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경
[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왜 스토커는 혼자 착각할까?
9년간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했다는 하영(가명, 30대 여성)씨는 BBC에 스토킹 피해자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열심히 도망 다닌다고 해도 우연히 마주치면 보복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정다민, BBC 코리아). 즉, 자력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는 것이죠.
그녀는 십여 차례 이사했고, 연락처도 4차례나 바꿨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 고소했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온라인 상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머리가 하얘지고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녀는 뉴스에서 스토킹 범죄 사건을 접할 때마다, 그 피해자가 자신이 될까 매일 아침이 두렵다고 합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요?
왜 스토커는 피해자에게 이렇게 암흑 같은 삶을 제공하는 것일까요? 왜 도대체 왜 혼자 착각하는 걸까요? 싫다고 암묵적으로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이들을 '사랑' 이라는 명목 하에 사람을 억압하고, 강요하면서도 그들이 '실제로는 좋은데, 싫다고 표현하는 것일 뿐'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요? 그 원인 중 하나로 심리학 계에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라고 하는 증후군 때문이라고 합니다.
드 클레랑보 신드롬
드 클레랑보 신드롬의 기원은 1924년, 프랑스의 드 클레랑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병입니다. 이 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은 그들이 상대방과 사귀고 있거나,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러나 상대의 속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초조해져 자살한다고 말하며 협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이 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멋대로 '투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사람은 처음 만난 사람이 마음에 들면, 연락처를 주고 받고, 여러 번 만남을 가지면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 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은 처음 본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에 들 때, 자신에게 웃어주거나 배려하는 등 간단한 행동 만으로 큰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하나봐'하고 마음대로 그의 마음을 투사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순적으로 이런 망상을 가지는 이들의 망상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이 이미 망상으로 그가 나를 좋아한다고 믿고 있는데, 이 마음 한편에는 '어차피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와 같이 발생한 내적 갈등이 이러한 망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스토커가 된다고 합니다.
스토킹은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이러한 정신적 증후군에서 스토킹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고 신체적 정신적 위협을 가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처벌이 부과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증후군으로 인해 발생하는 스토킹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처벌 받고 있을까요?
2021년 10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형사처벌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킹과 그에 이은 보복범죄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 검찰에서는 스토킹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하고, 가해자에 대해 접근 금지, 구금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와 구속영장을 적극적으로 청구하는 등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하지만 근본적으로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초기에 수사기관이 개입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있어 장애가 있을 뿐 아니라,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 범죄나 위해를 가하는 보복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과거(2021) 법무부가 반의사불벌죄 폐지 법률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한 바 있었으나, 법무부장관이 바뀌고 적극 대응의 의지를 표출하면서 스토킹을 반의사불벌죄로 하는 일부개정법률안이 2022년 10월 예고된 상황입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이동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국가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법안 개정을 통해 우리는 한 층 더 스토킹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까지 스토킹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기사
나의 아픔에 공감 받기도, 위로 받기도 원치 않습니다. 제발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는 말아주세요.
폭우가 내려서 아이를 낳기 싫어요, 가뭄이 들어서 우울증이 심각해 졌어요.
참고문헌
지적 대화를 위한 심리학 백과사전, 이현성, 스타북스 2015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shinskok@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