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다연
[The Psychology Times=진다연 ]
‘마음이 정상이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사전적 정의로써의 마음은 ‘사람이 감정, 의지, 생각 등을 일으키거나 느끼는 작용’을 뜻한다. 정상의 정의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잘 지내는 상태(state of well-being)’라고 보았고, 정신의학적 관점에서는 ‘사람의 행동이나 성격적 특성이 전형적이거나 표준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고 보았다.
가끔 필자는 어떤 생각이, 그런 생각을 품은 마음이 비정상적인 것 같다 느낄 때가 있다. 내 감정과 생각이 나 스스로도 전형적이지 못한 것 같고, 받아들이기 힘들 때 유독 그렇다. 이렇게 마음이 비정상일 때는 어디로 가야 할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까?
심리학과 정신의학, 생리학과 병리학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자 할 때 쉽게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 이 두 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 둘의 차이를 비교해보기 전에, 우선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차이부터 알아보자.
우리는 우리의 신체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해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병이라고 부른다. 정신 분야에 있어서 이러한 ‘병’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 정신의학이다. 정신의학은 정신 병리를 공부하고 이를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는 학문인 반면, 심리학은 대체로 인지 심리, 사회 심리, 발달 심리 등 인간의 정상적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세분화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다. 즉,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인간의 정신적 분야에 있어서 병리에 초점을 맞춘 학문인지, 생리에 초점을 맞춘 학문인지에 그 차이가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의 저자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서로의 영역을 지키는 협조적 관계에 있는 학문’이라고 표현했다.
정신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의학의 일부이며, 궁극적으로 치료를 위한 학문이기 때문에, 심리학에서 다루는 정상 심리는 광범위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병리 및 치료에 관한 내용은 오로지 정신의학에서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에서도 임상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임상에서의 환자의 정신 이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대학에서 임상심리학 학사 또는 석사 과정 졸업 후, 병원에서 3년간의 수련 과정을 수료하면 임상 심리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여기서 임상 심리 전문가(임상 심리사)는 환자의 심리 평가를 통해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여 진단 및 치료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1급, 2급의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제도를 두고 있다. 임상 심리사의 구체적인 역할은 아래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마음이 어떨 때, 어디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결론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정신과 치료, 심리 치료, 심리 상담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정신과 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해서 이뤄지며, 약물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콧물이 나오면 이비인후과에 가듯, 상담보다는 증상에 따라 약물 처방을 받는 것이 주된 치료이다. 이는 정신 장애를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뇌 기능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는 수많은 약물의 기전과 효과와 부작용을 숙지하고, 환자에 따라서 적절한 용량과 투여 방법을 결정하는 등의 약리적인 내용에 집중한다. 진료 및 대화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약물 치료 및 처방전이 필요한 경우, △임상적 증상의 정도가 중하다 느껴질 경우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에 반해 심리 치료는 정신 장애를 진단, 치료함에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주로 임상심리사에 의해 이뤄지며, 약물 치료 없이 상담 치료를 중심으로 한다. 심리치료는 여러 가지 심리 평가도구와 임상심리사의 전문적인 진단을 통해, 본인의 현재 심리 상태와 임상적 증상의 원인에 대해 더 근본적이고 심도 있게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임상적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일 때, 약물 치료에 거부감이 있거나 상담 기반의 치료를 받고 싶은 경우, △원인과 치료법 등 자신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경우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상담 치료는 주로 임상심리사와 같은 심리학 전공자가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클리닉에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심리 상담과 심리 치료는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들 것이다. 우선 둘의 큰 공통점은, 상담 기술 및 방법이 모두 심리학의 기본이론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 상담은 주로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곤란과 고민 등에 대해 상담하고, 심리 치료는 주로 인격과 정서, 행동에 나타나는 장애를 치료하는 것에 비중을 둔다. 그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심리 치료가 19세기에 먼저 시작되었다. 이후 1920~1930년대의 직업 상담 운동과 인본주의 사조의 영향, 또 정신분석 치료에 대한 커진 불만을 배경으로, 1940년대에 심리 상담 분야가 점차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심리 상담이 발전하자 상담과 치료가 점차 분화되기 시작했다. 둘 사이에 또렷한 경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에 대한 평가 심사와 요구되는 훈련이 각기 다르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 과정과 궁극적 목표에서도 그 차이가 있다. 심리상담은 기본적으로 상담 관계가 평등하여, 내담자가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하도록 돕는 게 주요 목표다. 그러나 심리 치료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구현됨으로써, 환자의 심리 장애를 치료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심리 상담은 상담자가 자주와 자립을 배우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즉, ‘치료자’ 보다는 ‘조력자’에 가깝다. 그러므로 임상적 증상의 정도가 중하지 않아서,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심리 상담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일상에서 맞닥뜨린 어려움 아래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와 대처 전략이 필요한 경우, △혼란스러운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필요 한 경우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언뜻 보기에는 심리 상담을 통해 자주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이 가장 좋아 보이지만, 고기를 잡을 힘조차 없는 사람에게는 고기 잡는 법을 아는 것이 무용지물일 수 있다. 혼자서는 이겨 낼 수 없기에 도움 받는 것이 ‘치료’이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와 심리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정상인 것 같을 때 진찰을 받고, 병들었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심리 상담과 심리 치료에는 많은 유과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정신분석 치료, 심리 행동 치료, 내담자 중심 치료, 상호작용 치료, 게슈탈트 치료, 합리적 정서 치료 등이 있으며, 저번 기사에서 다뤘던 ‘현실 치료’도 여기에 속한다. 미국 심리 상담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심리상담과 치료법만 해도 300여 종류가 넘으며, 끊임없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정신과 치료 분야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가 공조하여 심리 검사를 기반 한 치료를 하기도 하고, 의사 본인이 약물 처방과 함께 상담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또한 뇌 과학 기반의 인지 심리학 영역, 발달 심리와 연관된 소아 영역에서 심리학자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공동 연구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처럼 정신과 치료, 상담 치료, 심리 상담은 미세한 경계를 두고 가까이 맞닿아 있고, 그 경계에서 서로가 융합되는 부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 세 가지를 뚜렷이 구분해서 딱 하나만을 선택하기보다는,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에게 제일 필요한 프로그램을 가진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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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웨샤오둥. (2019). 나는 하버드 심리상담사입니다. 세종저석
하지현. (2012)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해냄
강현식. (2021).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학의 모든 것). 한빛비즈
박한선, 최정원. (2016).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따뜻한 정신과의사의 친절한 상담교실). 에이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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