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한국심리학신문=김혜인 ]
예술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심리적 반발
사람들은 금기시된 것에 다가가고 싶어 하고 그것을 깨버림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성격은 예술 작품 속에도 드러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호러 장르 영화에서의 클리셰를 들 수 있다. 공포영화에서는 누군가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문을 주인공이 연다던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공포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만다. 그러면서 영화의 오프닝이 시작된다. 공포 영화하면 딱 떠오르는 <애나벨>을 예시로 이야기해 보겠다. 애나벨 시리즈의 2편인 <애나벨:인형의 주인>에서는 어린 소녀인 재니스가 집주인이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방의 잠긴 문을 따고 들어간다. 그러다 결국 옷장 안에 있는 애나벨 인형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재니스에게 ‘들어가지 말라면 좀 들어가지 마!’ 하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치거나, 금지된 공간에 들어가려는 청개구리 같은 행동에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하며 스트레스를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 모두 은연중에 알고 있다. 이 금지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와 같은 영화 속 주인공이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심리가 궁금해진다.
두 번째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유명한 고전 소설을 들어보겠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남자 주인공 로미오와 여자 주인공 줄리엣은 가면 무도회에서 처음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둘은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깊은 감정을 나눈다. 그러나 로미오는 몬터규 가문의 사람이었고 줄리엣은 캐플렛 가문의 사람이었는데, 이 두 가문은 서로의 철천지원수 같은 관계였고 각 집안의 어른들은 이 둘의 사랑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심지어 캐플렛 가문에서는 줄리엣을 파리스라는 다른 남자와 결혼시켜 로미오와 결혼하는 것을 막으려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참지 못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의 도피를 꾀하다 오해로 인해 각각 자살하고 만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두 젊은 남녀의 고리타분한 집안에 대한 반발심이 깃들어 있다. 물론 둘이 처음 사랑에 빠질 때는 서로의 가문이 원수지간이고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한여름 꿈 같은 이런 순간의 사랑이 각 집안의 반대 없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을까? 뜨겁게 사랑하다가 대부분의 연인이 그랬던 것처럼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강제성은 사람들의 맞서고자 하는 심리를 더욱 자극한다.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예시들에서 사람들은 왜 하지 말라는 것을 애써 해가면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걸까? 왜 사람들은 하지 말라는 행동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는 걸까?
강제한다면 더 큰 반발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중학교, 고등학교에는 정해져 있는 복장인 교복이 대부분 존재한다. 학생들은 규정에 따라 교복을 차례로 갖춰 입고 등교를 해야만 한다. 이름표를 빼먹는다거나,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거나, 사복을 입어 선생님들의 눈에 띈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교복 변형도 좋지 않은 방식으로 선생님들의 눈에 띌 수 있는 하나의 길이다. 치마를 짧게 줄이는 여학생들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에 반발하는 문화 뒤에는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강제성이 떡하니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강제성은 최근 학생들의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학생들은 이 복장 규정을 통해 자신들의 자유를 위협당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자유를 침해하는 설득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우리 행동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한다. 이러한 위협은 그에 상응하는 심리적 반발을 초래하고 그 결과 사람들은 위협당한 자유를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 <심리적 반발 이론>의 내용이다. 만약 이 자유를 침해하는 메시지가 없었다면 위의 예시들의 엔딩은 어떻게 되었을까? 애나벨을 만나지 않아 위험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사랑의 도피를 하지 않아 비극으로 끝나는 일이 없었을 것이며, 학생들은 자신들의 인권이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를 통제하고 규칙 속으로 이끌려는 행위들이 오히려 우리가 더 행동하고 반발하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낳는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언제나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출처]
오메가 설득이론 '심리적 반발 이론' - 네이버 지식백과
애나벨: 인형의 주인 - 데이비드 F. 샌드버그, 네이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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