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연
[한국심리학신문=고다연 ]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6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연간 독서 권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독서 선호도 또한 낮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출판업계의 불황도 지속되고 있다. ‘2023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주요 출판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42.4% 감소했다. 최근 몇 년간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의아하게도 책 관련 행사 참여율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서울국제도서전’이 개최되었고, 최소 15만 명이 이 도서전을 찾았다. 필자 또한 이번 도서전을 방문했는데, 관람객 인파를 보며 출판 업계의 불황이 정말 사실일지 의문을 가졌다. 특히 관람객 중에는 20~30대가 가장 많았는데, 젊은 사람들의 독서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반면에 도서전을 찾는 젊은 사람이 이처럼 많은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그저 ‘보여주기’일 뿐?
이런 현상을 보고 ‘인스타용 독서’라는 평가도 일각에서는 있다. 그러나 SNS에 올라온 도서전 후기와 관람객들의 피드백만 봐도 도서전의 흥행을 MZ세대의 인증 욕구라고만 분석하기엔 어딘가 의문인 점이 있다. 도서전 이후 올라온 SNS나 관람객의 피드백을 보면 도서전에 간 이유가 단지 ‘굿즈’(goods; 기념품)나 이벤트 때문에 왔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장에서 관람객을 직접 만나고 행사를 진행한 참가 업체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체감상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관람객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도서전에 여성들이 모이는 이유를 한 관계자는 ‘연결되고 싶은 욕구’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각자의 생존을 고민하며 홀로서기 하는 시대에 비슷한 고민과 정서를 지닌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책이 그 정서의 매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책’을 통한 커뮤니티 형성
(왼쪽부터) 북클럽문학동네, 민음북클럽 이미지
도서전 흥행과 함께 떠오르는 ‘독서’라는 공통점으로 모이는 커뮤니티가 있다. 바로 ‘북클럽’이다. 북클럽 서비스는 평균 4~8만 원의 금액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을 받아볼 수 있고 가입 회원들을 위한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출판사의 진정한 팬덤 독자들을 위한 마케팅 중 하나인데, 민음사의 ‘민음북클럽’, 문학동네의 ‘북클럽 문학동네’ 등이 대표적이다. 민음사의 경우 2011년부터 꾸준하게 북클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가입 첫날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출판사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될 정도였다.
이처럼 북클럽 서비스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도 도서전의 흥행 이유와 비슷하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이 그 사람의 화두를 대변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북클럽을 통해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속에서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친한 지인들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을 책과 등장인물 속에 투영시켜 커뮤니티 속 사람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굉장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 점을 활용해 출판사 ‘마음산책’은 신청자의 SNS를 미리 확인하고 책에 대한 진심이 보이는 100명을 선정해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고, ‘이봄 출판사’는 회원만 입장할 수 있는 채팅방을 개설해 그 안에서 독자들은 저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통된 주제로 이어지는 대화는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함께 나누고 떠오른 생각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화제를 바라볼 수 있고,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도 있다. 또한 깊은 관계를 맺기 꺼리는 요즘 세대에게 이러한 마케팅 방향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느슨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결국,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과 달리 도서전이나 북클럽 등의 참여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독서를 통한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책을 매개로 하여 소통하고 연결되는 경험을 중시한다. 책을 읽는 행위가 개인의 취향과 감정을 공유하는 중요한 사회적 활동으로 변모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하며, 이러한 연결이 독서 문화를 새롭게 형성하는 중이다.
참고문헌
“‘인스타용’이라도 좋다… 서울국제도서전 역대급 흥행” [국민일보]. (2024). https://v.daum.net/v/20240703000311161
“도서전 인산인해, 서점엔 발길 뚝…의아한 ‘책 사랑’” [N뉴스저널리즘]. (2024). https://www.nge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8439
“북적북적…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사람도 온다” [문화일보]. (2024).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050701032212053001
“굿즈 만들고, 커뮤 형성…취향 저격하는 출판사들” [데일리안]. (2023). https://www.dailian.co.kr/news/view/1237209/?sc=Naver
“아이돌 못지않은 ‘출판사 팬덤’…’북클럽 오픈런’에 홈피 마비도” [문화일보]. (2023).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5160103221205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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