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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지아]
커피는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이제는 일상과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이중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국 커피의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추운 겨울철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의 커피 소비는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처음으로 스타벅스가 등장하며 변화했습니다. 당시 인스턴트 커피가 주이던 우리에게 에스프레소 기반의 아메리카노는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스타벅스의 베스트 메뉴인 아메리카노는 점차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진화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출근하는 사진이 한때 화제가 되었습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인 '얼죽아'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한국의 아아 사랑은 뜨거운데요, 이를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커피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너도? 나도!
한국의 '얼죽아' 현상에 대해 AFP는 "한국의 빨리 빨리를 중요시 하는 직장 문화와 어울린다"고 분석한 바가 있습니다. 또 고려대 사회학 김윤태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한 기능적인 음료"라며 카페인을 섭취하기 최적화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간은 점심시간 전후라고 하는데요, 직장인들이 짧은 점심시간에 효율을 중시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반면 젊은 층의 유행으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얼죽아가 하나의 표현인 것처럼, 이에 대해 '동조 효과'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업무 효율과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택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차가운 음료가 주는 청량감이 업무 효율을 높인다고 생각해 심리적 만족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야외보다 사무실, 학교 등 실내에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이 때문에 굳이 따뜻한 음료를 마시지 않고 '열 받는 일'을 식혀주는 음료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또 계절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내 취향을 고수하겠다는 MZ세대의 문화가 동조 소비 심리를 확산시키기도 합니다.
출처: 조선일보
빨리 빨리
사람들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왜 마시냐고 물어본다면 10명 중 8명은 '빨리 먹을 수 있어서'라고 대답합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영화관에서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전 출구가 열리고, 정류장에서 멈추지 않은 버스에 먼저 타기 위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엇이든 '빨리 빨리'가 내재하여 있는 한국인, 이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국은 과거 농업사회 시절, 시기마다 농사를 지어야 했습니다. 또 한국전쟁 이후 경제 발전을 위해 빠른 행동력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빨리 빨리' 문화가 자리 잡은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죠.
또 업무 환경에서 신속한 결정과 빠른 진행을 위한 의사결정, 음식 배달 서비스와 같은 편의시설도 주문부터 배송까지 빠르게 이루어져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이 정확한 시간표에 따라 운행되는 등 일상생활에서 모든 상황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요소와 기업문화에도 아직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이 문화들로 인한 부작용과 문제점들 또한 있습니다. 빠른 업무는 업무와 개인 생활 간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개인은 끊임없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립니다.
이에 따라 한국 사람들은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유난히 강하기도 합니다. 불확정적이거나, 불안정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그래서 해결책을 빨리 찾으려는 욕구가 강하고, 당장 닥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빠름을 지향하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번아웃'입니다. 이런 조급함은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성공만 중시하게 된다면 번아웃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평소에 빨리 빨리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면, 한 번쯤은 느긋한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요?
출처
1) 권은종 기자, "강추위도 꺾지 못하는 얼죽아 ‘아아’ 사랑...도대체 왜?", 2023.12.22, ESG경제,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5483
2) 정시행 기자, "춥긴, 열불 나는데…" '얼죽아'는 왜 대세 커피가 됐나", 2024.01.20,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01/20/OHF7IDW26JA3THFVLPHFC2CNVU/
3) 김윤경 기자, "한국인 행동강령 ‘빨리빨리’, 역동성일까 조급성일까, 2019.07.02,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19062921085330055
4) 이창봉 가톨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 언어학자가 본 한국 사회와 문화] 빨리빨리 문화 속 은근과 끈기 어디서 오나", 2021.04.18, 오피니언뉴스(http://www.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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