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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여지고 싶은 모습을 연기하는 것, 그건 나일까 아닐까? - ‘부캐’ 열풍, ‘멀티 페르소나’라는 새로운 트렌드
  • 기사등록 2022-04-21 07: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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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지현 ]



‘부캐’ 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는 요즘이다. 인터넷 통신망, SNS의 발달로 서로 같은 취향을 공유하기가 더 쉬워지고, ‘나’를 브랜드화하는 퍼스널 브랜딩의 규모가 커지면서 나라는 존재의 특정 부분만을 드러내는 현상이 보편화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인격체를 만드는 것이 과거에는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요즘 시대에 이런 현상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페르소나’라고 한다.



페르소나, 내가 보여지고 싶은 대로 연기하는 인격


 

심리학자 칼 융에 따르면 페르소나의 원인은 대표적으로 다음 두 가지에 있다. 첫 번째로, 사회의 시대와 요구와 두 번째로 개인의 사회적 목적과 열망이다. 즉, 페르소나는 특정 목적을 위해 선택된 심리학적, 사회적 구성물로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연기하는 나’이다. 쉽게 비유하면 옷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정장을 입고, 운동복을 입는 것처럼 나의 특정 인격을 보여주는 페르소나는 보이지 않는 ‘가면’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unsplash

기존에 페르소나는 ‘내가 아닌 나’로 부정적인 의미를 더 많이 가졌던 반면, 현대 사회에서 이는 다양한 트렌드들을 대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페르소나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최신 트렌드 1: 부캐 열품과 마케팅



‘부캐’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놀면 뭐 하니?’ TV 프로그램의 ‘유산슬’, ‘MSJ 워너비’ 등 기존의 자신의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로 다중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펭수’ 또한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들이 펭수를 연기하고 있는 실체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하기보다는 펭수 캐릭터 그 자체만으로 열광한다. 그러한 부캐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중적인 정체성이 자유롭고 유쾌하게 표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 인터넷 세상의 규모가 커지면서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또한 더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게 되었다. 내가 누군지 보이지 않는 익명성에 가려서 우리는 새로운 인격체를 갖게 된다. 실제로는 엄청 낯을 가리는 사람이 유명한 유튜버가 되거나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보이는 나를 100%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로 활용한다. 이렇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SNS 속에서의 ‘부캐’는 현대인들의 특징인 ‘멀티 페르소나’를 반영한 트렌드이다.



최신 트렌드 2: 패션과 메이크업



@pixabay

패션과 메이크업은 페르소나와 더불어 나오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특히 최근 패션 이미지는 다양한 옷을 나에게 어울리게 코디함으로써 자기표현의 기능을 더욱 확실하게 하고 있다. 메이크업 또한 외모를 꾸밀 뿐 아니라 위장 수단으로 기원해서 고대부터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확실한 기능을 한다. 단순히 외형의 미의 가치를 높여주는 기능에 더해 이들은 자기 개인 만족감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를 형성해 낸다. 


이는 예술적, 심리적 의미가 공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페르소나가 과거 ‘인격체의 가면’으로 생각되어 왔다면, 패션과 메이크업은 나의 자아, 즉 인격체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는 수단으로써 이제는 페르소나와 더욱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신 트렌드 3: 마케팅



SNS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 공략을 하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을 준다. SNS에서의 부캐는 단순히 나를 드러내고 관심사를 더 깊이 확장하는 것을 넘어,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SNS를 통해 광고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생계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사용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0> (김난도 저)에서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을 최근 많은 트렌드을 이끌어가는 키워드로 꼽힐 정도로 이제는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가면 속에서 나를 찾기



@pixabay

과거 페르소나가 주로 ‘다중인격’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되었던 것과 달리 위의 트렌드들은 페르소나를 긍정적이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최신 트렌드들은 페르소나가 인간의 다원성을 보여주며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지만, 가끔은 그러한 점들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보여지고 싶은 나를 보여주려고만 하다가 진짜 나는 사라지고, 가면들만 남아 내가 좋아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부정하게 되기도 한다. 단순 타인들의 시선만을 의식한 페르소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우리를 끌어내 갈 확률이 더 높다.


그러니 우리는 그 속에서 적절한 방향성을 찾아 나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모습을 유쾌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멀티 페르소나를 가진다면 우리는 더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연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나’가 아닌 모든 정체성의 나를 ‘진짜 나’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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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arshall, P. David 2015, Monitoring persona: mediatized identity and the edited public self, Frame: journal of literary studies, vol. 28, no. 1, pp. 115‐133.

김종선. (2021). 인스타그램에 나타난 멀티 페르소나 패션이미지에 관한 연구 - “부캐” 사례를 중심으로 -. 복식문화연구, 29(4), 603-615.

백지우, 정서현, 채은주.(2020).2020 마케팅 트렌드 : 멀티 페르소나.마케팅,54(4),56-63.

이재익. (2020). 드러난다는 것, 그리고 멀티 페르소나. , 74-77.

김혜령. (2019. June 18). 칼 융이 말하는 페르소나와 그림자(上). Sisa-n. http://sisa-n.com/View.aspx?No=5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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