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리
[The Psychology Times=손미리 ]
현대 시대의 가족 형태는 변화하고 있다. 1인가구부터 한부모, 비혼 동거, 동성 부부, 주거 공동체 등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 것은 가족은 서로 정서적으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포스터 (출처•한국영화아카데미)
두 모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는 가족의 정서적 관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 안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대사는 엄마 수경 역의 ‘너만 아니었으면~’이다. 이 대사는 가족에게 감정반사적으로 화풀이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는 가깝다는 이유로 밖에서는 할 수 없는 감정 섞인 말을 가족에게 내뱉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는 이를 역기능적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가족을 형성하는 조건, 분화
그렇다면 건강하고 기능적인 가족은 어떤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세대 가족치료자인 보웬(Murray Bowen)의 이론에 따르면 분화 수준에 따라 가족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웬(Murray Bowen)(출처•상담학 사전)
자기 분화는 개인이 타인이 아닌 자신의 방식에 따라 기능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분화를 개인 내적 수준으로 보았을 때는 감정반사적이 되지 않고 사고와 감정을 분리시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타인과의 관계 수준으로 보았을 땐, 상대방의 영향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취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가족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족 안에서 자율성이 잘 확립되며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 가족은 건강한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가족 간의 분화 수준이 낮다면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속 모녀와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가족의 모습을 보웬의 미분화 가족 자아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미분화 가족 자아군은 온 가족이 감정적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 정서적으로 함께 고착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가족은 ‘지나친 가까움’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내 것처럼 받아들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혹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정서적 단절에 이르는 상호거부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물림되는 가족 정서
낮은 분화 수준은 높은 불안으로부터 비롯된다. 불안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욱 의존적이게 한다.
특히, 가족 내의 불안은 침투성과 전염성이 강해 부모, 자녀와 같은 관계를 통해 전달된다. 이때 자녀는 부모의 불안에 적응하기 위해 진정한 자기가 아닌 유사자기로서의 행동 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이처럼 높은 불안은 낮은 분화 수준으로 나타나고, 낮은 분화 수준은 다시 관계를 통하여 높은 불안을 형성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세대 간에 걸쳐 반복된다면 역기능적인 가족의 정서는 대물림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가족 간에도 서로를 개인으로서 존중하고 이해하는 정서적 적정거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독립된 나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
분화가 잘된 사람은 대체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분리시켜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스트레스 상황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대처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적 구성 개념인 마음 챙김과 닮아 있다. 마음 챙김은 불교 수행 전통에서 기원한 심리학적 구성 개념으로 현재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적인 태도로 자각하는 것을 뜻한다.
마음 챙김은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 자신의 감각, 지각, 생각, 느낌, 감정 등을 알아차리는 행위이다. 알아차린 대상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은 상태로 이를 객관화시켜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마음챙김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고, 인지, 정서, 감정조절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박희금과 조민아(2018)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분화는 마음 챙김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고 한다.
마음 챙김을 수행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명상이나 호흡법 등으로 일상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상에서의 작은 시도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독립적인 내가 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기사
작심삼일, 당신이 금주하지 못하는 이유는 ‘애착관계’에 있다.
‘먹고 토하는’ 섭식장애, 사소한 왜곡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피해자를 비난하는 심리학적 이유
참고문헌
마음 챙김.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0250&cid=41991&categoryId=41991
박희금,& 조민아. (2018). 성인의 자기분화와 용서의 관계에서 마음챙김의 매개효과. 재활심리연구, 25(4), 865-884.
전영주. (2018. 02.). 가족치료의 이해. 서울: 학지사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smr23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