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린
[The Psychology Times=강예린 ]
얼마전 디시인사이드에 있는 ‘우울증 갤러리’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2023년 4월 16일에 한 청소년이 서울 강남의 고층 빌딩에서 투신해서 숨을 거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이 과정에서 한 SNS를 통해서 생중계를 했고, 그 과정이 담긴 영상이 그대로 송출되었다. 디시인사이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지난 4월 미국 마케팅 조사업체인 샘러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 누적 접속자 수가 가장 많은 사이트는 유튜브이고 구글과 네이버가 2, 3위이며 그 다음이 바로 디시인사이드다.
디시인사이드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300만 명에 달하고, 그 중에서도 우울증 갤러리는 몇 초 안에 페이지가 늘어날 정도로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주된 내용은 ‘우울하다’거나 ‘죽고 싶다’는 글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게시판의 성격과는 무관한 게시글도 많이 올라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결과적으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자율규제 강화’ 권고로 의결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정민영 위원은 “통신자문특위나 법무팀의 검토 내용을 보면 게시판 자체가 범죄 목적으로 개설됐다고 보기 어렵고, 문제가 된 게시물이 전체 게시물에 비춰보면 그 비중이 적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윤성옥 위원도 "양적, 질적으로 불법정보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살을 돕거나 유도하기 보다 우울증에 공감하고 위안을 주는 게 우울증 갤러리의 주요 목적으로 보인다. 접속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소년 자살 유발이나 방조 등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이 상황을 접하면서 나는, 과연 텍스트만으로 우울감을 공유하는 것이 위험한지, 그리고 그것을 차단하는 것만이 좋은 해결책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단순히 텍스트로 접하는 우울한 이야기에 영향을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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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는 사실 우울증을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SOS 신호라고 보시면 된다고 이야기 했다. 원래대로라면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아픔을 공유하고 연대적 공감을 받는 것은 환경적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본래 의미는 퇴색되고 그루밍 범죄와 가스라이팅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고도 언급했다.
여기서 환경적 치료 효과란 환경이 비슷하고 같은 병을 가진 친구들끼리 환자 연대, 치료 동맹을 맺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의 아픔을 들어줌으로써 나는 환자이면서 상담자가 되는 경험을 하고 서로 의지하는 일로 도움을 받는 것이다.
박종석 교수는 우울감은 간접경험, 미러링이 쉬운 감정이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하면 내 뇌도 우울하다고 착각을 한다고 언급했다. 상대방의 강렬한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감정적 전이가 쉽기 때문에 같이 우울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우울증 포텐셜이 있는 고위험군이나 스트레스 민감도가 높은 사람이 우울증 게시물을 자주 읽거나 관련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면 위험해질 수 있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점은 청소년기 우울증이다. 청소년은 ‘회복 탄력성’이 성인에 비해서 부족한 편이고 정서적으로 바탕이 건강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충동적인 것이 그 이유이다. 결국 우울 사고로 나타나는 생각들을 실제로 그 행위로 옮길 위험성도 높다. 이러한 상황이 그저 청소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제대로 아물지 못한 상처는 곪기 쉽고 터지기도 쉽듯이 그렇게 자라서 성인이 된 경우나, 지금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성인이 지속적으로 우울한 텍스트를 접하는 것도 역시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비록 그것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위험한 측면이 있는만큼 공감과 연대가 위로가 된다고 해도 우울한 감정이 지속적으로 담긴 글을 보면서 우울한 생각이나 자살 사고가 이어진다면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두는 것을 권한다. 박종석 교수는 우울감을 덜어내기 위한 생활습관으로 운동과 야외 활동, 규칙적인 수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상 속 사소한 루틴부터 바로잡아야 하며,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20분 이상 이용한다면 불면증과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무척 높아지니 주의하기도 권했다. 또 단기적이고 간단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서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우울증이 만성화되면 판단력도, 정서적 상처로 인한 아픔도 둔해지기에 만일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용기를 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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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뉴시스, (2023). 방심위, '우울증 갤러리' 차단 안한다…자율규제 강화 권고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newsis.com)
여성조선, (2023). 우울감 공유는 안전할까? 우울증 갤러리의 명과 암 < hot issue < ISSUE < 기사본문 - 여성조선 (chosun.com)</a>
노컷뉴스, (2023). "투신 영상 사고 팔기까지… 반성 없는 우울증 갤러리" - 노컷뉴스 (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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