 두고, 그것들을 각각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대응체계’를 마련해 둔다. 세균, 바이러스만 해도 굉장히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침입하지 않는 이물질에 대한 ‘대응체계’는 최소 단위만을 보존해 둔다. 침입을 받을 경우에만 이 전문 ‘대응체계’의 수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유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만, 지나칠 경우 ‘알레르기 체질’이 되어 불필요한 것까지 제거하려 한다는 단점을 만들곤 한다. 마음의 면역에도 ‘자연 면역’과 ‘획득 면역’에 해당하는 체계가 있는 것이다.

 

‘자연 면역’에 해당하는 요소는 스트레스나 타인의 공격에 대응하는 힘이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수면은 스트레스의 해소를 위해 인간이 선천적으로 갖추고 있는 매우 중요한 면역 체계이다. 망각 역시 정신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하는 면역 체계 중 하나이다. 정서 반응, 그리고 그와 연관된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action) 또한 마음의 자연 면역에 의해 나타난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무언가 불쾌한 경험을 하거나 공격을 받았을 때 분노하거나 울부짖고, 때로는 반격을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보다 진화한 면역 시스템으로는 ‘경험을 통해 학습한 획득 면역’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과거에 직면했던 ‘이물질’들을 기준으로 위험한 대상을 구별하는 능력상대방의 특성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어느 정도 마음을 허용해도 괜찮을지 빠르게 판단한 뒤에, 적절한 대응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를 위험한 상대라고 판단하면 혐오 및 반발, 증오 같은 심리적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상대방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회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다가온다면, ‘거부’라는 방어막을 형성한다. 혹은 그들이 공격을 가한다면, 반격하여 피해를 입힌다. 결국 상대 쪽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침범도, 공격도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로써 완벽한 ‘면역’이 성립하게 된다.





참고문헌

1) 오카다 다카시. (2023).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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