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현
[The Psychology Times=한소현 ]
출처_네이버도서
여러분은 인정욕구 때문에 괴로운 적 있으신 가요? 저는 너무나 많습니다.
사실 최근 ‘감정 다스리기’라는 말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여기저기 올라오면서 저도 제 감정에 관심을 두고 이를 다스리기 위해 어설프게나마 노력하곤 합니다. 그러던 와중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기분과 감정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동정심’이 떠올랐습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라는 책을 읽고 연민과 동정이 사람의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저를 가장 괴롭게 하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고의 흐름을 타다 보니 제가 어떤 상황에서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지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남들이 나를 찾지 않을 때’ 그런 감정을 유난히 자주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무의식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의 기준을 ‘남들이 나를 찾아주는 빈도수, 즉 남들의 시선’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면서 내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의해 휘둘릴 때가 많습니다. 저 또한 이 때문에 힘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찾아올 때마다 그 이유를 너무나도 알고 싶었는데, 히로아키 저서 ⟪인정욕구⟫에는 이 이유에 대해 명쾌한 해답이 적혀 있었습니다. 해당 책의 여러 장(章) 중 ‘자아 이미지는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다’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도 결국 살면서 보아온 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나를 묘사하는 말’’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 같았습니다. 저자는 그 이유때문에 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자 의식하다 보니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물꼬를 튼 이 글의 주제는 ‘인정욕구’입니다. 인정 욕구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입니다. 이 책의 초반에는 인정욕구를 둘러싼 오명을 지적합니다. ‘욕구, 금욕, 욕망’이라는 말의 의미 때문에 사람들은 사람의 욕구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이를 억누르거나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욕구이론의 아버지 매슬로우의 이론을 근거로 ‘욕구’라는 단어를 향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반박합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계층설’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총 5가지로, 가장 상위욕구로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자아실현 욕구 밑의 ‘4가지 기본욕구’는 하위욕구의 결핍이 채워지면 상위욕구를 채우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출처_한국심리상담센터
이렇게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 중 인정욕구는 충족을 시킬 때 ‘타인의 역할’이 여타 욕구들보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인정욕구’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추진력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과하게 추구하면 내 삶의 주인이 전도되어 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일화를 풀어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학부 때만해도 장학금을 놓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첫 학기에 장학금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너무나도 충격을 받고 그동안 제가 기울였던 모든 노력이 헛된 것이었다는 생각에 휩싸여 자포자기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좌절하다가 괜찮아질 때쯤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장학금을 안 받는다고 내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왜 장학금에 집착했는가?’ 사실 학부 때 장학금을 받으면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이를 자랑하고 인정받던 그 기분에 행복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통번역대학원 입시를 시작할 때는 한문장도 중국어로 옮겨내기 어려웠고, 중국어 문장을 한국어로 해석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매일 이를 소화하고 있다는 제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제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가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되니 힘들었던 마음이 괜찮아졌습니다.
한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다음번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오게 되면 더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외에도 우리는 매순간 남들에게 인정받는 내 모습에 기뻐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이번 히로아키의 ⟪인정욕구⟫를 읽고 내가 충족되지 못한 인정욕구로 인해 피어오르는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다스렸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본인 작가의 서양 동양을 비교하는 시선을 다루는 내용에는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 번쯤은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제 독후감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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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에노모토 히로아키. (2023). 인정욕구 (pp. 131). n.p.: F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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