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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우가현 ]



우리는 어떤 생명들과 관계를 맺을 때 이별을 생각하고 사귀지 않는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앞으로 더 나아질, 더 행복해질 우리의 이상적인 관계를 생각할 뿐, 그 누구도 처음부터 상대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생각하면서 서로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진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생의 절반도 채 살지 못한 우리는 앞으로 수많은 죽음 속에 둘러싸일 것이다. 우리와 관계를 맺은 대부분 것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날마다 죽음과 이별의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 또한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의 과정일 뿐이고, 우리는 자연의 요소로서 그 또한 숭고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애도의 과정




미성숙한 20대의 우리가 조금 더 이별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요소로 잘 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도’이다. 애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별이 우리에게 좋은 원료가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박사는 그녀가 저술한 『상실 수업』에서 애도의 단계들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총 5가지 단계로 명명했다. 이 애도의 단계들은 사랑하는 것들을 잃은 후에 진행되는 정상적이고, 치유적인 정신 반응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픔을 통과해야 하므로 반드시 우리는 이 과정을 겪어야 마땅하다고 한다. 

 

먼저 부정의 단계에서는 사랑하는 것의 죽음에 대해 충격을 받고,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악몽이기를 바라며,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반려견이든, 사람이든 장례를 모두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을 깨닫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단계에서 부정은 가벼운 환각 증상, 다시 살아나서 건강해질 거라는 터무니없는 희망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벗어나려고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지도 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감정을 말이다. 


다음 분노의 단계에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희망을 놓아버린 상태이다. 그렇기에 감정이 터지면서 아무에게나 격하게 화내게 된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건강한 반응이다. 하지만 그 분노는 결국 마지막에 나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자기 파괴적인 반응으로 스스로를 징벌하는 순간까지 가지 않도록, 분노를 표출하되 나를 파괴하지는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세 번째, 타협의 단계에서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동반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의 죽음에 있어서 죄책감을 느낀다. “아, 내가 만일 이렇게 했었더라면 이렇게 되었을 텐데” 하며 괴로워하고 후회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인간일 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죽음 또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있으며, 혹시 우리가 실수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나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타협의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네 번째, 우울의 단계에서는 더 이상 어떠한 감정을 표출할 힘도 없이 무력감에 빠져든다. 세상에서 벗어나 슬픔에 잠기고 싶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우울을 감내하는 방법뿐이다. 우울을 느낄 만큼 충분히 느끼면 그 후에 사랑하는 것이 없는 새로운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수용의 단계에서는 사랑하는 것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 그리고 그 속의 자신,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과 현재 내가 느끼는 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때로는 사랑하는 것과의 추억에 젖어 웃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슬퍼 울기도 하고, 때로는 맞닥뜨린 새로운 현실을 즐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울한 단계와 추스르는 단계를 오가면서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피하지 말고, 통과해라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과의 이별에서도 꼭 애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작 개 한 마리가 뭐라고” 라는 터무니없는 주변의 말에 흔들려서 애도를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우리가 이별을 경험할 때 이 애도의 단계들을 통과하지 않고 시선이 두려워 또는 아픔이 두려워 피하기만 하고 숨기만 한다면, 살펴보고 어루만져 주지 않았던 그 경험이 결코 극복되지 않은 채로 나와 평생 날마다 함께 갈 것이다. 부정적인 형태로 말이다. 늘 내게 좋지 않은 기운으로 따라올 것이고,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별이 내게 그런 형태로 남지 않도록, 내가 또다시 무언가를 사랑하고 또다시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은 죽음에 둘러싸일 우리는 이별을 피하지 말고 잘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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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엘리 H.라딩어 지음. 신동화 옮김, 『개를 잃다-반려동물과 이별할 때 준비해야 하는 것들』, 한 뼘 책방,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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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13 14: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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