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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손미리 ]



식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떡볶이나 마라탕과 같은 매운 음식이 떠오를 때가 있다. 혹은 초콜릿, 아이스크림, 젤리같이 단 음식이 자꾸만 생각날 때도 있다. 그 외에도 배가 고프지 않은데 과자를 계속 집어먹는 등의 섭취를 제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언젠가부터 이와 같은 모습을 두고 ‘가짜 배고픔’을 느낀다고 한다. 가짜 배고픔, 즉 가짜 식욕은 배가 고픈 것이 아닌 데도 무언가를 먹고 싶은 욕구가 드는 심리적 허기를 이르는 말로, 배고프지 않아야 할 상태임에도 배고픔을 느끼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가짜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허기가 부정적인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바라본다.




마음을 처리하는 잘못된 방식, 정서적 섭식


흔히 말하는 가짜 배고픔으로 인해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를 정서적 섭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서적 섭식은 우울, 불안, 분노, 외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에 대처하기 위해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시험으로 인해 불안을 겪거나, 애인과 헤어진 후 외로움과 우울을 겪을 때, 음식으로 그를 해결해보려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정서적 섭식을 두고 그게 잘못된 행동이냐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서적 섭식이 한 번으로 끝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복될 수 있다. 


①폭식 전에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고 ②폭식 중에 부정적 정서가 감소되며 ③폭식 후에 자책 등의 이유로 부정적 정서를 다시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부정적인 정서를 완화하기 위한 과도한 음식 섭취는 부정적 정서를 완화시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음식 섭취 후 다시 부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되고 이는 폭식이라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실제로 Stice & Agras는 폭식 행동의 발생•유지 요인으로 두 가지 이론을 제시하였다. 그중 하나가 부정적 정서 이론이다. 이는 정서적 혼란이 폭식 행동을 시작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보는 이론이다.




정서적 섭식을 멈추려면


정서적 섭식과 폭식이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비롯된다면 그를 제어하는 방법도 감정에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것은 그 감정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자신의 감정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불편감만 호소하는 것은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Basky와 Klermans(1993)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표현불능증을 지닌 사람들은 감정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능동적으로 조절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에 대한 회피의 일환으로 섭식, 중독 행동 등에 집착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 마음을 알고 그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폭식행동 치료방법으로 인지행동치료, 수용전념치료, 변증법적 행동치료 등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중 내 감정을 아는 마음챙김을 중점에 둔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가 정서적 섭식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자각하고, 이해하고, 조절하는 MBCT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는 우울증 환자를 치유하기 위해 마음챙김의 명상활동을 기초로 한 명상 프로그램이다. 신체 감각, 지각, 인지 및 정서에 대한 비판단적인 관찰과 수용을 배양하기 위해 고안된 다양한 마음챙김 훈련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마음챙김 훈련을 포함하고 있기에 폭식이나 정서적 섭식을 조절하는 것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호흡명상, 먹기명상, 바디스캔 훈련 등 마음챙김 명상을 활용하여 평소에 회피했던 부정적인 사고를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부정적 감정과 사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전소라, 손정락(2012)의 연구에 따르면 폭식 행동 집단을 대상으로 MBCT를 진행했을 때, 폭식 행동, 정서적 섭식(불안), 정서조절곤란, 감정표현불능증 점수에서 모두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치료를 일상에서 녹여내기 위한 방법으로 간단한 호흡명상부터 시작해 보기를 권한다. 더 나아가 나의 하루 속의 불쾌한 경험, 유쾌한 경험들을 적어보거나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느낀 생각, 감정을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스로의 신체반응, 감정반응을 몸소 느끼며, 잠시라도 나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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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가짜 식욕 [시사상식사전]. (2023).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684339&cid=43667&categoryId=43667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 [상담학 사전]. (2016).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6939&cid=62841&categoryId=62841

안윤숙. (2007). 정서 경험의 개인차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경기도

전소라 and 손정락. (2012).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가 폭식 경향이 있는 대학생의 폭식행동, 정서적 섭식, 정서조절곤란 및 감정표현불능증에 미치는 효과.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17(4), 841-859.

Deaver, C. M., Miltenberger, R. G., Smyth, J., Meidinger, A., & Crosby, R. (2003). An Evaluation of Affect and Binge Eating. Behavior Modification, 27(4), 57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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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03 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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