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
[한국심리학신문=이도윤 ]
무언가를 읽을 때 파리가 주변을 윙윙거리며 오간다면 어떨까? 아마 파리가 신경쓰여 글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읽던 글의 종이가 반투명해 앞면의 내용과 뒷면의 내용이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파리가 윙윙거리며 주변을 오간다면 어떨까? 이전의 경험과 달리 앞면과 뒷면의 내용을 구별하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주의’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는 글에 주의를 주기로 선택하고 파리는 나중에 처리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특정 정보에만 반응할 수 있는 능력
시끄러운 음악과 많은 사람들, 그들이 나누는 대화. 파티에 참석하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러한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림에도 불구하고 대화 상대의 말만 유독 뚜렷하게 들린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시끄러운 상황에서 내 이름이 들리면 바로 포착이 가능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이에 대한 답은, 우리는 감각을 통해 여러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정보들 중 어떤 것은 무시하고 특정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반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선택주의(selective attention)이라 한다.
선택주의와 관련된 대표적인 실험으로 Cherry의 양분청취과제(dichotic listening task)를 들 수 있다. Cherry는 실험 참가자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왼쪽 귀에는 “The horses galloped across the field(…)”라는 말소리를, 오른쪽 귀에는 “President Lincoin often read by the light of the fire(…)”라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참가자에게 오른쪽 귀에 들리는 소리를 따라 말해달라 요청했을 때 참가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참가자는 왼쪽 귀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시한 채, 오른쪽 귀에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따라 말했다. 하지만 주의를 주지 않은 쪽의 경우 메시지의 내용이 변해도, 메시지의 언어가 변화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즉, 선택을 받지 못한 정보의 의미가 처리되지 못한 것이다.
주의의 선택은 어느 단계에서 일어날까?
정보처리과정에서 주의 선택이 어느 단계에서 일어나는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어 왔다. Broadbent(1958)와 같은 초기 선택론자들은 입력된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초기에 주의 선택이 일어나며, 선택되지 않은 정보는 더 이상 처리되지 않고 반응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Deutsch & Deutsch(1963)와 같은 후기 선택론자들은 입력 정보에 대한 의미적 처리가 일어난 이후에 주의의 선택이 일어난다고 주장하였다.
Lavie와 Tsal은 이를 지각부하(perceptual load)라는 개념을 통해 접근하였다. Lavie는 측면자극 과제(flanker task)를 이용해 지각부하와 선택주의를 확인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측면자극 과제에서 지각부하를 조작하여 낮은 부하 조건에서는 표적과 방해자극만 제시된 반면, 높은 부하 조건에서는 방해자극 외에 5개의 부하 자극과 표적자극을 제시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위와 같은 자극이 제시되었을 때, 표적자극에만 응답하도록 요청받았다.
Lavie, N . (1995). Perceptual load as a necessary condition for selective attenti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21(3), 451.
실험 결과, 높은 부하 조건에서 표적 자극을 식별하는 것이 낮은 부하 조건보다 더 빠른 반응시간을 보이는 결과가 나타났다. Lavie는 높은 지각부담을 받는 조건에서는 표적을 찾는 데 주의를 집중하지만, 낮은 지각부담 조건에서는 주의를 집중하지 않아도 쉽게 표적이 드러나 방해자극의 영향력이 증가한 것이라 보았다.
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지각부하가 높을수록 방해자극의 영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즉, 앞서 언급한 반투명한 종이에 적혀 앞면과 뒷면 구분이 어려운 글(지각부하가 높은 경우) 파리(방해자극)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이다. 주의 자원은 과제 수행에 적합한 정보에 우선하여 집중되지만, 주의 자원이 남았을 때에는 불필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투입된다. 때문에 종이가 불투명하여 글을 읽기 수월하다면, 방해자극인 파리를 충분히 인지하고 주의를 둘 수 있는 것이다.
Lavie와 Tsal은 과제가 지각적으로 어려울 때에는 주의 자원이 고갈되어 과제와 관련된 정보만 처리되지만, 즉, 초기선택이 일어나지만 과제가 쉬울 때에는 잉여 자원이 발생하여 과제와 관련이 없는 정보도 처리될 수 있다, 즉, 후기 선택이 일어난다고 해석하였다.
현대인의 삶은 무수히 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 바다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에 주의를 가져야 하는지, 즉, 어떤 정보를 선택해야하는지를 매순간 고민한다. 여러 정보 속에서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일지, 주의의 중요성은 늘어가고 있다.
참고문헌
Lavie, N . (1995). Perceptual load as a necessary condition for selective attenti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21(3), 451.
Lavie, N., & Tsal, Y. (1994). Perceptual load as a major determinant of the locus of selection in visual attention. Perception & psychophysics, 56, 183-197.
Lawrence, R. K., Edwards, M., Talipski, L. A., & Goodhew, S. C. (2020). A critical review of the cognitive and perceptual factors influencing attentional scaling and visual processing.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27, 405-422.
Murphy, G., Groeger, J. A., & Greene, C. M. (2016). Twenty years of load theory—Where are we now, and where should we go next?.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23, 1316-1340.
Sternberg, R. J., & Sternberg, K. (1996). Cognitive psychology (Vol. 2). Fort Worth, TX: Harcourt Brace College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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