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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도윤 ]




잘못된 증언으로 잃어버린 26년



1979년 11월 23일, 텍사스주 식료품점 주차장에 있던 두 백인 남녀가 두 흑인 남성에 의해 납치되었다. 남녀를 총으로 위협해 차에 태운 범인들은 돈과 귀중품을 강탈한 후, 남성은 고속도로 출구에서 내리게 하고 여성을 인근 공원까지 데리고 가 강간하였다. 


사건 발생 8일 후인 12월 1일, 당시 19세였던 듀프레와 마싱길은 해당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되었다. 그에 따라 파티를 가던 중이었던 둘은 범행장소와 3km 떨어진 곳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검문 중 마싱길의 주머니에서 권총이 발견되었고, 두 사람은 체포되었다. 이튿날 피해 여성이 여러 장의 용의자 사진 중 두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 반면, 피해 남성은 그들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완강히 부정하던 피해 남성은 이내 넉 달 후 열린 재판에서 듀프레와 마싱길을 범인으로 확신하며 증언하였다. 재판 내내 듀프레는 무죄를 주장하였으나, 피해자 모두가 그를 범인으로 증언하여 듀프레는 결국 75년형을 선고받았다.


26년이 지난 2006년, 듀프레는 이노센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DNA 검사를 통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국의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게 된다. 텍사스주의 동의 하에 DNA 검사를 시행하였고, 피해 여성의 몸에서 채취되었던 가해자의 정자가 듀프레와 마싱길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잘못된 증언으로 듀프레는 26년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질문의 형식만으로 바뀌는 기억



로프터스와 팔머의 차량 사고를 주제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하였다. 45명의 대학생들은 실제 교통사고를 포함한 여러 자동차 충돌 사고 비디오 클립을 시청하였다. 비디오 시청 이후, 참가자들은 사고에 대한 여러 질문이 포함된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아래는 설문지의 주요 질문이다.


“두 차가 서로 _________할 때 차가 얼마나 빠르게 가고 있었습니까?”


위 질문의 빈칸은 “smashed(박살날)”, "collided(강하게 서로 충돌할)”, "bumped" (충돌할), "hit" (부딪힐), "contacted" (접촉할) 중 하나로 채워졌다. 참가자들은 5개의 동사 중 하나로 채워진 질문을 받았고, 각각의 동사가 참가자들이 속도를 추정하는 방식에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였다.


실험 결과, 각 단어에 따라 참가자들이 추정한 차의 속도가 달랐다. “Smashed” 조건의 참가자는 가장 높은 40.8mph가 응답으로 나타났다. 한편, “collided” 조건은 39.3mph, “bumped”는 38.1mph로 나타났으며, “hit”은 34.0mph, “contacted”는 31.8mph로 가장 느린 속도를 보였다. 즉, 질문을 할 때 단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억의 인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실험 일주일 뒤, 후속 실험이 진행되었다. “smashed”로 질문 받은 집단, "hit"로 질문을 받은 집단, 질문을 받지 않은 통제 집단을 다시 불러 사고 당시 유리창이 깨졌는지 물었다. 실험 결과, “smashed”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유리창이 깨졌다고 잘못 기억한 비율이 더 높았다. 즉 단순히 질문의 용어가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사건에 대한 기억은 쉽게 왜곡될 수 있음을 도출해낼 수 있다.




쉽게 왜곡되는 우리의 기억



본 적이 없는 범인의 얼굴이지만, 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범인의 얼굴을 봤다고 말하기도 하고, 범인의 얼굴을 보았을 것이라는 암시를 받으면 본 것으로 기억을 하기도 한다. 회상을 할 때 내용이 과장되거나 편향되는 경향도 있다.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자, 인간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억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결국 기억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은 정확한가? 믿을 수 있는가? 답은 ‘아니’다. 위의 두 피해자의 기억, 실험 참가자의 기억을 볼 때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쉽게 왜곡되며,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기억을 대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Loftus, E. F., & Palmer, J. C. (1974). Reconstruction of automobile destruction: An example of the interaction between language and memory.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13(5), 585-589.

美 '결백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 이번에 '30년 옥살이' 무죄로: 피해자의 잘못된 증언으로 성폭행범 몰려 75년형 선고… DNA검사 통해 '자유의 몸', 조선일보, 2011.01.06,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06/2011010600124.html

김병준. (2005). 목격증언: 기억의 (재) 구성, 그리고 통과. 현대정신분석, 7(1),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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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12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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