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완
[한국심리학신문=유수완 ]
흔히 우리는 어떤 일에 정통한 사람, 혹은 특정 학위나 자격증 등을 보유한 사람을 ‘전문가’라 부른다. 이들이 가진 전문성은 많은 경우 타 직종의 인력으로 대체하기 어려우며, 그들 분야에서, 나아가 사회에서 업무적으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들은 자신이 그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숙련된 인재이다. 이는 물론 그들이 전문성을 갖기 위해 들인 노력과 성과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면 만일 특정 분야에서 이러한 전문가들이 한 팀으로 모인다면 어떨까?
전문성, 숙련도가 좋은 사람이 팀에 많을수록 좋은가?
가상으로 어떤 팀이 10명으로 이루어진 팀이고, 그중 9명이 자신의 분야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는, 숙련된 전문가들이라고 가정해 보자. 전문가들이 모였으니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팀워크를 보일까? 보통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서 적용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이를 ‘재능 넘침 효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재능 넘침 효과란?
재능 넘침 효과 (The too-much Talent Effect)는 한 집단에서 일정 수준의 재능, talent를 넘어서게 되면 오히려 집단의 성과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Roderic I. Swaab(2014)의 연구에서는 축구, 농구와 야구의 집단과 성과의 분석 결과 축구의 경우 스타 플레이어의 비율이 60%가 넘어가는 지점부터 점차 팀 성과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직관적으로 재능이 많을수록 성과도 올라가야 할 것 같지만, 왜 그렇지 않고 반대로 집단의 성과에 독이 될까?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우선 갈등의 증가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스포츠 팀에서 스타 선수들이 많을수록 이들은 팀의 성적보다 개인의 지위나 성적을 놓고 경쟁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팀워크가 와해되며 협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은 재능 넘침 효과가 어떤 집단에서 더 잘 나타나는지도 이어진다. 예를 들면 축구와 야구를 놓고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상호작용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며 협동성이 더 중요한 집단인 축구에서 재능 넘침 효과가 더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재능 넘침 효과는 집단의 상호 의존도가 낮을 때에는 상호 의존도가 높을 때 보다 비교적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원인을 더 제시해 보자면, 역할의 중복 또한 재능 넘침 효과가 나타나는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집단에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팀 성과를 낼 때, 역할이 중복될 경우 인력의 낭비로 이어질 것이다. 그와 더불어 만일 의사소통 과정에서 같은 분야의 전문가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경우 그들은 서로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식으로 관철하게 될 수 있으며, 이는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켜 다시 갈등으로 이어지며 집단 성과를 떨어트리게 될 것이다. 즉, 전문가들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것이 서로 적절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정도로 팀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능 넘침 효과의 실제 사례
그렇다면 실제로 재능 넘침 효과가 드러나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유로 2016의 잉글랜드 대표팀 사례일 것이다. 축구 종주국으로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대표팀이 16강에서 아이슬란드를 이기지 못하고 아이슬란드가 8강행에 오른 사례는 미 스포츠매체 ESNP에서 세계 10대 이변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해당 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선수들의 몸값을 비교하면 아이슬란드는 잉글랜드의 약 10분의 1 정도였으며,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해리 케인, 웨인 루니, 라힘 스털링 등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소속되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재능 넘침 효과는 집단, 팀이 다양한 능력치를 가진 팀원들을 균형감 있게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팀워크의 향상과 더불어 최대의 집단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스타, 즉 가장 유명하고 재능 있는 전문가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팀원들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며 서로 상호 보완될 수 있는 구조로 팀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문헌
Saheb. R. (2015, Oct 27). The Trouble with Too Much Talent. APS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https://www.psychologicalscience.org/news/minds-business/the-trouble-with-too-much-talent.html
뉴시스. (2016.06.29). [유로2016]잉글랜드 잡은 아이슬란드…세계축구 '10대 이변'.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29/20160629012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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