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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천지영 ]


pixabay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한 문장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부산에 가기 위해 5시간 넘게 걸리던 거리가 지금은 약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또한 자랑스러운 배달과 택배 시스템, 유명한 인터넷 속도까지, 한국인들은 빠른 속도에 편리함을 누리며 그에 맞춰 익숙해진 채 살고 있다.


속도가 빠른 사회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들이 외국에서 일주일만 살아도 답답함을 느낀다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속도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사회의 이점 뒤에는 꽤 많은 부분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여왔다. 빠르게 발전된 만큼 사회 순환의 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속도는 현대인들이 발맞추지 않으면 따라잡기 힘든 정도가 되었다. 현재 우리는 속도의 덕을 보고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과거보다 빠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지만, 그에 맞추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을 비추는 단어는 ‘무한경쟁’, ‘빨리빨리 문화’ 등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빨라진 사회 속도는 단순히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사회구조의 형태까지도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올라타지 못하면 소외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빠른 발전은 많은 장점을 가져다주지만,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르트무트가 쓴 <소외와 가속>을 통해 빠른 사회의 이면을 알아볼 수 있다. 그는 책에서 가속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기술의 가속


첫째는 기술의 가속이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변했다. 실제로 공간의 인식이 압축되었고, 공간보다는 시간에 더 의존하면서 살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공간으로 연결되었던 사람들과의 단절이 발생하고, 특정 공간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사회 변화의 가속


두 번째는 사회 변화의 가속이다.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 사회적 관계, 라이프 스타일 등 사회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현재의 수축’으로 볼 수 있다. 과거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고, 미래는 아직 유효하지 않은 것이며, 현재는 지금 유효한 것으로 생각해 볼 때, 현재가 수축하는 것은 지금 유효한 유효기간이 짧아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한 가정이 한 세대를 지속했지만, 현대에는 가정이 유지되는 시간이 한 세대보다 짧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지금 유효한 시간인 현재의 개념이 수축하는 상황은 혼란을 느끼게 하고, 기성세대와 현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생활 속도의 가속


세 번째는 생활 속도의 가속이다. 우리는 생활 속도가 가속되면서 일 처리를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적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현대인은 시간이 남아야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시간이 남는 것은 고사하고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술이 빨라진 만큼 시간이 남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유시간은 줄어들고, 시간에 치이면서 살게 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기술이 빨라지면서 그 만큼 할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이동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지만 우리는 그 전보다 훨씬 자주 이동하고, 멀리 가게 된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은 시간을 점점 부족하게 만든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속도’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을 탔을 정도로 우리는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물론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느림보다는 빠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같은 가격의 빠른 기차와 느린 기차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속도에서 주는 안정감 뒤에 속도에 빼앗긴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빠른 사회는 기술의 발전과 합을 이루면서 더욱 빠른 사회가 된다. 앞으로의 속도는 과거보다 더 빨라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놓쳐버린 것들을 잡기도 힘들겠지만 아마 무엇을 놓쳤는지 알아차리기조차 힘들 것이다. 이제는 편리함과 유용함을 얻으면서 잃어버린 여유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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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하르트무트 로자 『소외와 가속』, 2020

김스피, 「'가속사회' : 자꾸만 빨라지는 세상」, 인스피아 저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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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29 1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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