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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이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
  • 기사등록 2024-05-20 07: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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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진현 ]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울할 때도, 지칠 때도 있다. 여기저기서 쌓인 스트레스는 눈덩이가 굴러가듯이 점차 커져가고 가끔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우리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문득 “상담이나 한 번 받아볼까,” 하다가도 ‘이 정도 문제로,’ ‘주변에서 뭔 소리를 들을지 걱정되어’ 상담과 치료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고 또 그렇게 불어나는 눈덩이를 굴려나가게 된다. 이는 비단 누구 하나만의 경험담은 아닐 것이다.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22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사람들은 63.8%에 달한다. 그에 반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평생 중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대상자 중 12.1%로, 굉장히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미주 국가가 각각 43.1%, 46.5%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과 크게 대조된다.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고 익히 알려져 있는 일본과 같은 경우에도 20%로, 우리나라의 거의 2배 수준에 달한다.




힘들어도 손을 내밀지 않게 되는 이유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왜 편하게 정신건강 서비스도 사용해보지 못한 채 버텨나가고 있는 것일까? 분명 교육의 부족은 아닐 것이다. 동일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대상자의 83.8%는 “정신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면 호전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였으며 77.4%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입원하지 않더라도 외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문항에 동의하였다. 분명 정신질환 치료 의지가 있다면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무지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무려 80.9%는 주변 사람이 정신건강 문제가 생겼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분명 치료 방법이나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면 정신질환이 비정상이라는 이유로부터 비롯된 문제일까? 설문대상자의 83.2%는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문항에 동의했으며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문항에는 64%가 동의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다양한 미디어 노출과 인터넷의 발달로 정신질환과 건강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이에 익숙해진 영향일 것이다.




낙인이 문제다


문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자 일종의 낙인이다. 사람들은 정신건강과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의 높은 접근성과 매체에서의 잦은 노출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해 다양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같은 설문에서 설문대상자의 64%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는 문항에 동의하였다. 여기서 더 깊이 눈여겨봐야하는 사실은 이에 반대한 사람이 9.1%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표다. 무려 90.9%가 신질환자는 일반인보다 더 위험하거나 최소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런 여론은 특히나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일으켰다는 뉴스나 기사가 뜨는 경우 심화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중 하나가 과거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2022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정신장애범죄자는 총범죄자의 0.8%이며, 강력범죄로 국한하면 총범죄자의 2.3%로 밝혀졌다. 2022년 논문 ‘조현병 범죄 예방방안 연구’(손선화)에서는 2017년 일반범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68.2명인데 반해 정신질환자는 33.7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정신질환자가 일반인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는 편견은 편견일 뿐이다.


그런데 이 편견을 토대로 정신질환자들은 다양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2022 정신건강정책포럼에서는 정신장애인 고용율은 10.9%로 책정했다. 이미 현저히 낮은 비율이지만 34.6%인 전체 장애인 고용율보다도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다른 장애인보다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고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취약계층으로서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직업이 없다는 사실은 그들이 사회 속에서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는 편견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런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낙인이 찍히는 이유




그렇다면 이 낙인을 없애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낙인효과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섬광기억’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일상적인 것은 기억에 잘 남지 않지만 강렬한 순간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원리를 설명하는데, 이것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을 설명할 수 있다. 미디어에서 일반범죄자들은 그저 “범죄자”로 설명되는 반면 그들이 정신질환자인 경우 그것이 더욱 부각되어 “과거 정신질환 진단”받은 범죄자가 되어 노출된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에 대한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편견은 여전한 것이다.


또 크게 낙인효과는 ‘대중낙인’과 ‘자가낙인’으로 나뉜다. 이는 이름에서 드러나다시피 각각 대중이 지닌 편견으로부터 오는 낙인과 스스로가 위험하거나 무능하다는 인식에서 오는 낙인을 뜻한다. 대부분 대한민국 정신질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대중낙인으로 인해 쉽게 치료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더불어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은 수치스럽고 비정상적이라는 정신질환자 스스로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자가낙인 때문인 것일지도 모른다.




비로소 목소리를 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이 계속되어가고 있다. 이는 연구자가 아무리 “정신질환자는 위험하지 않습니다”라며 외쳐도 크게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일리노이 공대 심리학과 석좌교수 패트릭 코리건은 미국의 동성애 커뮤니티를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동성애자가 직접 나서서 ‘입 다물고 나를 봐라. 나는 소아성애자가 아니다’고 직접 말한 뒤에야 고정관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당사자가 사회에 나오고 드러나야 정신질환 낙인도 줄어들 수 있다”고 코리건 교수는 설명했다. 코리건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이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소리를 내야 “정신질환자는 위험하지 않다”는 말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신질환자들에게도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할 것일 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무게가 생긴 목소리에는 힘이 있고, 그 힘은 곧 그들을 일상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 불어난 눈덩이는 점차 그 열기에 녹고 “상담이나 한 번 가볼까”라는 말은 더 이상 무거운 대화가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 (2023). 국가 정신건강현황보고서 2022(11-1352629-000022-10). https://www.ncmh.go.kr/mentalhealth/board/boardView.do?no=9525&fno=106&gubun_no=6&menu_cd=04_02_00_02&bn=newsView&search_item=&search_content=&pageIndex=1#

경찰청. (2023). 2022 경찰통계연보(66). https://www.police.go.kr/user/bbs/BD_selectBbsList.do?q_bbsCode=1117

손선화. (2022). 조현병 범죄 예방방안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대학원, 서울.

정신질환 당사자 고용률 10.9%...취업·직업재활에 차별없어야. 매일경제. (2022, November 14). https://www.mk.co.kr/news/it/10529275

“정신장애인 낙인, 사회적 관계 맺을수록 줄어들어.” 한겨례. (2020, March 25).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40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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