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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 ]



흔히 ‘로봇’이라는 말을 들으면 미래에 인류를 정복할지도 모르는 무서운 존재, 인간보다 신체적 조건이 우수해서 어려운 일을 쉽게 해내는 존재 등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이와 반대되는 ‘약한 로봇’이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는데, 이 로봇은 사회적인 통념과 다르게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며, 목표 행동도 어딘가 어설프기에 종종 실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이러한 로봇을 만든 이유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일까? 본 기사를 통해 약한 로봇이 사회적, 심리적 측면에서 가져오고 있는 다양한 혁신과 존재 의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에 등장한 약한 로봇


2018년 일본의 몇몇 역에는 수상한 로봇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휴지를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아이본즈.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휴지를 나눠주는 모습을 기대했다면 다소 답답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본즈는 ‘수줍음을 타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행동 또한 머뭇거리며, 좀처럼 사람과 눈을 마주하지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을 되레 이러한 모습에 마음이 이끌려 직접 휴지를 받으러 가곤 한다.


두 번째는 쓰레기 줍기 로봇이다. 이 역시 역사 내에 있는 쓰레기들을 효율적으로 집어서 쓰레기통에 넣는 로봇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로봇 자체가 쓰레기통의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는 쓰레기를 집어넣을 수 없는 구조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게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서 넣어달라고 부탁하며 돌아다닌다. 가끔은 그냥 쓰레기를 달라는 듯 사람들에게 몸을 기울여 몸짓으로 뜻을 전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약한 로봇을 개발한 곳은 도요하시 기술과학대학교 소속 인터렉션 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미치오 오카다 교수의 연구팀이다. 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굳이 ‘불완전한 로봇’을 만든 이유에 관해 물어보자, ‘사람에 의존할 수 있는 로봇을 활용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약한 로봇의 효과


전문가들은 약한 로봇에게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비록 기술력을 통해 인간에게 효과적 도움을 줄 수 없을지는 몰라도 다양한 심리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는 사람들의 배려심과 따뜻함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확연히 드러났는데,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문제로 부상했던 코로나 사태에서 타인, 이웃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며 관대함이나 이타심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고야 대학의 양경렬 객원교수는 코로나 시대에서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며, 연약한 로봇을 통해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위로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과 기술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은 기술의 발전에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두려워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빼앗긴다거나, 인공지능이 인간에 대해 우위를 점한다거나 하는 내용들로, 주로 주종관계가 바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약한 로봇의 경우 반대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 로봇이며, 어떻게 보면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한 인간상 자체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오카다 교수 또한 ‘우리 인간도 불완전한 부분이 있다, 할 수 없는 것은 주위에 의지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발상으로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라며 설명했다.


다시 말해, 약한 로봇의 효과는 사람들에게 편리성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과 치유 효과, 자기효능감 형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의 기술력을 불완전하게 만듦으로서 무언가를 돌보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니코보, 약하지만 강한 효과


일본에서는 다양한 약한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앞서 말한 역에서 활동하는 로봇들 외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반려 로봇’이다. 가정집에서 돌아다니는 강아지, 단순히 그 자리에 있기만 하는 돌멩이 등 다양한 외형의 로봇들이 집의 적막함을 깨고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로봇은 바로 ‘니코보’라고 할 수 있다. 파나소닉과 토요하시 기술과학대학 연구진이 함께 개발한 이 로봇은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감정을 표현하거나 방귀를 뀌기도 하는 등 사람의 접촉에 반응한다. 특히 돌멩이를 닮은 동글동글한 외관과 눈, 코가 감성을 자극될 만한자극하기에 충분한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펀딩 사이트를 통해 2021년에 한정 판매를 진행했는데, 10일 만에 목표 금액 1,100만 엔을 돌파하며 정식 발매가 진행되었다.


혼자서 이동할 수도 없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기는 하지만 매사에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니코보는 예상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사용자들은 니코보에 대해 ‘생활 속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서 힐링이 된다.’, ‘가끔 말을 걸어줄 때 기분이 좋다.’ 등 좋은 평가를 하였다.



약한 로봇의 미래


일본의 약한 로봇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는 기술이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약한 로봇은 강하고 때로는 위협적인 로봇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친근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로봇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약한 로봇은 미래 사회에서 사람들의 정서적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 효과적인 기술적 자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김연숙, ‘[Editor Choice] ‘코로나 시대’ 신풍속도?…日서 ‘약한 로봇’ 인기’, 테크튜브, 발행일: 2021.03.14., https://www.techtub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7

김지연, ‘[딜링룸 백브리핑] 파나소닉, 힐링 로봇 '니코보' 판매’, 연합인포맥스, 발행일: 2023.03.09.,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57418

김태우, ‘머뭇거리며 티슈 나눠주는 '약한 로봇'이 일본에 등장했다’, HUFFPOST, 발행일: 2018.03.12.,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66040

양경렬, ‘[Trend Tokyo]로봇이 사람을 의지한다’, MADTIMES, 발행일: 2021.03.31., https://www.madtimes.org/news/articleView.html?idxno=7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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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25 23: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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