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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시연 ]


| 콜 포비아(Call Phobia)란?


‘콜 포비아’란 ‘전화’를 뜻하는 ‘Call’과 ‘공포증’을 뜻하는 ‘Phobia’의 합성어로, 전화 통화를 기피하고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 등 텍스트를 매개로 하는 소통을 선호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일종의 불안장애이자 사회적 상황 회피 현상으로 분류되며,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면 타인과의 직접적인 면대면 소통을 회피하기도 한다. 아직 세계정신의학회에 공식적으로 등재된 질병은 아니지만, 사회적 교류가 필요한 상황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특정 공포증의 일부로 바라보고 있다. 


‘콜 포비아’라는 용어는 1994년, 정신과 의사 존 마샬(John Marshall)의 ‘소셜 포비아’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무려 30여 년 전 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전화 공포증 즉, 콜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택트 시대의 또 다른 그림자

요근래 화제가 되는 ‘콜 포비아’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상화로 인해 언택트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게 되면서, 전화 통화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굳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지 않더라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키거나,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생활이 보편화되면서 누군가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거나 음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상황이 생소해졌다. 특히 사회화 과정이 필수적인 청소년 시기에 이러한 상황을 맞이한 MZ세대에게 있어서는, 비대면 소통이 더욱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콜 포비아, MZ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콜 포비아’가 최근 MZ세대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처럼 여겨졌지만, 사실 이 현상이 문제가 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 스마트폰이 탄생한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삼을 수 있는데, 2014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스마트폰 이용 목적’에 대해 묻는 질문에 무려 79.4%에 달하는 응답자가 ‘채팅과 메신저를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음성, 영상 통화를 위한 이용은 70.7%로,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도 텍스트를 활용한 의사소통이 더욱 보편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만 ‘콜 포비아’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 혹은 전화기의 사용 경험이 부족하거나,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느꼈던 부정적 감정이 전화 통화를 꺼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습관적으로 폭언을 듣는 콜센터 직원들이다. 또한 2019년 10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콜 포비아’ 현상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콜 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 중 무려 18.0%가 ‘통화 업무나 선배 또는 상사와의 통화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변하였다. 

 

콜 포비아, 일상 생활에 문제는 없을까?

그렇다면 ‘콜 포비아’가 일상 생활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 큰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오늘날 ‘콜 포비아’의 확산에는 보편화된 언택트 문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후에도 이러한 서비스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콜 포비아’가 현대 사회에서 다시 이슈로 떠오른 것은, 기성세대와 MZ세대 간의 소통 과정에서의 충돌 때문이었다. 수평적 문화를 중시하고 텍스트를 통한 대화가 더 편안한 MZ세대에겐 전화를 이용한 기성세대의 소통이 불편하게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 간 소통에 있어서는 ‘콜 포비아’로 인한 마찰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콜 포비아’는 결국 사회적 불안의 일종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피하기보다는 조금씩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통화를 하기 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나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대처를 정리해 두거나, 자신이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과 반복적으로 통화를 해봄으로써 점차 불안감을 완화시키고 낯선 사람과의 소통에도 조금씩 도전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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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김미성,and 이상준. "모바일 O2O 커머스 지속이용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경영정보학회 학술대회논문집 2017.06 (2017): 619-630. 

2) 최윤희. (2022, December 11). [퍼센트] 코로나19가 MZ세대에 남긴 ’콜포비아’…전화 통화 선호 18%뿐 (김연지, Ed.). JTBC 뉴스룸.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06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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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1-05 15: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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