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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방주원 ]



나는 불안한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게 했던 기질적인 불안은 나의 심리보다 타인의 심리를 더 많이 신경 쓰는 쪽으로 발달해 왔다. 20살 성인이 되고, 대학교라는 보다 큰 사회에 나가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지속하면서도, 나는 늘 불안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고, 눈치를 봤고, 할말을 고르고 골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불안했던 순간은 내가 나의 쓸모를 알지 못할 때였다. 나는 원체 덤벙거리는 성격의 사람인데, 그 어설픔은 더 큰 집단에서 또래 구성원들과 일할때 보다 명확하게 드러났다. 주어진 업무를 하며 크고 작은 실수 저질렀고 그럴때마다 ‘이런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 쉽게 사로잡혔다. 함께하는 친구들에게, 선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다. 그리고 끝내 '그들도 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보겠지' 라는 결론을 내리며 나는 나의 존재로 인해 좌절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나를 친구들이 격려해 주었다. 나를 떠나지 않았고, 나의 곁을 지키며 나를 좋아해 주었다. 내가 실수를 한 부분이 아닌 그들에게 힘이 되어준 부분을, 내가 그들에게 따듯한 사람이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나의 쓸모를 느꼈다. 그리고 나의 쓸모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또한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내게 향했던 사람들의 애정이 무색할 정도로 주제넘게 나를 책망하고, 스스로 무기력해져 있던 것이다. 


친구들 덕분에 지금은 정도가 덜해졌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한 사람이다. 습관 같은 불안과 좌절은 쉽게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생각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회복하려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번 심꾸미 8기 활동도 그러한 과정의 일부이다. 내가 심꾸미 기사로 썼던 심리적 문제들은 곧 내가 겪었던 것들이고, 그에 덧붙였던 해결책과 희망의 말들은 나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나의 기질적 불안을 조금이나마 규명할 수 있었고 그것에 위로를 건넬 수 있었다. 또한 나의 기사를 읽고 의견을 나누어준 8기 기자님들 덕분에 나는 다시 나의 쓸모를 느꼈다. 6개월간 기자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내 이야기를 공유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 <몫>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그녀는 타인의 상처에 대한 깊은 수준의 공감을 했고, 상처의 조건과 가능성에 대한 직관을 지니고 있었다. 글쓰기에서는 빛날 수 있으나 삶에서는 쓸모없고 도리어 해가 되는 재능이었다.’ 심꾸미 기자단분들의 글에 나타난 빛나는 공감 능력과 직관을 목격할 때면 앞의 대목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들이 삶에 해가 되는 재능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재능이 담긴 글을 읽어 내리며 나는 큰 힘을 얻었기 때문에, 그 경험이 내게 분명한 쓸모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것들이 나의 마음을 짓누르고 불안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나는 심꾸미 8기의 기억으로 또 한 번 더 내 마음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소중한 기억의 조각을 만들 수 있게 해준 심꾸미 활동, 심꾸미 8기 기자단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심꾸미 8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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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2-19 09: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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