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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조수빈A]


전시회 곳곳에 작품이 망가질 수 있으니 만지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있다. 입장 전에도 직원에게 작품을 만지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다. 대개 열 명 중 여덟 명은 주의 사항을 지키며 관람하지만, 꼭 하지 말란 짓을 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이미 여러 차례 반복한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작품이 망가질 수 있으니 만지지 마세요.” 대신 “작품을 만지면 유해한 물질이 묻을 수 있으니 만지지 마세요.”라고 하면 곧바로 멈출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중심은 바로 나


어떤 일이든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자기중심주의라고 한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 따르면, 만 2세부터 7세 사이의 아동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한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개인차가 있지만) 8세 이후로는 서서히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기중심적 사고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하물며 온 세상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 즉 ‘스포트라이트 효과’도 나이와 상관없이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니까. 자기중심성은 죽을 때까지 나를 지켜주는 본능과도 같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중심성을 활용해 본다면? 이번 기사는 이 의문점에서 출발했다. 독자들도 필자가 소개한 예시들 외에 어떤 것이 있는지, 혹은 어떤 것이 있으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자기참조효과


유독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 더 잘 기억된다거나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자기참조효과의 덕택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자기참조효과란, 어떤 정보를 자기 자신과 연결했을 때 그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Kesebir & Oishi(2010)의 두 실험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차례대로 친구 10명의 이름과 그들의 생일, 자신의 생일을 적도록 하고, 친구의 생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적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친구의 생일이 자신의 생일과 더 가까울수록 더 정확히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 역시 생일을 활용했다. 생일이 본인과 같은 달 조건, 3달 차이 나는 조건, 6달 차이 나는 조건들을 구성해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 확인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본인과 같은 달 조건일 때 더 많은 생일을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암기하는 것보다 자기가 겪은 일화나 좋아하는 것 등을 관련지어 기억할 때, 기억력이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앞으로 무언가 기억해야 할 일이 생기면 자기참조효과를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암묵적 자기중심주의


소비자는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 구매를 결정한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치열한 고민 끝에 하나를 골라내는 데 성공하면 왠지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뇌는 생각보다 객관적이지 못하다. 살짝만 흔들어도 크게 기울어 버리니까 말이다. 특히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선택지가 나를 배신했다면,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제품을 구매한 결정적인 이유가 사실은 내 이름과 비슷해서였다든가. 알고 보면 상당히 어이없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자신과 관련된 것에 대해 호의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을 암묵적 자기중심주의라고 한다. Eric & Duncan(2014)은 암묵적 자기중심주의가 구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 참가자 이름의 첫 번째 이니셜이 가격 발음에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에 따라 구매 의사가 어떻게 바뀌는지, 생년월일과 가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따라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았다. 실험 결과는 가설을 뒷받침했다. 소비자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과 관련된 제품을 더 선호하고, 더 높은 구매 의사를 보였다.

 

나와 접점이 있는 것에 나의 눈과 손과 마음이 움직이고, 이것은 결국 소비 행동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든 기업이든 암묵적 자기중심주의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좀 더 유익한 소비 활동을 하거나 유리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지켜주는 무기는 바로 나


사진 출처: Pixabay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해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라는 것을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 남아있는 기억에도, 순간적인 판단에도 전부 내가 들어가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쉽게 간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생각한 자기중심성의 활용 방법은 자기중심성, 나아가 나라는 존재 의의를 잊지 말고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나는 본능적으로 나를 지킨다. 머지않은 미래의 내가 틀림없이 나를 구원해 줄 테니, 힘들어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보자.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연도 미상). "자기중심성"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62841&docId=5675769&categoryId=62841

Kesebir, S., & Oishi, S. (2010). A Spontaneous Self-Reference Effect in Memory: Why Some Birthdays Are Harder to Remember Than Others. Psychological Science, 21(10), 1525-1531.

Coulter, K. S., & Grewal, D. (2014). Name-letters and birthday-numbers: Implicit egotism effects in pricing. Journal of Marketing, 78(3), 1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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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7 17: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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