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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아프리카에서의 20일이 끝났다. 광활한 지구에서 '나'라는 먼지 같기도 우주 같기도 한 존재의 흔적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그리고 잠비아를 가로지르는 선을 그었다. 


여행이 끝나고 나에게 남은 것은 'HAKUNA MATATA'.


라이온 킹 주제가 이름이기도 한 이 말은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한 편의 긴 꿈을 꾸었다.

끝없는 그림 속을 몇 시간이고 달리며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른 아침에는 오리온자리를, 밤에는 페가수스와 전갈자리, 은하수를 보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인간이 이름을 붙였을 수많은 별자리를 보았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혹은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없어 보지 못했던 경이로운 빛들을 매일 혼자서 몇 시간이고 올려다보았다. 


벌레를 그렇게 무서워하던 나는 아무렇지 않게 들판에 드러누워 코끼리와 낮잠을 잤다. 

또 눈망울이 예쁜 아이와 손을 잡았다.



나의 여정은 15명의 각기 국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졌다. 

함께하는 모든 인연에 빠짐없이 감사했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끄러운 순간도 고요한 순간도 하나같이 소중했다.


와이파이는 사흘에 한 번씩 그것도 아주 느리게 연결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스마트폰과 분리되는 순간들에 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유일한 동양인으로 익숙지 않은 언어에 가끔 웃음의 순간을 놓쳤지만 한 박자 늦게 웃으면 그만이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들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 이 모든 것에 익숙지 않은 나에게 누군가 서두를 것이 없다고, 여유를 되찾으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냐고, 말했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기쁨 혹은 슬픔에 행복 혹은 연민을 느꼈다. 순수한 미소에 웃음짓는 반면 서글픈 울음에는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과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보았다. 역설 속에서 행복한 삶에 대해 종종 생각했다. 


나 혹은 많은 이들이 좇고 있는 인생의 꿈과 이상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가끔은 내가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뜨고 지는 태양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강렬함은 매일 나를 압도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나서야 나는 자연과 동물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을 수 있었다. 

모두가 동물들 앞에 카메라와 핸드폰을 들이밀 때 인간의 욕심과 동물에 대한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기린의 눈망울은 순수했고 죽은 코끼리의 냄새는 지독했다. 

개구리 울음 소리는 옥구슬 같았고 자칼과 하이에나의 웃음 소리는 소름 돋았다.

임팔라는 가벼웠지만 연약했고 표범은 사나웠으나 외로웠다.

버팔로는 여유로웠고 하마는 육중했으며 독수리는 자유로웠고 원숭이는 영리했으며 사자는 용맹했다.   

사막은 건조하고 사바나는 광활했다. 자연은 경이롭지만 가혹했다.

코끼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울었다. 그 육중한 몸 안에 숨겨진 순수함과 강인함에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다.



지도에 찍히는 나의 흔적을 가끔 들여다 보며 점점 익숙해져 가는 모든 것들에 계속 감사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 모든 기회들과 내가 갖게 된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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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12 14: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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