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민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백진민 ]
의무 교육 시기부터 꿈과 진로에 대한 문제는 큰 고민으로 다가온다. 내 꿈이 무엇이고, 어떤 일이 나한테 잘 맞을 것인지 우리는 계속 질문받아 왔다. 그 질문은 특별히 한국 대학 입시에서 극대화 된다. 한국에서 입시란 곧 자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에 맞는 학문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로 고민은 언제쯤 그만할 수 있을까?
그렇게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도 끝이 아니다. 좁게는 계속 공부할 것인지 취업을 선택할 것인지에서부터, 넓게는 무슨 직업을 택할 것인지에 관한 모든 과정에서 결국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임이 드러난다. 더욱이 평균 수명과 사회적 노동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현실에서, 진로 고민은 일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전 여정에 동반되는 질문이 되었다.
이 끝도 안 보이는 질문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할 때 결과와 상관없이 열정적이었는가? 특히 진로와 적성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내가 그 일의 당사자이자 자신을 분석하고 관찰해야 하는 관찰자 입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해답은 다른 곳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있다. 그런데도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열정이 생기는가?
여기, 그 힘듦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연구 결과가 하나 있다.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를 알아보는 시간과 같다. 따라서 심리학적으로 이를 바라보면 진로 고민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만 열정이 생긴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몰두하면서 열정이 점점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심리학에서는 전자를 적합 이론가, 후자를 개발 이론가로 구분한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페트리샤 첸 박사는 2014년 자신의 논문을 통해 두 유형의 차이점을 밝혀냈다.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야 열정이 나오는 사람들은 경력 초반에 진정으로 관심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자주 직무나 직업을 바꿀 때 최종적으로 자신과 맞는 최적의 일을 찾고 몰입할 수 있다. 이들은 적성에 맞아야 열정이 생기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만족과 불만족, 좋고 싫음이 분명하며, 자신의 감정이 확연하다는 것으로 보아 민감한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주로 예술가나 활동가 등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과 맞는 일을 찾지 못하면 매우 힘들어한다. 따라서 이삼십대에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면,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 그에 대한 열정과 의미를 서서히 찾아가는 사람들은 일의 종류보다는 그 일이 가진 명예에 매우 민감하다. 이들은 오히려 직무를 자주 바꾸면 안 되는 유형이다. 그게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해나가면서 노하우와 능력을 축적하고, 자신의 적성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즉 진로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진 않지만, 인내심으로 경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과, 대부분의 일이 괜찮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만났을 때 성취와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결과만은 공통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두 그룹을 추적해본 결과 직업적 행복과 수행 능력, 그리고 성공에는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전자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무언가를 지속해서 해나가며 적성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누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내가 지금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내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생각해보자. 전체 비중으로는 개발 이론가가 더 많지만, 분명 적합 이론가도 존재한다.
만약 당신이 적합 이론가라면 좋아하는 일을 확실히 찾기 위해 큰 환경의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이것이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인지 직무 초반에 바로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열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일하며 점차 자신의 적성을 개발해 나가는 개발 이론가라면, 한 범주 안에 머무르며 그 업무나 방향성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낫다. 일단 큰 범주를 정해 놓고, 세세하게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은 개발 이론가가 자신의 천직을 찾는 방식이다.
지난기사
출처:
1) Patricia Chen, Phoebe C. Ellsworth. 2015. Finding a Fit or Developing It: Implicit Theories About Achieving Passion for Work. Norbert SchwarzFirst Published July 31. 2015 Research Article Find in PubMed
2) [매일경제]. 2020.07.30. [CEO 심리학] 맞는일 찾아야 열정 생길까 .. 뭐든 몰입하면 열정 솟을까.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7/777862/
3) [유튜브]. 2021. 진로 고민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조언! 내 적성에 꼭 맞는 전공/직업 찾는 방법 [타인의 심리 읽어드립니다 EP.15] - 김경일 교수 https://youtu.be/VYjw30wTU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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