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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손미리 ]


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스틸컷

“원래 육교는 흔들려야 해. 안 그러면 부러져”


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의 이야기이다. 마치 육교처럼 영화 안에서 성환이라는 인물은 가죽공예라는 꿈과 굴착기 기사라는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현실의 청년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아하는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뿐만 아니라 적성 자체를 두고 고민하는 청년들도 대다수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청년 일자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많은 청년들은 ‘본인의 적성, 흥미 파악(57.3%, 1순위)’이 구직 과정에서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하는 이러한 고민들은 청년들의 불안함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발달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이를 정체감을 형성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단계라고 말한다. 




나를 알기 위해 필요한 위기와 개입


인간이라면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한 번쯤 던져보았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할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지? 등의 물음들을 말이다. 이와 같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함축적, 총체적, 일관적인 믿음과 느낌을 자아정체감이라고 정의한다.


심리학자 제임스 마샤(J. Marcia)는 인간의 발달을 총 8단계로 나눈 정신분석학자 에릭슨의 정체감 형성 이론을 발전시켜 자아정체성 발달을 설명한다. 마샤는 정체감 개념 중 두 가지에 주목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개인이 자신의 정체감 확립을 위해 얼마나 큰 위기를 겪었는가, 즉 자아 정체감 형성의 기회를 제공받았는가 여부이다. 두 번째는 자아 정체감의 확립을 위해 개인이 실제로 노력을 개입시켰는가의 유무이다. 이를 바탕으로 마샤는 정체성 지위이론을 제시한다.




나를 알아가는 네 가지 단계


마샤는 두 가지 개념을 근거하여 정체감 지위를 정체감 성취, 유예, 유실, 혼미 네 가지로 선정했다. 


정체감 지위 이론에 따른 정체감 구분 (출처•심리학용어사전)

가장 첫 번째로 정체감 성취는 네 가지 정체성 지위 중에서 가장 발전된 단계로 삶의 목표, 신념, 진로 등에서 위기를 경험하고 대안을 탐색했으므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확고한 개인적 정체성을 갖는다.


두 번째, 정체감 유예는 삶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회의하고 대안을 탐색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수행 과업에 관여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안정감은 없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탐색하는 상태로, 점차 정체성을 확립해 갈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영화 속 꿈과 현실을 사이 고민하는 성환의 사례도 정체감 유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는 정체성 성취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도기적 단계이며, 정체성 유실이나 정체성 혼미보다는 더 발전된 단계다.


세 번째, 정체감 유실은 충분한 탐색 없이 지나치게 빨리 정체성 결정을 내린 상태로 자신의 신념, 가치, 진로 등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앞서 여러 대안을 생각해 보지 않고 주변의 다른 역할 모델의 가치나 기대 등을 그대로 수용하여 그들과 비슷한 선택을 한 경우이다. 이는 타인과 사회의 기대, 가치에 따라 본인의 직업과 진로를 선택하는 청년, 청소년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단계이다.


네 번째, 정체감 혼미는 자아에 대해 안정되고 통합된 견해를 갖는 데 실패한 상태다. 삶의 목표와 가치를 탐색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생애를 계획하고 설계하려는 욕구가 부족하며, 가치나 진로 등의 주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한다. 정체성 탐색과정의 가장 미발달된 단계로서, 방치될 경우 부정적 정체감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들과 시련들에 부딪힌다. 청소년들은 대학 진학의 여부와 전공 선택에 기로에서 고민할 것이며,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직업 선택의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다. 취업에 성공한 이후에도, 또 다른 선택의 관문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을 요구받는 인간은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자유로부터의 선고를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가치, 신념, 진로 등을 잘 알고 있다면 선택을 함에 있어서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내가 아닌 타인의 기준과 가치를 따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철학자 존 롤즈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하라, 그러면 너의 재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너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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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라메르트 캄파위스. (2022). 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 웅진지식하우스

마샤의 정체성지위이론 [상담학 사전]. (2016).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7016&cid=62841&categoryId=62841

자아 정체감 [심리학용어사전]. (2014).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0166&cid=41991&categoryId=41991

청년이 원하는 일경험 기회 확대하고,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맞춤형 고용서비스 지원한다 [고용노동부]. (2023). URL: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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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14 22: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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