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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마주하였더니 더 자유로워졌다 - 코로나를 경험하며 느낀 심리적 성장 수기
  • 기사등록 2022-04-12 07: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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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예림 ]



코로나에 걸렸다. 정말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걸리고 있다지만,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는 일명 집순이인 나도 걸릴 줄은 몰랐다. 자가격리 기간을 보내면서 처음에는 일하지 않고 쉬기만 하면 되니 나름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격리되어 있을수록 신체적으로 아프니 심리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고립되어 있으니 우울함을 경험했고, 또 신체적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으니 자꾸만 부정적인 경험을 반추하기 시작하며 좌절감도 느꼈다.

 

요즘에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새로 생겼다. 나처럼 코로나 19로 인해 다양한 문제들을 경험하며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며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회적으로 고립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이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스트레스 우울감을 증가하게 했다. 


이러한 상황적 맥락을 바탕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우울감을 일컫는 ‘COVID 블루(Corona Blue)’라는 단어가 새로 합성됐다. 실제로 전국의 19~70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코로나 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 정도가 중등도 이상의 불안. 약 18% 정도가 중등도의 우울 위험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문득 한계를 마주했다.



그런데 나를 심리적으로 어렵게 했던 코로나는, 오히려 내 가치관은 완전히 변화시켰고 나를 생동감 넘치게 했다. 계기는 정말 사소했다. 어느 날은 열도 나고 인후통과 기침으로 한참 고생했다. 그러자 문득 나도 진짜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인간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런데 내 삶의 유한함을 직면하자, 나는 그동안 여러 가지 걱정들로 주저했던 다양한 기회들과 흘러갔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동안 최선의 선택을 항상 고민하며 하고 싶은 것들도 주저했던 삶에서, 이제는 나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수 있는 더 적극적인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인식하자 나를 더 나답게 살아가고 싶어지도록 만들었다. 나의 가치관을 변화시킨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한계를 마주한다고 해서 마냥 무너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외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사용하는 트라우마를 지칭한다. 그렇지만 학술적인 의미에서의 외상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의미가 제한적이다. 자신이나 타인의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상해, 또는 신체적 안녕에 위협을 가져다주는 사건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전쟁이나 폭력, 자연재해, 죽음이나 죽음에 가까운 상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상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직면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상에 대해 맞닥뜨리고 분투한다면 오히려 이를 긍정적인 자양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한다. 외상 후 성장의 경험은 다양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강인함을 얻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과 같은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혹은 자신의 인생 철학에 대해 인간 실존의 유한성이나 삶의 감사함과 같은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한계는 있을 수 있지만 성장할 수도 있다.




사람은 분명 유한하며 그 힘이 미약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한계에 바로 물러서는 마냥 나약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 Calhoun과 Tedeschi의 연구에서 외상을 경험한 사람 중 약 30~90% 정도의 많은 이들은 외상 후 성장의 변화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마주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이다. 

 

외상 후 성장은 우리가 어려움에 계속 몰두하고 반추하기보다는 더 넓은 시각에서 사건과 자신을 바라볼 때 경험할 수 있다. 주로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부정적 정서에 집중하기보다는 멀리서 인지적으로 사건을 이해하고, 사건에서 되려 이익과 긍정적인 결과를 발견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 때 비로소 외상 후에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물론 나의 코로나로 인한 경험이 학술적인 의미에서의 외상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지 나는 나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되려 삶의 새로운 가치관을 얻게 되었다. 인생 철학에서 보다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나를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했고 나의 삶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같이 한계를 이겨낼 수도 있다.



나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한 나의 정말 사소하고도 일시적으로 든 생각으로 오랫동안 나를 버텨오던 가치관이 변화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어려움을 혼자서 직면한다고 해서 전부 감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사람과 사건에 따라 정말 혼자서 열심히 고군분투한다고 해도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한계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심리지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4시간 운영 중인 심리상담 직통전화(1577-0199)나 이동통신(모바일) 앱을 이용한 지원 서비스나 국가 트라우마센터라는 카카오톡 채널 등으로 전문가 심층 상담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혹은 청소년과 보호자를 위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비대면 온라인 정기상담이나 ‘코로나 19 심리 건강 특별 게시판 상담실’ 등도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불편함이 지속되고 있고 새로운 문제들도 계속 파생되고 있다. 하지만 외상 후에도 우리는 성장할 수 있듯이,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회복하고 성장할 새로운 기회를 얻어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끝까지 이 난관을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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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코로나 우울,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로 마음 건강 챙기세요! [보건복지부]. (2021). 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362936

·청소년 상담 이슈페이퍼. (2020).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https://www.kyci.or.kr/fileup/issuepaper/IssuePaper_2020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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