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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안수진 ]


사진 출처=영화 '잠' 스틸컷

잠을 자면서 음식을 먹고, 피가 나도록 몸을 긁고, 볼일을 보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하고. 영화 '잠'에서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받은 이선균이 하는 행동들이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정유미는 미칠 노릇이지만, 정작 이선균 본인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


영화를 보면서 공감이 갔던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선균과 같은 공간에서 잠들기를 두려워하는 정유미의 모습이었다. 필자의 가족 구성원 중에도 영화 속 이선균만큼은 아니지만 수면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잠을 자는 동안 꿈속의 행동을 그대로 표현해 본인이 다친 적도 몇 번 있었고 옆에 있던 사람을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경우도 있었다. 어렸을 땐 단순히 잠꼬대가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궁금증이 들었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정확히 어떤 병일까?




수면 주기


일단 수면 장애에 대해 알아보려면 수면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주기적인 간격으로 렘수면(REM)과 비렘수면(NON-REM, REM이 아닌 수면)이 일어난다. REM(Rapid Eye Movement)은 '급속 안구 운동'의 줄임말로, 꿈과 유사한 정신 활동을 하는 수면이다. 자고 있으나 눈이 빠르게 움직이고 호흡이 얕고 빨라진다. 간혹 잠에서 깼는데 꿈의 내용이 기억난다면, 렘수면 근처에서 깨어난 것이다.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잠을 자는 동안 반복되며 나타나는데, 보통 렘수면이 약 10분 지속되다가 점차 깊은 잠에 소비되는 시간은 감소하고 렘수면이 길어진다.




사건 수면


사건 수면이란, 잠이 들거나 잠자는 도중, 또는 잠에서 깰 때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육체적 또는 감각적 경험이다. 국제수면장애진단 기준(ICSD-3)에서는 사건 수면을 비렘수면 연관 사건 수면, 렘수면 연관 사건 수면, 그 외 사건 수면으로 분류한다(사진 참고). 사건 수면은 입면 후 몇 시간 이내에 나타나며, 약 수분에서 30~40분 정도 나타나고 환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렘수면 행동장애


렘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 RBD)는 렘수면에서 과도한 근전도 활동(근육의 움직임)과 관련된 불쾌한 꿈, 그에 동반한 격렬한 행동(Dream Enactment Behavior, DEB)이 특징이다.


환자들의 꿈의 내용은 대부분 공격을 받거나 쫓기는 등 폭력적이고 과격하다. 실제로 정상군에 비해 내용의 공격성이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수면 중 하는 주먹질, 깨물기, 발차기 등의 격렬한 행동은 꿈의 내용을 옮기는 운동 행동이다. 이로 인해 본인이 다치거나 같이 자는 배우자에게 신체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영화에 나온 모습처럼 배우자 보호를 위해 침대를 따로 사용하거나, 침낭 사용, 몸 묶기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는 환자들이 있다. 이에 비해 걷기나 방 밖으로 나가는 행동은 드물다. 먹고 마시거나 성교와 비슷한 동작, 배뇨나 배변 행위 등은 아주 드물게 보고된다.


그렇다면 렘수면 행동장애는 왜 발생할까? 렘수면 마비를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 뇌와 골수 부위의 기능 장애 때문이다. 또는 신경학적 상태, 약물에 의해 이차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이유를 알 수 없는 특발성 렘수면 행동장애도 있다.




치료는?


현재 렘수면 행동장애 자체나 신경퇴행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수면 중 심한 소리,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외상을 방지하는 등의 증상 조절에 치료 목표가 있다. 보통 행동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데, 약물 치료의 경우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행동 치료의 핵심은 수면 중 움직임에도 다치지 않는 수면 공간을 만드는 것에 있다. 자는 곳 주변의 위험한 물건이나 뾰족한 가구 등을 치워야 하며, 침대 높이를 낮추거나 이불을 깔고 자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같이 자는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자는 것을 추천한다.




렘수면 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은 정상인에 비해 낮으며,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건강한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수면의 질이 낮고 우울감이 심하며,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잠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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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강진주, 강현구, 서만욱, 신병수, 오선영 and 류한욱. (2018). 사건수면으로 발견된 기면병. Journal of sleep medicine, 15(1), 27-30.

 유수연, 전수명 and 조용원. (2018). 렘수면 행동 장애. Journal of sleep medicine, 15(1), 1-7.

 이은영, 송지혜, 배희원 and 최하연. (2022). 렘수면 행동장애 유사 수면장애에 대한 고찰. 수면정신생리, 29(2), 35-39.

 변정익 and 신원철. (2021). 렘수면행동장애의 치료와 관리의 최신지견. 대한신경과학회지, 39(2), 6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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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10 14: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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