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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생각보다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될수도? - - 원자력과 안전성, 그리고 앞으로 정부는 -
  • 기사등록 2022-12-14 15: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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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위험'의 연속이다. 

얼마나 더 크게 위험을 창출할 것인가, 아니면 그 위험을 더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어찌 되었던 위험적 요소는 존재하고 그것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회과학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회란 인간들로 구성된 곳이기 때문에, 그 불확실성은 이루말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위험성을 예측하는 것조차 사회과학분야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회과학에서는 흔히 '과학'적 요소를 끌고 들어와 사회 현상을 예측하고, 이에 근거해 전문가들이 사회 정책을 제시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이 사회에서 그 효용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연히 그 정책 자체의 질적 측면에서 완성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필요한 정책이 적절히 행해지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만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예산적 측면, 기술적 측면 등등에서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국민들의 수용가능성' 측면이다. 아무리 중요하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정서에 반감을 산다면 그 정책은 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것이 사회를 변혁시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수용가능성이 없다면 21세기 민주주의의 한국 사회에서 그 정책은 단순한 종잇장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위험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인의 위험 인지 차이를 간단히 살펴보고, 우리가 정책 전문가의 입장에서, 또는 국민의 입장에서 '위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살펴보자한다. 이것이 앞으로 그들이 어떤 방향과 입장으로 정책을 대해야 할 것인지 알려주는 좋은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험 인지의 차이 



일반적으로 전문가와 일반인의 위험에 대해 인지하는 것, 즉 리스크인지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이 특정 분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의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에 대해 크게 차이가 난다면 그것은 사회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 큰 걸림돌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위험 인지 차이 



실제로 이러한 전문과와 일반인의 위험인지에 대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오리건 대학 심리학과의 폴 슬로빅 교수가 1987년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 ‘위험 인식(Perception of Risk)’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논문의 통계에 따르면 “어떤 기술이나 행위가 가장 위험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성유권자연맹 회원들이 가장 위험하게 본 것은 원자력이었고, 그 다음은 ② 자동차 ③ 권총 ④ 흡연 ⑤ 오토바이 ⑥ 술 ⑦ 항공 여행…  순이었다. 대학생들의 응답 역시 원자력이 1위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본 원자력의 위험성은 20위에 불과했다(1위는 자동차였다). 

1위와 20위의 간극, 이 차이는 감히 작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다. 물론 시간적 차이를 어느 정도는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원자력에 대한 연구도 훨씬 많이 발전되어 있고, 그러한 연구 자료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전달 수단도 과거에 비해 월등하다. 하지만 원자력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지금보다 부족했을 것임을 고려하더라도, 그 괴리는 간과되어서는 안될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 



슬로빅은 그 근거를 "위험에 대해 인식하는 개념"의 차이에서 찾는다. 즉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위험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인식하는 근거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괴리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험을 연간 사망자 수로 평가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사망률이라는 수치보다는 ①끔찍한(dread) 결과 ② 미지의(unknown) 정도 ③ 위험에 노출된 사람 수에 비례하여 위험을 평가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위험은 “원자력발전소 옆에 1년간 사는 데 따른 위험은 자동차를 불과 5㎞ 더 운전하는 것과 같은 수준” 으로 인식되는 반면, 일반인들에 원자력은 엄청나게 위험하고 가까이 있으면 큰 일이 발생할 것만 같은 것으로 인식된다. 즉, 위험 개념의 차이는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같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전혀 다른 분석의 결과를 가지게 만든다.  



인지 차이로 인한 문제 



그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한양대학교 김태윤 교수가 발표한 바이오 분야 위험 인지에 관한 일반 국민과 전문가의 관점 분석 자료를 일부 발췌할 수 있다. 그 연구에서 잔여배아 연구에 대한 위험 인지 차이 중 하나를 살펴보면, "배아는 생명체이므로 잔여배아 연구범위 확대로 인해 인간 생명권 및 존엄성이 침해될 것이다"라는 우려에 대해, 국민은 그렇다는 주장이 거의 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전문가는 매우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가 거의 80% 수준에 육박한다. 즉 '잔여배아 연구'에 대한 위험 인지의 차이로 인해, 잔여배아에 대한 연구범위 확대 수준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위험을 어떻게 인지해야 하는가 



이러한 위험인지를 줄이기 위한 여러 연구와 그 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 문재인 정부에서 원자력 철폐 정책에 동의를 하는 국민들이 꽤 있었던 것을 보면, 그 방법들이 과연 실효성을 가지는 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위험을 어떻게 인지해야 하는가?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방법은 바로 "직관적" 정보를 국민들에게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즉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 직관적 정보와 적절한 공급인데, 그것의 상세한 의미를 파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적절한 공급이란, 위험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당연히 전문가보다 정보 열위 상황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정책의 기반이 되는 과학적 정보는 대 부분 일정 이상의 전문적 수준을 요하는데, 이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책을 만들 때, 이러한 정보를 전문가들이 대신 연구 및 분석하여 가공한 뒤 일반인들에 적절하게 공급해야 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시도는 계속 되어오고 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그 정책을 제안하는 이유 및 근거 그리고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자료나, 그것을 도출하게 된 과학적 연구 방법 및 그 과정에 대한 보고서 등이 관련 부처 홈페이지에 게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보가 제공되는 방식에 있다. 너무 방대한 양이, 어려운 용어로, 홈페이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그러한 정보에 접근하기에는 과도하게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은 합리적 무지를 선택하곤 한다. 따라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한다는 것만으로 위험 인지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직관적인 정보를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 직관적 정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과학적 연구결과에서 얻어지는 과도하게 어려운 수치나 보고서의 정 반대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교육을 받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 수치를 보았을 때 '아 ! 위험하지 않아.'라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과학 용어, 과도한 수식으로 점철된 보고서가 아니라, 간단하고 명확한 보고서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그 보고서를 사람들이 쉽게 활용하거나 볼 수 있도록, 용이한 장소에 배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일반 국민들이 자신이 가지는 위험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전문가와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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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김태윤의 정책프리즘] 바이오 분야 위험 인지에 관한 일반 국민과 전문가의 관점
‘위험 인식(Perception of Risk)’. 폴 슬로빅. 사이언스. 1987

이세민. "원자력 위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인의 인식 비교." 국내석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2011.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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