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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은세 ]



매년 영어 공부가 새해 목표라면?


초중고, 도합 12년의 공교육과 학원, 학습지 등의 숱한 사교육에도 늘지 않는 영어 실력에 좌절한 적이 있는가? 영어 공부하기가 매년 새해 목표였던 경험이 있다면 왜 이리도 영어가 늘지 않는지 고민했을 것이다. TV 속 나보다 영어를 더 유창하게 구사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소위 말해 ‘현타’가 올 지경이다. 시간이면 시간, 노력이면 노력, 비용이면 비용 내가 더 많이 들인 것 같은데 어째서 5살짜리 꼬마가 더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결정적 시기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의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 결정적 시기란 말 그대로 언어가 발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시기로 그 시기에 해당 언어에 많이, 자주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모국어 외의 제2 언어 습득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결정적 시기에 해당 언어에 노출되는 것이다.

 


결정적 시기는 대체 언제일까?


우리가 가장 궁금한 정보는 그토록 중요한 결정적 시기가 바로 언제인가일 것이다. 학자마다 의견의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언어 발달의 결정적 시기는 2세부터 사춘기 이전까지로 폭넓게 여겨진다. 하지만 사용하는 단어의 수, 표현력 등이 급증하는 초등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외국어 습득 능력이 점차 감소하기 때문에 결정적 시기 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 존슨과 뉴포트가 1989년 발표한 제2 언어 습득에 관한 한 논문에 따르면 제2 언어에 노출되는 시기가 빠를수록 제2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또한, 17세가 넘어간 이후로는 결정적 시기 이전보다 언어 습득 능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해당 연구는 모국어가 한국어와 중국어인 연구 참가자들이 제2 언어인 영어에 처음으로 노출된 시기에 따라 연구 참가자들을 4가지 집단으로 분류했다(3~7세/8-10세/11~16세/17~39세). 영어가 모국어인 집단을 포함해 총 5개의 집단 구성원을 대상으로 영어의 문법적 오류를 파악하는 과제를 수행한 결과 3~7세 집단은 영어 모국어 집단과 유사한 정답률을 보였으며 8~16세까지는 점차 감소, 17세 이후로는 가장 낮은 정답률을 보이며 이후 연령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위 연구에서 알 수 있듯 제2 언어에 빠르게 노출될수록 모국어 수준으로 해당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며 결정적 시기 이후에는 언어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결정적 시기 이후에는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없는 것일까?

 


선천 vs 후천 - 끝나지 않는 논쟁



대부분의 심리학적 개념들이 그러하듯 언어 발달 영역에서도 선천적 영향과 후천적 영향 중 어떤 것이 언어의 발달에 더 크게 이바지하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언어 발달에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선천적으로 언어 발달이 가능한 시기가 주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언어 발달이 환경의 영향보다는 선천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후천적 영향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은 환경의 중요성을 지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심리학적 개념들이 갑론을박을 이어나가고 있는 선천과 후천의 영역은 사실 어느 한쪽이 더 강력하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론적으로 언어 발달 또한 환경과 선천성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때문에 당신이 언어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지났더라도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현재를 변화시킴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을 탓하며 포기하기보다는 바꿀 수 있는 환경을 변화시켜 노력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한 결정적 시기라는 개념은 비단 언어 발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감각 기관, 인지와 같은 발달 분야는 물론이고 문화적 관습의 습득 등 문화심리학에서도 활용되는 결정적 시기는 아동의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개념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발달 과정에서 결정적 시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환경의 영향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료 출처

- Johnson, J. S., & Newport, E. L. (1989). Critical period effects in second language learning: The influence of maturational state on the acquisition of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Cognitive psychology, 21(1), 60-99. 

- Snow, C. E., & Hoefnagel-Höhle, M. (1978). The critical period for language acquisition: Evidence from second language learning. Child development, 111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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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05 0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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